한국경제연구원, 설문조사 결과 발표 "제약·바이오 업계, 경쟁력 저하" 우려
휴일·탄력근무 적극 활용 VS 연구소·공장, 애로사항 가득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2018년 7월 1일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제약업계는 '비상'이 걸렸었다. 

실제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회원사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관련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해 대응현황과 애로사항을 청취하기도 했다. 

내근직이야 강제적인 주52시간 근무가 가능하지만, 생산직 혹은 연구직은 제도 시행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도 있었다. 

이 같은 우려가 지속되자 정부는 올해 3월까지 처벌 계도기간을 주고 적응할 수 있도록 독려에 나섰다.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1년. 

제약업계는 아직도 상반된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제약산업 전반 경쟁력 약화 우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국내 주요 12개 업종을 대상으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는 제도 시행 초기 우려가 그대로 이어졌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약·바이오 업계는 신약개발 과정 중 임상시험 단계에서 6개월 이상 집중근로가 필요하지만, 짧은 탄력근로시간 기간 때문에 신약 개발 지연으로 이어져 산업 전반의 경쟁력 저하를 우려했다. 

또 주52시간 근무제의 또 다른 취지는 '고용'에 있는데,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필요한 제약업계는 이에 대한 애로도 겪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경쟁력 저하를 생산성 향상으로 보완하기 위해 탄력적근로시간제 최대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선진국처럼 1년으로 연장해야 한다"며 "도입 절차 역시 현행 근로자 대표와 서면합의에서 직무별, 부서별 근로자 대표와의 합의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우려가 현실로...연구소·공장, 불만 고조

한국경제연구원의 우려는 현장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제약업계 안에서 연구직과 생산직은 주52시간 근무제 준수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 제약사 한 관계자는 "연구직의 경우 긴 시간 동안 연속근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문에 탄력적근로시간제를 준수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어쩔 수 없이 법을 위반하게 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정제연구 과정에서 비교용출시험을 진행할 때 24시간 연속으로 시험을 진행할 때가 있다. 이럴 때 연장근무를 하더라도 연구가 연속적으로 이어져야 하는 만큼 연구직들이 탄력적근로시간제를 이용하기 어려운 것이다. 

주52시간 근무시간을 준수하지 못하는 경우는 생산직도 마찬가지다. 

실제 한 중소 제약사는 억지로 주52시간 근무제를 맞추기 위해 공장에 2교대를 도입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장은 기계에 생산직이 붙여 업무를 진행하게 되는데, 주52시간 근무제를 준수하려면 인력을 늘려야하고, 이에 따라 기계 설비도 증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고용 증대라는 제도 취지는 이해하지만 기존 생산량을 무시하고 마냥 기계를 늘릴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변화 체감하는 곳도..."밤 샌다고 달라지나"

이와 달리 바뀌는 문화를 체감하는 제약사들도 있었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주52시간 근무를 강제하는 데 적응하지 못했지만, 차츰 자유롭게 출퇴근하는 분위기가 마련되고 있다는 것이다. 

상위 제약사 한 관계자는 "각 부문별로 주52시간 근무제가 잘 지켜지고 있다"며 "이전과 달리 대체휴일도 잘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존에는 시간외 근무 시 출퇴근 시간 자체를 늦추는 게 어려웠지만,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에는 보다 자유로워졌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영업 직군의 경우 아직 탄력적근로시간제를 이용하는 게 눈치가 보인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최대한 이를 준수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사측에서는 추가 채용 등 비용이 증가하겠지만, 직원들 입장에서는 대체적으로 만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상위제약사 관계자는 "초과하지 못하는 근무시간이 정해지다 보니 근무할 때 집중도가 높아졌고, 불필요한 회의 등은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며 "예전처럼 야근할 필요가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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