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9건 기술수출 중 4번째 반환...모두 2015년 기술수출 건 
최근 유한양행과 엇갈린 행보...2상이 최대 고비, 업계 "유한도 안심 금물"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신약 후보물질 기술수출을 두고 한미약품과 유한양행이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그동안 다국적 제약사의 CSO라는 오명을 안고 있던 유한양행은 최근 연이은 기술수출 사례로 연구개발을 대표하는 기업이 됐고, 한미약품은 네 번째 기술수출 반환 사례가 나오면서 신약개발 능력을 의심하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술 수출 해지는 신약개발 과정 중 겪는 성장통인 만큼 중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면서도, 유한양행도 언제든 반환 사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미-유한의 엇갈린 행보 

지난 3일 다국적 제약사 얀센은 한미약품의 비만·당뇨 치료제 HM12525A의 권리를 반환했다. 

이번 권리반환 사례는 한미약품이 기술수출한 총 9건 중 네 번째다. 특히 2015년 맺은 기술수출 6건 중 4건이 해지됐다. 

한미약품은 2015년 스펙트럼, 릴리, 베링거인겔하임, 사노피, 얀센, 자이랩 등과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는데, 2016년 베링거인겔하임, 2018년 자이랩, 올해 릴리와 얀센의 계약이 해지됐다. 

반면 유한양행은 최근 들어 기술수출 잭팟을 터뜨리며 오픈이노베이션 전문 제약사라는 칭호를 받고 있다. 

1일 유한양행은 베링거인겔하임에 비알코올지방간염(NASH)과 관련된 치료를 위한 GLP-1과 FGF21의 활성을 갖는 이중작용제 혁신신약 YH25724의 공동개발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최근 1년 사이 네 번째 기술수출 계약으로, 총 계약규모는 한화로 3조 6000억원에 달한다. 

추락하는 한미 기업가치...시총 1조 3000억원 빠져 

계약해지 소식에 주식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이날 한미약품 주가는 개장하자마자 20% 이상 급락했고, 전일보다 27.26% 하락한 30만 1500원으로 마감됐다. 

특히 이날 한미약품의 시가 총액은 3조 5011억원으로, 전일 기록한 4조 8133억원에 비해 1조 3122억원 줄었다. 

이날 대신증권, 미래에셋대우, 하나금융투자 등 금융투자업계도 한미약품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낮췄다. 

메리츠종금 오세중 애널리스트는 "HM12525A의 유효성은 증명됐기에 파이프라인의 실패는 아니지만, 파트너사가 반납한 사유는 결국 시장성 혹은 효능에 대한 부분이라 판단된다"며 "이는 파이프라인 가치 절하 요소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홍가혜 연구원도 "권리반환으로 인한 신약개발 불확실성이 증가된 만큼 신약개발 불확실성을 순차적으로 해소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비만 치료제로서의 구체적인 임상 결과를 통해 상업성을 입증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신기술수출은 신기루?..."유한도 방심 금물"

업계는 유한양행도 같은 사례가 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기술수출을 했더라도 후보물질의 약효가 선발주자 대비 완전한 장점이 없거나 개발 속도가 경쟁 약물보다 현저히 더디다면, 그동안 투입된 비용을 감수하고라도 포기해야 한다는 게 그 이유다. 

한 제약사 개발팀 임원은 "유한양행이 이번에 기술수출한 것도 NASH 치료제로, 치료제가 없는 시장이라지만 유한에서 벌써 두 번째"라며 "베링거인겔하임, 길리어드에서도 경쟁 후보물질을 견제하는 게 당연하다. 유한양행도 상업화까지 이어질 것이라 안심하긴 이르다"고 조언했다. 

모든 리스크를 감수하고라도 개발에 성공했다고 가정했을 때 시장성을 따지면 어쩌면 손실이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미약품의 이번 기술반환 사례가 임상 2상을 완료한 후 진행됐는데, 제약업계 역시 임상 2상이 신약개발에 있어 가장 큰 고비라고 했다. 

임상 2상이 후보물질의 실제 약효를 통계적으로 처음 검증하는 임상이자, 최적용량도 결정해야 하는 만큼 변수가 많다는 것.

이 관계자는 "임상 2상 프로토콜을 체계적으로 짠다면 성공할 수 있지만, 사실 임상 3상 성공보다 어려운 게 2상"이라며 "2상에서 기대했던것에 미치지 못한다면 빨리 개발을 접는 게 이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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