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부 박선혜 기자.

국내 학회가 진행하는 여러 활동 중 공을 들이는 작업이 진료지침 개정이다. 진료의 나침반이 되기에 진료지침 개정판이 발표되면 변화하거나 새롭게 추가된 진단기준 및 치료전략에 의료계의 이목이 쏠린다.

특히 외국 진료지침의 권고안이 달라졌다면 국내 진료지침에 반영됐는지, 신약 또는 새로운 치료기기가 이름을 올렸는지도 이슈가 된다.

진료지침을 개정할 경우 권고안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가 쌓여야 하고 전문가들의 논의도 이뤄져야 한다. 때문에 진료지침 개정판이 발표되면 다음 개정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논의가 필요한 만큼 개정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어 발표된 새로운 연구를 진료지침에 반영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개정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높은 수준의 근거가 발표된다면, 이를 반영하고자 전체 개정을 할 수 없으므로 다음 개정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 같은 한계점을 극복하고자 학회는 개정 주기를 단축하는 방안을 구상한다. 하지만 이 역시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의학 트렌드와의 속도 차를 좁히는 방법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학회는 '실시간(real-time)' 진료지침 업데이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시간 진료지침 업데이트란, 새로운 근거가 쌓이거나 보건당국의 결정에 변화가 있다면 가능한 한 빨리 진료지침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이를 잘 활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학회가 미국당뇨병학회(ADA)다. ADA는 매년 진료지침을 개정해 책으로 출간한다. 미국 심장학계가 지난해 콜레스테롤 진료지침 개정판을 발표하기까지 5년이 걸린 점을 비춰보면 그 주기가 짧다.

ADA는 여기서 더 나아가 2018년부터 실시간으로 진료지침을 온라인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업데이트하고 있다. 새로운 근거가 빠른 속도로 축적되고 있어 기존 개정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판단에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실제 ADA는 지난 2월 미국식품의약국(FDA)이 다파글리플로진 처방이 가능한 환자군의 추정 사구체여과율 기준을 낮추자 한 달 뒤 진료지침에 반영했다.

또 지난 4월 CREDENCE 연구를 통해 카나글리플로진의 신장 보호 혜택이 확인되면서 이를 근거로 진료지침의 '신장 관리 가이드라인' 섹션 권고안을 이번 달에 업데이트했다. 

물론 이러한 방법을 국내에 그대로 반영한다면, 논의 및 관련 연구가 더 진행돼야 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게다가 실시간 업데이트를 위해 추가적인 인력, 재정 등이 필요한 점도 학회 입장에서는 부담일 것이다.

하지만 개정판 출간까지 논의만 거듭한다면 환자들에게 보다 효과적인 치료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시기는 늦어진다. 이는 결국 진료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다. 

진료지침 개정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한다. 그러나 기존 개정 방식에만 머물러 있다면 치료 변화의 물결을 타는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 고전적인 방식을 탈피한 과감한 도전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