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정부, 소아용 인공혈관 재고 바닥난 뒤 급하게 해결 나서"
식약처의 직접 수입·공급 결정, 근본적인 해결책 되지 않는다고 진단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는 14일 세종대 컨벤션센터에서 '제33차 춘계통합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학회 오태윤 이사장은 소아용 인공혈관 공급 중단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는 14일 세종대 컨벤션센터에서 '제33차 춘계통합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학회 오태윤 이사장은 고어사의 소아용 인공혈관 공급 중단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고어사태는 문제가 해결됐다기보다는 무마된 상태다. 환우회와 학회가 문제 해결에 나섰고 정부가 한 일이 거의 없다. 고어사태는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이사장 오태윤)가 고어사(社)의 소아용 인공혈관 공급 중단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 과정에 쓴소리를 내놓았다.

학회는 2017년부터 이번 사태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지만, 정부는 국내 소아용 인공혈관 재고가 바닥나고 나서야 급하게 문제 해결에 나섰다는 것이다.

게다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12일 소아용 인공혈관 등 희귀·난치질환자에게 필요한 의료기기를 직접 수입하겠다고 밝혔음에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학회는 14일 세종대 컨벤션센터에서 '제33차 춘계통합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아용 인공혈관 공급 중단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학회는 2년 전부터 고어사가 한국 시장을 철수키로 결정하면서 소아심장수술인 폰탄수술에 사용하는 인공혈관의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고 지적해 왔다. 소아심장수술에 사용하는 인공혈관은 고어사 제품이 유일하다.

오태윤 이사장(강북삼성병원)은 "2017년부터 고어사태의 심각성을 이야기해왔지만 식약처 담당자가 바뀌고 이번 일에 무관심해지면서 결국 소아용 인공혈관 재고가 떨어지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며 "환아 보호자들이 나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인공혈관 공급을 호소한 뒤에야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급한 대로 고어사는 지난 3월 소아용 인공혈관을 우선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식약처는 희소·긴급도입 필요 의료기기의 국가 공급체계 구축 등을 골자로 하는 '의료기기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학회에 따르면, 고어사는 대체 제품이 없는 경우 최소한으로 제품을 공급하며 한국에 다시 들어오지 않겠다는 원칙은 변함이 없다. 

학회 김웅한 차기 이사장.
▲학회 김웅한 차기 이사장.

김웅한 차기 이사장(서울대 어린이병원)은 "고어사는 최소한 비난을 받지 않을 수준으로, 대체 제품이 없는 경우 최소량만 공급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가 재발할 불씨는 남아 있다"며 "정부가 희귀·난치질환자에게 필요한 의료기기를 직접 수입해 공급하겠다고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학회는 고어사가 소아용 인공혈관 등을 추가 공급하기로 한 결정에 학회와 환우회의 공이 컸다고 강조했다. 

김 차기 이사장은 "학회는 우선 이 문제를 해결해보자고 미국 고어 본사에 연락했고, 고어사는 당장 필요한 인공혈관 20개 등을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이후 정부는 이 문제가 해결됐다고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고어사는 학회와 환우회에게 제품을 공급할 테니 더 이상 회사를 부정적으로 알리거나 회사에 항의하는 일이 없도록 요청했다는 게 학회 설명이다.

학회는 이번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인공혈관의 낮은 수가와 식약처의 GMP(제조 및 품질관리) 심사 절차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어사는 인공혈관 보험수가 인하와 GMP 심사 절차에 불만을 제기하며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다. 식약처는 이번 사태가 심각한 상황에 이른 뒤에야 인공혈관 가격을 높이고 GMP 심사 부담을 줄여달라는 고어사 요구를 받아들였다.

김 차기 이사장은 "(소아용 인공혈관이)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음에도 국내 허가를 받는 과정이 까다롭다. 국내 인공혈관 시장 규모도 작다"며 "외국에서 심장수술에 쓰일 수 있는 제품이 시장에 나오더라도 국내에는 들어오지 않는다. 까다롭고 복잡한 국내 도입 조건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내 시장 규모가 작고 저수가인 상황에서 이번 사태는 반복될 것이다"면서 "국내 시장은 너무 작은데 정부는 회사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개선되지 않는 것 같다. 정부가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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