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WHO 보건재정분석담당 Joseph Kutzin 박사

WHO 보건재정분석담당 Joseph Kutzin 박사
WHO 보건재정분석담당 Joseph Kutzin 박사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최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가입자단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사무소 앞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보험료 인상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기 위해 기자회견과 집회를 열었다.

보장성 강화를 확대하고 건보재정의 안정성을 유지하려면 보험료 인상에 기댈 수밖에 없는 정부에게는 뼈아픈 집회나 마찬가지였다.

한국은 건강보험 재정을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가 임금 및 소득의 일부를 건강보험료로 납부하고 있는 시스템에만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매년 건강보험 국고지원금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재정 적자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이 지난 3일 서울JW메리어트호텔에서 개최한 'UHC(Universal Health Coverage, 보편적의료보장) 국제포럼'에 해당 현안을 안고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건재정분석담당 Joseph Kutzin 박사가 방한했다.

이날 쿠친 박사는 본격적인 행사 시작 직전, 본지와 만나 건보재정 확보에 대한 고민은 대한민국뿐만이 아닌 전 세계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를 통해 건강보험료만으로 보험재정을 충당하는 국가들이 어떤 방식으로 이를 극복해야 할지 알아봤다.

- 현재 UHC의 이슈는 무엇인가?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실제 일을 할 수 있는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어느 한 국가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다시 말해 실제로 일을 해서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는 인구는 줄어들고 있고, 혜택을 받아야 하는 인구는 늘고 있는 것이다. 

한국처럼 보험료에 의지하는 국가들이 건강보험 재정을 어떻게 유지할지는 중요한 이슈다. 

- 고령화 시대의 재정 부담을 해결하기 위한 보험료를 인상에 대한 저항은 강하다.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유럽의 일부 국가는 보험료 외에 수익원을 다각화 하고 있다. 근로자에 대한 세금의 폭을 넓히는 방법도 있지만 소득세 말고 소비세 등과 같이 좀 더 다채로운 채널로 세금 부담을 집중하거나 재분배 하는 형태를 말한다. 

단지 정치적으로 수용돼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니 해당 국가가 건강보험 재정을 현명하고 투명하게 사용한다는 내용이 뒷받침돼야 한다.

- 한국은 건보료의 비율은 높은데 국고지원금은 낮다. 다른 국가들은 어떤가?

프랑스는 모든 소득에 대해 건강보험재정을 충당할 세금을 부과한다. 담배, 도박, 자동차 등 그 재원이 다양한 정도가 아니라 거의 모든 곳에 부과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러다 보니 건보재정에서 직장가입자의 건보료 비율은 18.5%에 불과하다. 이마져도 근로자 자격이 아니라 사용자가 납부하고 있다.

각국의 상황이 모두 달라 일괄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건강보험료 하나만으로는 보험재정을 모두 충당할 수 없다.

- 다른 나라에서도 건보재정 누수가 있나? 이를 막기 위한 방안은?

WHO 보건재정분석담당 Joseph Kutzin 박사

목적이 뚜렷해야 누수가 없다.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재정 누수 방지에 도움이 된다.

미국은 행정비용 자체를 재정누수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환자의 보험 가입 여부 확인, 보험사 확인, 보험 내용 확인에 투입되는 인력 등을 행정비용이라 부른다. 

이 비율이 약 30%인데, 병원비가 100달러면 30달러가 행정비용이 된다. 

하지만 이 같은 행정비용도 생산적으로 운용을 하면 효율성을 높이고 재정 누수를 방지할 수 있다. 한국의 심사청구 등이 있을 수 있다.

- UHC 달성에 있어서 개발도상국들이 주로 하는 착각과 실수는 무엇인가?

개발도상국들이 UHC의 달성을 위해 노력하면서 하는 가장 큰 착각은 비공식부문(Informal sector)로부터 돈을 걷어 재정을 충당하려는 것이다.

비공식부문이란 주민등록번호도 없고,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고, 소득도 모르는 사람을 말한다. 

이 사람들로부터 돈을 받아 건보시스템에 투자하려고 하는데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특히 억지로 걷으려고 하면 행정력을 낭비하고 조세저항이 일어나 비용이 오히려 더 많이 투입될 수 있다.

이에 대한 우수 사례가 태국과 가나, 헝가리 등이다. 어려운 계층에게서 굳이 억지로 보험료를 부과해 걷기보다 국가가 제도권 안에 들이는 작업을 우선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 대한민국은 현재 건강보험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높다.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포괄예산(global budget)와 총액예산제가 방법이 될 수 있다. 행위별수가제는 행위 자체를 남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단점이 있는데 총액예산제가 되면 한도가 생기기 때문에 지출을 억제할 수 있다.

그렇다고 행위별수가제가 장점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행위별수가제는 어떤 서비스가 제공됐는지 뚜렷하고 정확하며 데이터 관리도 편리하다. 

독일처럼 1차의료를 행위별수가제로 하는 나라는 일일이 행위를 나열해 점수는 매긴다. 

가령 재료값, 사회적 편익, 투자노력값 등을 전부 감안해 어떤 것은 1점당 1유로, 또 다른 어떤 것은 1점당 1.5유로 씩 점수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때 의료이용량이 높아지면 점수당 단가를 조정해 재정을 관리한다.

결론적으로 한국은 행위별수가의 장점에 포괄예산과 총액예산제를 혼합해 재정위기를 대처하는 게 효율 극대화를 위한 방법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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