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istine E. Ensrud 박사팀 연구 결과 발표
골다공증이 있는 노인이 고관절 골절 위험 3배
국내 의료진 간 의견도 조금씩 달라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여러 동반질환을 앓고 있는 80세 이상의 여성에게 골절을 예방하기 위한 골다공증 약물 투여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일반적으로 90세 이상 여성은 약 33%가 고관절 골절, 기능 저하로 고생하고, 이후 너싱홈에 거주하거나 결국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노쇠한 여성의 고관절골절은 노인 건강의 매우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골다공증 약물을 예방적으로 처방하는 것이 노인의 남은 여생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80세 이상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골다골증 연구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골다공증 가이드라인에서도 이 영역은 빠져 있다.

최근 발표된 골다공증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50세 이상 골다골증 사인(BMD T-score -2.5 또는 낮은 점수, 척추골절 또는 고관절골절)을 보이는 여성에게  약물을 처방하라고 제시돼 있다. 노쇠한 상태이거나 여러 약물을 복용해 문제가 있는 80세 이상 여성에 대한 언급은 빠져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몇몇 무작위 대조군 임상 연구에 80세 이상의 여성을 연구에 포함하는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그 결과 골다공증 약물을 이들에게 처방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연구가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연구들은 사후분석(post-hoc analyses)을 통한 연구이거나 너싱홈과 관련된 소규모 연구라 근거가 미약하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골다공증 있는 80세 이상 노인 고관절골절 3배 

미국 미네소타대 Kristine E. Ensrud 박사팀이 80세 또는 그 이상 연령의 여성을 대상으로 여러 질병에 이환돼 있고, 고관절골절, 질병 예후 등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 

이 연구는 미국 4개 지역에서 진행한 전향적 코호트로, 골다공증 약물 치료의 잠재적 후보지로 확인된 1528명의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여성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은 NBHA(National Bone Health Alliance)의 기준에 의해 ▲골다공증이 있는 군(N=761)과 ▲골다공증이 없지만 골절위험이 높은 군(N=767)으로 분류했다.

다른 질병에 이환돼 있는 상태에 대해서는 참가자의 자가보고에 기초했다. 또 참가자들의 신체상태와 고관절골절 상태를 4달마다 체크했다.

이 연구 결과는 6월 17일 JAMA Intern Med 온라인에 게재됐다. 

연구에 참가한 사람은 모두 여성이었고, 평균 나이는 84.1세였다.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125명(8.0%)의 여성에게서 고관절골절이 나타났고, 287명(18.8%)은 고관절골절이 나타나기 이전에 사망했다.

5년 동안 사망한 사람은 골다공증이 있는 군에서 24.9%(95% CI, 21.8~28.1), 골다공증이 없지만 골절위험이 높은 군에서 19.4%( 95% CI, 16.6-22.3)인 것으로 나타났다. 두 그룹 모두에서 여러 질병에 이환돼 있거나 예후가 나쁘면 사망률도 비슷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5년 동안의 고관절골절 확률은 골다골증이 있는 군에서 13.0% (95% CI, 10.7-15.5), 골다골증은 없지만 골절위험이 높은 군에서는 4.0% (95% CI, 2.8-5.6)인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 결과 고관절골절 차이는 환자가 앓고 있는 동반질환과 질병 예후에서 확연한 차이를 드러냈다.

한 예로 3개 이상의 동반질환이 있는 여성(골다공증이 있는)의 고괄절골절 확률은 18.1%(95% CI, 12.3-24.9)인 것에 비해 그렇지 않은 여성(골다공증이 없고 골절위험이 높은 여성)은 2.5% (95% CI, 1.3-4.2)에 불과했다. 

Ensrud 박사는 "골다공증이 있는 군이 그렇지 않은 군보다 고관절골절이 3배 정도 높았다"며 "노인이 앓고 있는 동반질환이나 예후 등이 고관절골절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 80세 이상 여성은 고관절골절에 대해 상담받아야 하고, 비록 여러 가지 의학적 문제를 갖고 있고, 기대 수명이 제한돼 있더라도 골다공증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골감소증 여성에게 약물처방 고려해야" 

논문의 주 저자인 Ensrud 박사는 골다골증(T-score -2.5  또는 더 낮은) 위험이 있는 여성에게 임상의사들은 골절예방을 위한 치료 초기부터 골다공증 약물을 고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이에 대해 의료진 의견은 조금 달랐다. 

순천향서울병원 변동원 교수(내분비내과)는 골감소증이 있는 노인을 적극적으로 치료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변 교수는 "골다공증뿐만 아니라 골감소증에서도 골절이 많이 발생한다. 그런데 제대로 치료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급여가 되지 않아서인데, 정부가 골감소증이 있고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 사람에게만 급여를 해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비용 때문에 급여를 주저하고 있는데, 그 비용은 골절이 발생했을 때 들어가는 비용의 10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반면 한양대구리병원 박예수 교수(정형외과)는 여러 동반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에게 골절예방을 위해 골다공증 약물을 처방하는 것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반대이고,'case-by-case'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가 80세 이상 노인에게 골다공증 약물 처방은 조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이랬다. 대부분의 노인이 여러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데, 여기에 약을 추가하는 것을 힘들어 한다는 것이다. 또 경구용인 비스포스포네이트 제제는 위장 장애가 생길 수 있고, 주사약은 비싸기 때문이란다. 

박 교수는 "80세 이상 노인은 당뇨병 약물이나 항혈전제 등 많은 약물을 복용하는데, 이들 약물이 이차성 골다공증을 유발할 수 있다"며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면밀하게 살피면서 골다공증약을 처방할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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