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심장협회·심부전학회 '제2형 당뇨병 및 심부전' 공동 성명 발표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미국 심장학계가 발표한 '제2형 당뇨병 및 심부전 동반 환자 관리전략 성명(statement)'에서 항당뇨병제 간 희비가 엇갈렸다.

미국심장협회(AHA)·심부전학회(HFSA)는 '제2형 당뇨병 및 심부전'을 주제로 제작한 공동 성명을 Circulation과 Journal of Cardiac Failure 6월 6일자 온라인판을 통해 공개했다.

요약하면, SGLT-2 억제제는 심부전 동반 또는 위험이 높은 제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 환자 치료제로 날아올랐지만 티아졸리딘디온계, DPP-4 억제제 등은 힘을 쓰지 못했다.

성명 제작을 이끈 미국 메이오클리닉 Shannon M. Dunlay 박사는 "당뇨병과 심부전은 임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질환으로 환자들은 두 질환을 동반하기도 한다"며 "당뇨병과 심부전 관리전략에 대한 각각의 가이드라인은 마련됐지만, 두 질환을 모두 앓는 환자를 위한 진료지침은 충분하지 않았다"며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성명은 당뇨병과 심부전의 공동 관리전략을 제시하면서 향후 진행해야 할 연구를 담았다. 본지는 이번 성명을 토대로 최적 치료옵션으로 제시한 항당뇨병제 순으로 정리했다. 

심부전 동반 당뇨병 환자, 목표 당화혈색소 '7~8%'

심부전 동반 당뇨병 환자의 당화혈색소 목표치는 7~8%로 설정했다. 아직 심부전 동반 당뇨병 환자의 당화혈색소 목표치를 제시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기에 미국 당뇨병 가이드라인의 동일한 목표치를 주문했다. 

단 심부전 중증도를 포함한 동반질환 상태를 파악해 개별화된 치료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당화혈색소를 낮췄을 때 얻을 수 있는 혜택과 잠재적 위험을 평가해 목표치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강력한 혈당 조절의 혜택이 나타나기까지의 시간(lag period)은 10여년이 필요하므로, 항당뇨병제는 환자의 기대 여명과 잠재적 혜택 및 위험을 고려해 최종 결정하도록 했다. 

SGLT-2 억제제 
심부전 동반 당뇨병 환자에게 '최적'

카나글리플로진, 다파글리플로진, 엠파글리플로진 등 SGLT-2 억제제는 심부전 동반 또는 위험이 높은 당뇨병 환자에게 최적 선택지임을 명확히 했다. SGLT-2 억제제는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심혈관사건 등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최근 SGLT-2 억제제는 당뇨병을 동반하지 않은 심부전 환자에게도 유용한지 확인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돼 한층 더 강력한 치료제로 진화할지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다만 SGLT-2 억제제의 생식기 칸디다증, 정상혈당인 당뇨병성 케톤산증, 하지절단, 골절 등 위험을 고려해 심혈관계 혜택과의 균형을 맞춰 치료를 진행하도록 주문했다.

메트포르민 
심부전 동반 당뇨병 환자에게 '합리적'

당뇨병 1차 약물인 메트포르민은 심부전 동반 또는 위험이 높은 당뇨병 환자 치료제로 합리적이라고 명시했다.

메트포르민은 젖산산증(lactic acidosis) 위험을 높인다는 우려로 과거 심부전 환자에게 금기됐었지만, 다양한 관찰연구에서 생존 혜택이 보고돼 이번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메트포르민 복용 후 심인성 쇼크 또는 분포성 쇼크 등 젖산산증 관련 급성 증상이 나타난다면 치료를 중단하도록 했다. 

GLP-1 제제
'안전'하지만…HFrEF 환자에게는 '주의'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심부전 위험이 높은 당뇨병 환자에게 안전한 치료제이지만 일부 환자에게는 투약에 주의해야 한다며 중립적인 선택지로 남겨뒀다.

GLP-1 수용체 작용제는 대규모 무작위 연구를 통해 당뇨병 환자의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과 사망 위험을 낮추는 혜택이 입증됐다. 게다가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아, 심부전 예방 효과는 없을지라도 심부전 위험이 높은 당뇨병 환자에게 안전한 치료제로 자리 잡았다. 

단 박출률 감소 심부전(HFrEF) 환자와 최근 대상부전(decompensation) 발병 환자는 GLP-1 수용체 작용제를 주의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들에게서 GLP-1 수용체 작용제의 혜택을 확인한 근거가 없고 최근 소규모 무작위 연구들에서 예후 악화를 보고해 치료에 신중하도록 했다.

설포닐우레아계
'CAROLINA 연구'로 분위기 전환할까

설포닐우레아계는 심부전 동반 당뇨병 환자 치료제로 제시하기에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돼 이번 성명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분위기 전환 가능성은 남아 있다. 10일 미국당뇨병학회 연례학술대회(ADA 2019)에서 공개된 CAROLINA 연구 결과에서 설포닐우레아계인 글리메피리드(1일 최대 4mg)가 리나글립틴과 비교해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지 않아, 심혈관에 위험한 약이라는 오명을 벗었기 때문이다. 심혈관 안전성 평가에는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향후 설포닐우레아계가 심부전 동반 당뇨병 환자에게도 안전할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슐린 
메트포르민·SGLT-2 억제제보다 순위 밀려

인슐린은 심부전 동반 당뇨병 환자 치료제로 메트포르민과 SGLT-2 억제제보다 우선순위가 밀렸다. 성명에서는 인슐린 없이 메트포르민, SGLT-2 억제제 등으로 혈당이 조절된다면 인슐린보단 이러한 항당뇨병제 치료를 진행하도록 했다. 

ORIGIN 무작위 대조군 연구 결과, 인슐린은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등을 포함한 심혈관 예후에서 표준치료와 차이가 없었다(N Engl J Med 2012;367:319~328).

하지만 인슐린이 심부전 위험을 높인다는 관찰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임상연구의 하위분석에서도 인슐린이 심부전 동반 당뇨병 환자의 사망 위험을 높임을 시사해 이번 성명에서 인슐린 투약에 주의를 요한 것이다. 

아울러 인슐린은 체중 증가와 저혈당증과의 연관성이 확인돼 투약 시 신중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DPP-4 억제제 
심혈관 '혜택' 입증 근거 불충분

알로글립틴, 리나글립틴, 삭사글립틴, 시타글립틴 등 DPP-4 억제제는 심부전 위험이 높은 당뇨병 환자 치료제로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DPP-4 억제제는 심혈관 혜택을 입증한 근거가 없으며, 일부 DPP-4 억제제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인 당뇨병 환자의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이 확인됐다는 이유에서다.

또 DPP-4 억제제가 심부전 동반 당뇨병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기전 상 우려스러운 신호가 확인되는 등 이와 관련한 연구가 더 필요한 상황.

결과적으로 AHA·HFSA는 위험 대비 혜택 측면에서 심부전 동반 또는 위험이 높은 당뇨병 환자에게 DPP-4 억제제를 투약하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했다.

티아졸리딘디온계 
심부전 없는 당뇨병 환자도 '주의'

티아졸리딘디온계에도 암운이 드리웠다. 

무작위 대조군 연구에서 티아졸리딘디온계가 심부전이 없는 환자의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율 증가와 관련된 것으로 보고됐기 때문. 게다가 HFrEF 동반 당뇨병 환자는 티아졸리딘디온계 복용 시 심부전 위험 증가가 확인됐다. 

이에 성명에서는 티아졸리딘디온계를 심부전 동반 당뇨병 환자 치료제로 권고하지 않았고, 심부전이 없는 당뇨병 환자도 심부전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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