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최의근 교수, 간질환 동반 심방세동 환자 대상 리얼월드 연구 결과 발표

서울의대 최의근 교수(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서울대병원 최의근 교수(순환기내과)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서울대병원 최의근 교수(순환기내과) 연구팀이 간질환 동반 심방세동 환자에게 비-비타민 K 길항제 경구용 항응고제(NOAC)를 안심하고 투약할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이번 리얼월드 연구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에서 확인한 항응고제 치료를 받은 간질환 동반 심방세동 환자 4만여 명의 데이터를 토대로 진행됐고, 결과적으로 NOAC의 효과 및 안전성이 와파린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입증했다(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6월 24일자 온라인판). 

특히 NOAC 대규모 무작위 대조군 연구(RCT)에서 제외됐던 활동성 간질환 환자도 분석에 포함돼 그 의미가 남다르다.

최 교수를 만나 이번 연구를 진행하게 된 배경과 연구에 대해 들었다. 

- 간질환 동반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NOAC의 유용성을 본 리얼월드 연구를 진행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간질환 환자는 혈전 생성 및 출혈 위험이 모두 높다. 간질환 환자에서 심방세동이 발생하면 뇌졸중 발생 가능성이 커 뇌졸중 예방을 위해 항응고제를 투약해야 한다. 그런데 출혈 위험도 높으니 임상에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가이드라인에서는 중증 간질환만 아니면 항응고제 치료를 고려하도록 하지만 이에 대한 근거가 많지 않다. 와파린에 대한 근거 역시 부족하다. 

- NOAC 대규모 RCT에 활동성 간질환 동반 심방세동 환자가 왜 제외됐나?

과거 직접 트롬빈 억제제 항응고제로 개발됐던 '자이멜라가트란(ximelagatran)'이 심한 간독성때문에 제품화되지 못했다. 때문에 이후 개발된 항응고제들은 간독성 문제를 민감하게 보게 됐다.

그리고 RCT는 건강 상태가 좋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그래서 NOAC 대규모 RCT에는 아스파테이트 아미노전이효소(aspartate aminotransferase, AST)와 알라닌 아미노전이효소(alanine aminotransferse, ALT)가 정상 상한치의 2배 이상 상승한 간질환 환자들을 배제한 것이다.

- 이번 연구에서 간질환 동반 심방세동 환자에 대한 분석이 가능했던 이유는?

RCT에는 B형 간염 항원 또는 항체 양성, C형 간염 항원 또는 항체 양성 환자들이 모두 제외됐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이러한 간질환을 동반한 심방세동 환자들이 상당히 많다. 건강 상태가 안정적(stable)인 환자들에게 NOAC을 처방한 사례가 있어 이를 모아 분석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Child-Truscott-Pugh C(중증)인 간경변 환자에게는 모든 NOAC 투약이 금지다. 리바록사반은 Child-Truscott-Pugh B(중등도) 환자에게도 사용하면 안 된다. 이 기준에 맞춰 간경변 환자에게 NOAC 치료를 조심스럽게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B형 또는 C형 간염 환자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국내외 모두 없다. 이런 환자들은 대부분 경도(mild) 간질환 환자다. 이번 리얼월드 연구에는 이러한 간질환 환자가 많이 포함됐다. 경도 간질환 환자에게 NOAC이 와파린보다 유용하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 

또 활동성 간질환 환자도 2%가량 포함됐다. 이 환자들만 따로 분석하니 NOAC이 와파린보다 좋다는 경향성이 나타났고 복합 사건 발생 위험도 더 낮았다. 몇 가지 종료점은 통계적인 유의성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복합 사건 위험을 보면 NOAC이 와파린보다 조금 더 낫다고 할 수 있다. 

서울의대 최의근 교수(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서울대병원 최의근 교수(순환기내과)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 평균 추적관찰 기간이 1.2년이다. 기간이 짧지 않나?

대부분 리얼월드 연구가 길게 추적관찰을 진행할 수 없다. 대신 많은 환자 데이터가 포함된다. 짧은 추적관찰 기간을 대규모 환자 수로 보완하는 것이다. 장기간 자료가 있으면 좋겠지만, 이번 연구의 추적관찰 기간은 다른 리얼월드 연구에 비하면 짧은 편은 아니다. 

- 하위분석에서 리바록사반만 위장관 출혈에 의한 입원 위험이 와파린보다 유의하게 낮지 않았다. 

리바록사반을 제외한 NOAC은 큰 문제 없이 일관되게 와파린보다 결과가 좋았다. 리바록사반은 위장관 출혈이 많이 발생한다고 보고되는데 이번 연구에서도 확인됐다. 현재 리바록사반은 Child-Truscott-Pugh B, C 환자에게 쓰는 것을 권고하지 않는다. 이번 결과가 이러한 권고와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리바록사반의 위장관 출혈 위험이 높으니 간질환 환자에게 리바록사반을 투약해선 안 된다고 말하기 어렵다. 또 네 가지 NOAC 중 어떤 치료제가 간질환 동반 심방세동 환자에게 더 좋은지 알 수 없다. 모든 NOAC의 복합 사건 발생 위험이 와파린보다 유의하게 낮았기에 어떤 NOAC을 써도 큰 차이는 없을 것 같다. 

- 이번 연구의 의미와 한계점은?

지금까지 경도 간질환 동반 심방세동 환자에서 항응고제 치료에 대한 근거가 많지 않았다. 이번 연구에 포함된 대다수 간질환 환자가 NOAC의 RCT에서 제외된 경도 간질환 환자다. 이번 연구는 임상에서 이런 환자들에게 NOAC을 안전하게 처방할 수 있다는 근거가 될 것으로 본다. 단 Child-Truscott-Pugh C인 환자에게도 NOAC이 안전하다는 답을 준 연구는 아니다. 

- NOAC 리얼월드 연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리얼월드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RCT는 환자 모집 기준이 엄격하고 건강 상태가 좋은 환자들이 포함된다. 리얼월드 연구가 RCT를 보완할 수 있는 점이 바로 이런 것이다. 실제 임상에서 보는 환자들은 RCT에 참여한 환자들과 건강 상태가 다르다. 리얼월드에서 일관되게 NOAC이 와파린보다 효과적이고 안전하다는 점이 입증된다면 NOAC 적응증은 점차 넓어질 것이다.

대표적으로 과거에는 말기 신장질환(ESRD) 환자에게 NOAC 치료가 금지였다. 그런데 미국 대규모 리얼월드 데이터를 분석하니, NOAC을 복용한 ESRD 또는 혈액투석 환자 예후가 와파린을 복용한 이들보다 훨씬 좋았다. 이후 미국식품의약국(FDA)은 ESRD 환자에게도 NOAC 투약이 가능하다고 제품 라벨을 변경했다.

임상에서 NOAC이 도움이 될 것 같은 환자이면서 건강 상태가 안정적이고 집중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면, 이들에 대한 NOAC 적응증을 넓혀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