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팀 조사 결과, 70mg/dL 미만 성인에서 출혈성 뇌졸중 위험 상승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을수록 건강에 좋다는 주장에 반기를 든 연구가 등장했다.

뇌졸중, 심근경색, 암 등이 없었던 성인 약 10만명을 추적관찰한 결과, LDL-콜레스테롤이 70mg/dL 미만인 성인은 그 이상인 이들보다 출혈성 뇌졸중 위험이 유의하게 높았다.

현재 학계에서는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두고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높은 성인은 최대한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어느 수준까지 조절해야 하는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펼쳐지는 상황.

2017년 미국임상내분비학회(AACE)는 '이상지질혈증 관리 및 심혈관질환 예방 가이드라인'을 통해 심혈관질환 극초고위험군의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55mg/dL 미만으로 권고해 국내외 학계의 파장을 일으켰다.

미국심장협회·심장학회(AHA·ACC)는 지난해 '콜레스테롤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하며 LDL-콜레스테롤을 100mg/dL 미만으로 조절하도록 권고하면서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이라면 70mg/dL 미만으로 낮출 것을 주문했다. 

국내 진료지침도 AHA·ACC 가이드라인과 궤를 같이한다. 지난해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치료지침에서 권고한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100mg/dL 미만, 초고위험군 70mg/dL 미만이다. 극초고위험군에 대해서는 국내 전문가들의 합의가 필요해 구체적인 권고사항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난 4월 미국 여성건강연구(Women's Health Study)에서 LDL-콜레스테롤이 70mg/dL 미만인 여성 환자는 100~129.9mg/dL인 환자보다 출혈성 뇌졸중 위험이 2배 이상 높아(Neurology 2019;92(19):e2286-e2294), LDL-콜레스테롤을 낮출수록 좋은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이번 연구도 이 같은 결과에 힘을 더하며, LDL-콜레스테롤 70mg/dL이 중요한 치료 목표 기준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 Xiang Gao 교수 연구팀이 진행한 이번 연구는 Neurology 7월 2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LDL-C 70mg/dL 미만 성인, 출혈성 뇌졸중 위험 최대 2.69배 ↑

연구팀은 카일런 연구(Kailuan study)의 중국 성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LDL-콜레스테롤 수치와 출혈성 뇌졸중의 연관성을 확인했다. 2006년 등록 당시 뇌졸중, 심근경색, 암이 없었던 성인 9만 6043명의 데이터가 분석에 포함됐다. 평균 나이는 51.3세였다.

LDL-콜레스테롤은 2006년, 2008년, 2010년, 2012년에 측정했고 출혈성 뇌졸중 발생은 진료기록을 통해 확인했다. 추적관찰 9년 동안 출혈성 뇌졸중은 753건 발생했다. 

이를 바탕으로 나이, 성별, 체질량지수(BMI) 등을 보정해 LDL-콜레스테롤과 출혈성 뇌졸중의 연관성을 평가한 결과, LDL-콜레스테롤이 70mg/dL 미만이면 출혈성 뇌졸중 발생 가능성이 상승했다. 

먼저 LDL-콜레스테롤 70~99mg/dL인 성인과 100mg/dL 이상인 성인의 출혈성 뇌졸중 발생 위험은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LDL-콜레스테롤 70~99mg/dL인 성인과 비교해 50~69mg/dL인 성인의 출혈성 뇌졸중 발생 위험은 1.65배 높았다(aHR 1.65; 95% CI 1.32~2.05). 게다가 50mg/dL 미만이라면 출혈성 뇌졸중 발생 위험은 2.69배 상승했다(aHR 2.69; 95% CI 2.03~3.57).

Gao 교수는 "LDL-콜레스테롤이 70mg/dL 미만이면 출혈성 뇌졸중 위험이 유의하게 높아졌다"며 "이번 결과는 임상에서 관상동맥질환과 출혈성 뇌졸중 위험이 높은 환자의 이상적인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향후 지질저하제 연구를 진행할 경우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다만 추적관찰 기간이 길지 않고 출혈성 뇌졸중 발생 건수도 적어 결과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를 진행하지 않은 미국 Jacksonville Center for Clinical Research의 Michael Koren 박사도 "이번 연구에서 LDL-콜레스테롤과 출혈성 뇌졸중의 인과관계는 확인할 수 없으므로 결과 해석에 주의해야 한다"며 연구팀과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Koren 박사는 "낮은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출혈성 뇌졸중의 원인이 아닌 표지자(marker)로 봐야 한다"면서 "연구에서 등록 당시 지질저하제, 항응고제를 복용한 환자들을 제외했음에도, 낮은 LDL-콜레스테롤 수치와 출혈성 뇌졸중의 강력한 연관성이 나타났다. 즉 이번 연구에서 발생한 출혈성 뇌졸중의 원인은 약물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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