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협, 병동제 찬성 vs 재활병원협, 규모 작은 요양병원 망하는 길
복지부는 불구경?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정부가 제1기 재활의료기관 지정기준을 발표한지 얼마되지 않아 병원계 내부에서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

재활의료기관에 병동제 설치를 두고 대한요양병원협회와 대한재활병원협회 간 이견이 생긴 것이다.

요양병원협, 병동제만이 살길  

병동제를 먼저 요구하고 나선 곳은 요양병원협회다. 

최근 요양병원협회는 상임이사 및 시도회장 합동회의를 열고, 재활의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병동제 방식의 회복기재활을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병동제가 요양병원의 살길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기자들과 만난 요양병원협회 손덕현 회장은 재활의료기관은 병동제 방식으로 재활서비스는 물론 호스피스, 치매, 암 등의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요양병원협회 손덕현 회장
대한요양병원협회 손덕현 회장

손 회장은 "재활의료기관 지정기준을 완화하면 극히 일부 요양병원이 혜택을 볼 수 있겠지만, 환자 중심의 재활의료전달체계를 마련하는 데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며 "유일한 대안은 병동제 방식의 회복기재활을 시행하는 것이다. 병동제만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비용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최적의 모델"이라고 덧붙였다.  

또 "요양병원이 회복기재활을 충실히 할 수 없었던 것은 전문성이 낮아서가 아니라 재활 심사기준과 수가구조가 급성기병원과 다르게 적용됐기 때문"이라며 "급성기병원과 재활기준 등을 동일하게 적용하면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요양병원협회의 병동제 주장에 보건복지부는 일단 긍정적인 반응이다. 

오창현 의료기관정책과 과장은 병동제 방식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으며, 연말에 나올 결과를 토대로 검토해 볼 수 있다는 긍정적 입장을 내놨다. 

오 과장은 "재활의료기관 본 사업 지정 개수는 30개 기관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사업 신청을 결과에 따라 그 수는 더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재활병원협, 병동제 절대 반대

요양병원협회가 병동제 도입을 공식 입장으로 밝히자 재활병원협회가 즉시 반대한다는 입장을 냈다.

병동제 도입은 규모가 작은 요양병원들이 모두 문을 닫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우려였다. 

25일 기자들과 만난 재활병원협회 우봉식 회장은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 내에서는 병동제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재활병원협회 우봉식 회장
대한재활병원협회 우봉식 회장

우 회장은 "재활의료기관에서 병동제로 운영하면 우리나라는 규제 기전이 없어 혼란스런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며 "현재 의료법상 병원 단위로 의료기관의 기능을 나누어 운영하고 있다. 또 실제 재활의료기관 지정 자격에 관한 장애인건강권법에 따라 병원은 병동제를 지정할 수 없는 상태다. 따라서 병동제를 하려면 의료법을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 회장의 논리는 이랬다. 일본처럼 고도급성기-회복기-유지기 등으로 병상 기능을 지정해 지역과 인구에 따른 병상총량제를 운영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병동제를 시행하면 상급종합병원은 물론 한방병원들까지 재활병동에 가세해 의료계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얘기다. 

우 회장은 "병동제가 시행되면 환자가 오랫동안 입원해도 수가가 삭감되지 않는데 대형병원들이 회복기재활병원으로 환자를 보내겠냐"고 반문하며 "대학병원에서도 회복기 재활치료를 하겠다고 병원을 신축하는 움직임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 부담이 적은 병동제를 시행하면 대학병원 뿐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환자를 보내야했던 종합병원들이 재할병동을 개설할 것이다. 요양병원협회가 이런 부작용을 알고 병동제를 주장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한방병원이 회복기 재활의료기관에 참여할 것이란 우려도 내비쳤다. 

만일 병동제가 실시되면 형평성 차원에서 급성기 병원과 한방병원에도 회복기 재활병동을 허용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한방병원에서도 대거 재활병동을 개설할 것이란 걱정이다. 

복지부, 재활의료기관에 대한 빅 피쳐 있나?

일각에서는 정부가 애초에 재활의료기관 그림을 잘못그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큰 그림 없이 제도를 시행해 현장에서 요양병원과 재활병원들이 싸우는 모습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재활의료기관 시범사업을 시작할 때 이미 23개 4150병상은 정부가 요구하는 재활의료기관 기준을 충족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본 사업에 30개 기관, 5000병상 운영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일본은 회복기 재활병상 수를 인구 10만명당 50병상인 6만 병상으로 예측하고 제도를 추진했지만, 불과 3년 만에 궤도를 수정했다.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8만병상으로 수정하고 있다. 

우 회장은 "일본의 2000년대 모습이 현재 우리나라 모습과 비슷하다. 우리나라는 5000병상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적어도 2만 5000병상은 돼야 한다"며 "급성기의료의 진료비를 잡지 못하면 급증하는 의료비 문제는 컨트롤 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또 "정부가 일본처럼 빅피쳐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일단 시행해보고 수정한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며 "정부가 시행규칙을 온화하고 요양병원들이 회복기 재활병원에 편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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