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섭취 줄이기·금연·다중약물요법에 드는 비용


하버드대연구팀, "WHO 목표 70%까지 달성 가능"

 저개발국이나 개도국에서 심혈관질환 사망률을 줄이기 위한 비용효과적 방법으로 소금섭취량 감소, 금연, 다중약물요법의 확대가 적극 권장됐다.

특히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게 아스피린, 지질저하제, 항고혈압제의 다중약물요법이 적극 적용될 경우 향후 10년간 1800만명의 사망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미국 하버드의대 토마스 가지아노(Thomas Gaziano) 교수팀은 "Lancet 2007;370:1939-1946" 최근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이같은 약물요법을 확대적용(scale up)하는데 1인당 평균 1달러가 조금 넘게 소요된다"며 "이를 통해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만성질환 사망률 감소목표를 70%까지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심혈관질환, 암, 당뇨병, 만성호흡기질환 등으로 대변되는 만성질환은 전세계적으로 주요 사망원인이다. 하지만, 저개발국에서는 여전히 보건이슈의 영역에서 밀려난 상태로 매년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WHO는 이같은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2015년까지 만성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을 매년 2%씩 감소시켜 나가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향후 10년간 전세계적으로 2400만명의 사망을 막겠다는 것이다.

 가지아노 교수팀은 저개발국과 개도국을 포함한 23개국을 선정해 만성질환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비용효과적 방법들을 조사했다.

 연구에 선정된 23개국은 개도국 가운데 전체 만성질환 사망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폐해가 심각한 곳이었다. 비용효과가 확인된 관리방법들을 통해 사망률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는지도 추정했다.

 여러 과학적 근거를 통해 비용효과가 확인된 만성질환 관리방법은 소금섭취량 감소, 흡연율 조절, 다중약물요법이었다.

 가지아노 교수는 아스피린, 혈압강하제, 지질저하제 등의 약물이 심혈관질환 예방에 유효성과 함께 비용효과적임이 입증돼 왔으나, 저소득 국가에서 이들 약물의 사용이 여전히 저조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저개발국에서 다중약물요법을 확대적용하는 것이 심혈관질환 사망률을 줄이는데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같은 주장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자 했다. 아스피린, 스타틴, 2개의 항고혈압제로 구성되는 다중약물요법의 확대적용에 소요되는 비용과 가능한 사망률 감소정도를 추정·계산했다.

 그 결과, 심혈관질환 환자나 고위험군을 타깃으로 다중약물요법의 적용을 현재 수준보다 확대할 경우 향후 10년간 1800만명의 사망을 막아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이에 소요되는 연간 비용은 1인당 평균 1.10달러. 저소득 국가는 0.43~0.90달러, 중소득 국가는 0.54~2.93달러의 차이를 보였다.

 가지아노 교수는 최근 여러 약물을 하나의 정제로 혼합한 폴리필(polypill)이 개발단계에 있지만, 이를 기다리기에는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폴리필의 효능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아직 보고된 바 없고 이에 따라 환자에게 적용하기까지는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만큼, 현단계에서 검증된 약물들의 병용투여 확대를 더 이상 지연시켜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한편, 영국 킹스펀드의 프레비즈 아사리아(Previz Asaria) 연구팀 역시 23개국을 대상으로 소금섭취량 감소와 흡연조절이 심혈관질환을 비롯한 만성질환 사망률을 어느 정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인지와 비용효과를 분석했다.

분석결과, 두가지 위험요인이 적극적으로 관리될 경우 향후 10년간 1380만명의 사망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사망률 감소의 혜택이 가장 기대되는 질환은 심혈관질환(75.6%), 호흡기질환(15.4%), 암(8.7%) 순으로 조사됐다.

한편, 두가지 방법의 적용에 소요되는 연간 비용은 저·중소득 국가 모두에서 1인당 평균 0.40달러 미만으로 추정됐다.

 아사리아 박사는 소금섭취량과 흡연율이 저개발국 또는 개도국일수록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높은 소금섭취량과 흡연율은 한국인의 만성질환 유병특성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어 적극적인 대처가 요구되고 있다. 한국인은 전통적으로 소금섭취가 많은 식습관을 가지고 있다.

 관동의대 제일병원 박정배 교수는 "우리나라의 뇌졸중 발생비율이 북미나 유럽에 비해 월등히 높은데, 소금섭취의 증가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일 것으로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소금섭취의 증가는 체내볼륨(체액량)을 올리고 혈관경직도를 증가시킨다. 이로 인해 수축기혈압이 증가하고 혈압약제에 대한 반응도 떨어져 혈압조절을 어렵게 만든다.

 또한 나이가 들면서 소금에 대한 예민도가 증가하기 때문에 혈압증가가 더욱 뚜렷하며, 비만 청소년에서도 혈압은 소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소금섭취를 줄이는 식습관 변화가 요구되는 이유다.

 흡연도 문제다.

흡연율이 줄고는 있지만 우리나라, 일본, 필리핀 등이 아직 50% 정도로 북미와 유럽(20~30%)에 비해 월등히 높다.

특히 우리나라 등 아시아인에서 흡연과 고혈압은 뇌졸중의 가장 위험한 요소이며, 흡연 자체가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전생성을 증가시켜 심혈관질환의 전반적인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만성질환에 관한 10가지 진실

1. 만성질환은 전세계 사망원인의 60%를 차지한다.
2. 만성질환의 80%는 저·중소득 국가에서 발생한다.
3. 만성질환의 주요 위험인자는 위해한 식습관, 운동부족, 흡연 등이다.
4. 전세계적으로 성인 10억명 가량이 비만에 해당한다. 적절히 대응치 않으면 2015년에는 15억명까지 증가할 것이다.
5. 과다체중인 5세 미만 소아는 2200만명에 달한다.
6. 매년 흡연으로 500만명 이상이 사망한다.
7. 만성질환의 주요 위험인자를 막을 수만 있다면 심혈관질환과 당뇨병의 80%, 암은 40%까지 예방이 가능하다.
8. 만성질환의 절반 가량은 70세 이하 연령대에서 발생한다.
9. 만성질환은 전세계적으로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동일한 영향을 미친다.
10. 당장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연간 1700만명이 만성질환으로 인해 조기 사망할 것이다.   

출처: W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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