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VS 간호조무사…간무협 중앙회 입법 이슈로 충돌 지속
지역보건법 시행규칙 개정안 방문건강관리사업 두고 갈등 최고조
간호단독법 실현 여부도 간호협회 시름 깊어지게 하는 원인

대한간호협회 비롯해 각 지역 간호사회, 산하단체, 전국간호대학생연대 등 30여개 간호사 단체가 모여 만든 '건강권 실현을 위한 전국간호연대'는 지난 9일 복지부 세종청사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다.
대한간호협회 비롯해 각 지역 간호사회, 산하단체, 전국간호대학생연대 등 30여개 간호사 단체가 모여 만든 '건강권 실현을 위한 전국간호연대'는 지난 9일 복지부 세종청사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다.

한동안 표면적 이슈가 부각되지 않았던 간호계, 정확히는 간호사를 대표하는 조직인 대한간호협회(이하 간협)가 각종 현안에 비상이 걸렸다.

간호단독법 실현 여부도 요원한 상황에서 대한간호조무사협회(이하 간무협) 법인화와 지역보건법 시행규칙 개정안 이슈로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사안들 중 최종 확정된 것은 현재까지 없지만 간협은 대규모 집회와 성명서 등으로 총력전을 펼치고 있어 당분간 간호계는 보건의료계 이슈의 중심에 서 있을 전망이다.
 

간호조무사 숙원인 중앙회 법정단체 인정
간호사에게는 반드시 막아야할 할 숙제

우선, 간호조무사 단체를 법정단체로 인정하는 의료법 개정안 이슈다.

이 현안은 올해 2월부터 간협과 간무협이 갈등을 빚고 있는 주원인으로, 현재까지 갑론을박이 진행 중이다. 

간무협 중앙회의 법정단체 인정은 간호조무사들의 오랜 숙원 중 하나다.

특히,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확대되고 지방 중소병원과 의원급 의료기관 등 간호인력이 부족한 의료현장에서 간호조무사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국회로까지 관심사가 이어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도자 의원(바른미래당)은 지난 2월 초 간무협이 간호조무사와 관련된 정책을 수행하는 중앙회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의료법에 단체의 설립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최 의원은 "현행 의료법에서 사단법인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중앙회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의료인이 아닌 의료유사업자와 안마사도 의료법에서 중앙회 규정을 의료인 단체에 준용하도록 한 것과 비교할 때 간호조무사만 중앙회를 법정단체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당시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복지부에게 타협안 마련을 요청하면서 연기됐다.

이후 100여일만인 오는 7월 12일부터 보건복지위 전체회의를 시작으로 국회가 정상 가동될 예정인 가운데 같은 법안이 최도자 의원에 의해 재상정되자 간협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

사실, 간무협의 법정단체화 의료법 개정안 발의는 최도자 의원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7년 김명연 의원이 비슷한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한 했으나, 간호사들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한 바 있다.

간협은 간호계에 두 개의 중앙회가 양립할 경우 정부 정책에 대해 간호계가 공식적인 두 개의 목소리를 내는 기형적인 상황이 연출돼 간호계를 분열시키고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 명백하다는 입장이다.

간협은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는 간호라는 하나의 직군에 속한다"며 "서로 대립할 것이 아니라 국민건강증진이라는 하나의 목표아래 각각의 면허자격체계에 맞는 간호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상생협력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보건법 시행규칙 개정안으로 두 직역 갈등 최고조
방문건강관리사업 전담공무원 범위에 간호조무사 포함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대립은 '지역보건법'이라는 두 번째 링으로 옮겨 붙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5월 지역보건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는데, 개정안에서 명시한 방문건강관리 전담공무원의 면허·자격 범위가 간호사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

지역사회통합돌봄(커뮤니티케어)의 핵심 인력인 방문건강관리 전담공무원의 직역에 의료인뿐만 아니라 간호조무사 등이 포함된 것이 그 이유다.

구체적으로 보면 간호조무사는 의료법에 의거해 간호사를 보조, 방문건강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즉, 간호조무사는 방문건강관리 서비스를 수행할 때 간호사 혹은 의료인과 동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보건간호사회는 "간호사의 지도 없이 독자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보조인력을 전담공무원으로 채용하는 것은 오히려 건강관리 업무의 확대를 방해하고 재정낭비만 일으킬 수 있다"며 즉각 반대 의사를 밝혔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전국간호연대'는 지난 9일 복지부 세종청사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날 전국 간호사 1000여 명이 운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전국간호연대'는 지난 9일 복지부 세종청사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날 전국 간호사 1000여 명이 운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전담공무원 경쟁채용은 관련 직위의 전문인력과 유경력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4년간 대학 교육을 받은 면허자와 단기간 교육을 통해 자격을 획득한 보조인력을 동급으로 취급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도 펼친 이들이다.

다시 말해 간호사들은 간호조무사가 단독으로 방문건강관리사업을 할 수 없다는 점, 적절한 교육체계를 이수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시행규칙에 반대한 것이다.

간호조무사도 간호사의 이 같은 반발에 맞대응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건기관임상간호조무사협의회는 "단지 전문인력으로서 선발할 수 있는 근거만 마련한 시행규칙에 국민건강을 운운하는 것은 매우 이기적이고 편협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 지역보건법시행규칙 원안관철 비상대책위원회도 "간호조무사가 1960년대부터 방문보건사업에 참여했으며 현재 보건소 및 보건지소에 2800여명의 간호조무사 출신 보건직공무원이 재직 중"이라고 언급했다.

반면, 지역보건법 개정안에서 전담공무원의 범위를 규정한 주체인 복지부는 아직 두 직역간의 갈등에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은 상태이다.

이와 관련 간협을 비롯해 각 지역 간호사회, 보건간호사회, 병원간호사회, 보험심사간호사회, 가정간호사회, 전국간호대학생연대 등 30여개 간호사 단체가 모여 이룬 '건강권 실현을 위한 전국간호연대'는 지난 9일 오전 복지부 세종청사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다.

의료법을 무시하는 간호사 대체정책 철폐를 촉구해야 한다며 전국 간호사와 간호대학생 약 1000명이 운집해 복지부를 비판한 것.

이들은 간호분야 면허와 자격체계 업무를 정비하지 않은 정부가 현 상황을 야기했다고 꼬집었다.

전국간호연대는 "간호분야는 1970년대부터 업무범위 혼재로 간호보조인력이 간호사를 대체하는 문제가 지속돼 왔다"며 "2015년 의료법이 개정돼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간 업무 범위가 명확히 구분됐으나 정부는 개정된 의료법에 따라 간호인력의 면허·자격 체계에 관한 업무를 정비하지 않아 현장에서는 아직도 갈등이 지속되고 지금의 사태까지 만들었다"고 외쳤다.
 

간호사 숙원 사업 '간호단독법' 실현 가능성도 주목

간호사의 현안은 간호조무사와 대립 관계에 있는 이슈들에만 집중된 것은 아니다.

간협과 전국 간호사들의 숙원 사업인 '간호단독법' 제정이 그것이다.

간협은 2013년 7월부터 시작한 '간호단독법 제정 100만명 서명운동'을 2018년 6월에 달성했다.

특히, 국회에서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과 김세연 의원(자유한국당) 등이 최근 간호단독법과 관련한 법안을 발의하면서 간호계는 고무된 분위기를 보인 바 있다.

2018년 대한간호협회 정책 선포식에서 전국 간호사들이 '간호법 제정'이라는 피켓문구를 들고 있다.
2018년 대한간호협회 정책 선포식에서 전국 간호사들이 '간호법 제정'이라는 피켓문구를 들고 있다.

하지만, 간호법 제정안 조항의 내용 상당수가 현재 의료법에 담겨 있고 직역간 형평성 등의 문제로 실현 가능성은 요원한 상태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직역 간 형평성 문제를 포함해 간호단독법에 대해 검토 중에 있다"고 언급해 아직 확정된 사항이 없음을 피력했다.

이처럼 간호계를 둘러싼 여러 이슈들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면서 간협의 대처와 정부, 국회의 향방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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