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워싱턴대 연구팀, 개별증명(proof-of-concept) 연구 발표
개발한 머신러닝 알고리듬, 심정지 호흡 0.002초에 97% 정확도로 탐지
심정지 호흡 탐지 후 119로 자동 연결할 가능성 제시
세브란스 정보영 교수, "현실화되면 임팩트가 클 것"

[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병원 밖에서 일어나는 심장마비는 전 세계적으로 사망의 주요 원인이 된다. 주변 사람들이 119에 신고하거나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면 생존 기회를 약 3배 증가하지만, 북미에서만 약 30만 명 적절한 시기의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미국 워싱턴대 Justin Chan 박사팀이 스마트 기기로 심장마비를 감지할 수 있는 새로운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알고리듬을 개발해 시험한 개별증명(proof-of-concept) 연구 결과를 6월 19일 NPJ Digital Medicine에 발표했다.

이 알고리듬을 아마존의 알렉사와 같은 디지털 비서를 탑재한 스마트 스피커 혹은 스마트폰에 연결했을 때 심장마비의 신호인 심정지 호흡(agonal breathing)을 0.002초 만에 97%의 정확도로 감지했다.

잘못 판정하는 위양성률은 0.14%로 미미하게 나타났다.

Chan 박사는 본지와 이메일 인터뷰로 "즉각적인 심폐소생술은 생존율을 약 세배로 늘릴 수 있지만, 주변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심장마비가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장소는 개인이 홀로 있는 침실"이라며 "이런 점을 고려해 스마트 스피커와 스마트폰을 사용해 수동적 비접촉(contactless) 기술을 개발해 심정지 호흡을 확인하고 심폐소생술 지원이나 응급 의료 서비스에 더 빨리 연결해줄 수 있기를 원했다"고 했다.

또 "이 기술은 축적된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전송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개인 정보를 보호한다"며 "스마트 장치 자체에서 실행해 효율적이고 몇 초 이상 데이터를 저장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현재 의료 및 기술 스타트업인 사운드 라이프 사이언스(Sound Life Sciences)에 라이센스 돼 있다. 

'참신한' 개별증명 연구, 어떻게 설계됐는가?

Justin Chan 박사
미국 워싱턴대 Justin Chan 박사

구체적으로 이 연구는 침실 환경에서 심장마비를 심정지 호흡을 녹음한 오디오 샘플로 탐지할 수 있는지 알아봤다.

또 SVM(Support Vector Machine)을 스마트폰과 스마트 스피커에 탑재해 실시간으로 정확히 심정지 호흡을 분류할 수 있는지 살펴봤다.

연구진은 SVM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2009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 킹 카운티(King County)에서 실제 911의 통화 내용을 사용해 총 162개(19시간)의 심정지 호흡 오디오 샘플을 포함했다.

이어 심정지 호흡 녹음의 첫 2.5초를 추출해 236개의 오디오 클립(clip)을 만들었다. 

Chan 박사는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데 실제 심정지 호흡 소음에 관한 오디오 클립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심장마비 때 119 통화 내용을 녹음된 심정지 호흡의 소음 샘플을 활용해 연구를 했다"고 밝혔다.

오디오 클립의 적은 수를 보완하기 위해 연구진은 다양한 실내 및 실외 소음뿐만 아니라 소음 제거 필터를 적용해 1m, 3m, 및 6m 거리에서 녹음을 재생했다. 아마존의 알렉사, 아이폰5s 및 삼성 갤럭시 S4와 같은 기기들에 캡처됐다. 이어 머신 러닝 기술을 활용해 총 7316개의 양성 샘플을 만들었다. 

심정지 호흡 외에 다른 소음과 구별하기 위해 83시간의 분량의 오디오 클립을 네가티브(negative) 데이터 세트로 만들었다. 12명의 환자의 호흡 저하(hyponea), 중앙 무호흡증, 폐쇄성 무호흡증, 코골이 및 일반 호흡 소음을 포함했다. 팟캐스트(podcast), 수면 음향 혹은 백색 잡음 등 수면 중 나타날 수 있는 소음도 포함했다. 

그 결과, 최대 6m 거리에서 알고리즘의 전체 민감도는 97%(95% CI, 96.86~97.61%)였다. 전체 특이성(specificity)은 99.5%였다. 즉 알고리듬은 97%의 심정지 호흡 상태를 감지했다. 

또 스마트폰과 스마트 스피커에서 알고리듬이 실시간으로 정상적으로 실행된 것을 확인했다. 스마트폰은 0.002초 이내 심정지 호흡을 감지했다. 스마트 스피커의 경우 알고리듬은 0.0058초 이내 감지했다. 위양성률은 0.14%로 나타났다.

이어 연구진은 실제 상황에서 알고리듬의 위양성률을 확인하기 위해 35명 대상으로 리얼 월드(real-world) 연구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수면 동안 소음을 녹음했다. 

그 결과 전체 민감도와 전체 특이성은 각각 97.17%와 99.38%였다. 위양성과률은 0.21%였다.

Chan 박사는 "이 연구는 환자 모니터링 용도로 스마트 스피커의 사용 가능성을 제기하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며 "구글 홈이나 아마존 알렉사와 같은 스마트 스피커는 가정에서 더 보편화되고 있고 사용하기 편하므로 수동적으로 환자를 모니터링하기 유용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기술은 특히 의료진이 없는 병원 병동 혹은 요양병원에서 유용할 수 있지만, 현재 개념증명 단계에 있기 때문에 상용화를 위해 추가적인 임상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실화되면 큰 영향'...개인정보 보호법의 장벽을 넘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연구가 참신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현실화가 되면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세브란스병원 정보영 교수(심장내과)는 "스마트폰으로 운동량을 측정하듯 심장마비를 탐지할 수 있는 이 아이디어 자체는 굉장히 참신하다"라며 "심장마비는 5분 이내 연결하는 게 중요하다. 심정지 호흡은 숨 쉬는 거 자체가 정상이 아닌 건데 이 알고리즘은 코걸이 등과 심장마비 때 나타나는 숨소리를 구별해서 탐지한다."

정 교수는 "의사들은 심정지 호흡을 알아볼 수 있지만, 일반인들이 잘 모른다. 기계가 이것을 판단하고 알려주면 119에 연락을 더 빨리할 수 있기 때문에 현실화되면 영향(impact)이 클 것"이라고 했다. 

서울아산병원 박덕우 교수(심장내과)는 실용 단계에서 잠재적 문제점을 언급했다.

박 교수는 "이론적으로는 굉장히 스마트하고 참신한데 실용적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가 문제"라며 "실제로 AI가 등장한 지 5년 정도 됐는데 실제 임상에서 적용하는 것은 사실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개인정보 보호법 때문에 프라이버시가 하나의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이 연구는 911에 축적된 자료로 만들었는데 우리나라에서 이런 데이터를 잘 주지 않아 좋은 알고리듬을 만들기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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