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개방성 확대·빅데이터 활용 거버넌스 확립이 연구 활성화 가능케 할 것
건보공단, 다양한 검진자료 변수 강점 강조
정부 "교수·연구자들 적극적 자료 요청해 달라"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코호트로 알려진 국민건강보험 건강검진 코호트 자료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것에는 교수, 연구자, 정부 사이에 이견이 없는 모양새다. 

문제는 이 자료의 연구 활성화를 위해 어떤 방안과 고민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는 이제 막 걸음마 단계라는 부분이다.

희망적인 것은 건강검진 코호트 자료를 통한 연구에 목말라 있는 교수들의 입장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감했다는 것인데, 이는 향후 활용 기대감이 높아지는 이유가 됐다.
 

25년 된 국민건강보험 건강검진 코호트가 지닌 장점은 무엇?

국민건강보험 건강검진코호트는 1992년부터 1999년까지 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직원, 피부양자 총 238만 4045명을 대상으로 구축된 연구 자료다.

구축 당시 세계적으로 가장 큰 규모의 코호트서 주목받았고, 지금까지 '한국인의 암 예방 연구'라는 이름으로 많은 성과를 발표했다.

여기에 최근 국민 건강검진 데이터까지 더해져 25년간의 데이터베이스(DB)가 축적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대한예방의학회, 연세대학교와 함께 지난 12일 프레스센터에서 건강검진 코호트 연구의 25년을 조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행사의 시작도 국민건강보험 건강검진 코호트 자료가 지닌 25년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과 장·단점 소개로 시작됐다.

건보공단 김용익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보건의료 빅데이터의 활용 범위와 가치를 넓히려면 기술적 요소뿐만 아니라 정보 품질까지 높여야 하므로 수집된 빅데이터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활용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 연구조정실 백종환 부연구위원(왼쪽)과 빅데이터실 김연용 전문연구위원.
건강보험정책연구원 연구조정실 백종환 부연구위원(왼쪽)과 빅데이터실 김연용 전문연구위원.

건강보험정책연구원 연구조정실 백종환 부연구위원은 현재 일반건강검진 자료에 없는 다양한 변수를 담고 있는 것이 건보공단 코호트 자료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국민건강보험 건강검진 코호트 자료에는 일반검진 항목 외 60여 개의 검사 항목과 교육수준, 사회경제적 지표 등이 포함돼 있다.

또 병원별로 우울증과 스트레스 등의 기타 정보와 수집된 혈액을 이용한 다양한 바이오마커(biomarker)도 존재한다. 

즉 △식습관 △커피·음료 섭취습관 △영양제 복용 여부 △건강진단 실시 횟수 △수혈 유무 △염려 증상 등의 문진 항목 △알부민 △감마지티피 △유산탈수효소 △알카리포스파타제 △알파휘토단백 등의 측정 항목이 건보공단 코호트에는 기록돼 있는 것이다.

백종환 부연구위원은 "단지 민간 종합검진 수검자 코호트여서 모든 국민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것은 대표성 측면에서 단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 빅데이터실 김연용 전문연구위원은 코호트 자료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최소화 해 활용가치를 극대화할 것을 주문했다.

김연용 전문위원은 "장점 극대화를 위해 장기적 추적관찰이 필요한 생활습관에 대한 새로운 주제 및 아이디어 발굴 연구가 있어야 한다"며 "피부양자를 제외하고 수검률이 90% 이상인 공무원과 교직원만으로 분석하면 대표성이 낮은 단점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제언했다.

김 전문위원의 설명처럼 해당 코호트 자료는 지금의 건강검진 제도와 달리 짝수년도에는 공무원·사립학교 교직원이, 홀수년도에는 피부양자로 구성됐는데 짝수년도에는 수검률이 100%에 가까운 반면 홀수년도에는 30%대에 머물러 있다.

김 전문위원은 "자료 정확성에 대한 근거 확인 및 보완을 통해 기존 매뉴얼을 정비하고 향후 추가적인 자료연계 가능성도 검토해야 한다"며 "과거 누군가의 아픔과 사망 기록이 빅데이터의 사회적 환원으로 귀결돼 국민들에게 연구가 필요하다는 당위성을 설명하는 자료로 활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개방성 확대해 사용자 문턱 낮춰야' 한목소리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자료가 필요한 사람들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머신러닝 기술 등을 적용한 건보공단 차원의 하드웨어 구축과 적극적인 홍보, 개방성 확대 등을 선결과제로 꼽았다.

대한예방의학회 최보율 이사장(한양의대)은 "코호트 연구와 배포가 공공적이어야 한다"며 "자료를 모든 연구자에게 공개하고, 이들이 자유롭게 쓰고 많은 결과를 도출해 건강증진이나 질병예방 등 건강관리에 활용하는 것이 공공적인 것이다"고 설명했다.

오상우 동국대일산병원 교수(가정의학과)는 "건보공단이 자체적으로 연구하는 것도 좋지만 넥스트 업그레이드를 위해 오픈 마인드가 중요하다"며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넓은 범위의 코호트 구축이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광기 인제대 보건대학원 교수 또한 "젊은 학자들이 연구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지금보다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확대했으면 한다"며 "적극적으로 홍보해 개방성을 넓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뜻"이라고 첨언했다.

조성일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자료가 필요한 사람들이 최적화된 성과를 내기 위해 하드웨어를 대폭 구축·지원하고 빅데이터 기술 단계에서의 거버넌스 마련 중요성을 강조했다.

건강검진 코호트 자료가 귀중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으나 접근성이 너무 낮아 연구자들의 애가 탄다는 볼멘소리도 있다.

코호트 자료의 지역사회 연계를 신청하면 최대 6개월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일부 교수의 하소연이 그것.

공단일산병원연구소 박병규 센터장은 "자료신청 단계에서부터 연구계획서를 미리 검토해 선별하는 것도 요청한 자료를 받기까지 장시간이 걸리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라며 "만약 일반 연구자들에게 코호트 자료가 공개된다면 기존 DB와 차별화하기 위해 건보공단이 충분한 교육을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건보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 이용갑 원장은 건보공단 빅데이터실 자료를 포함해 모든 코호트 데이터가 많은 연구에 쓰였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자료를 활용할 수 있게 개방하고 교육해달라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요청해달라는 역제안을 한 것.

이용갑 원장은 "이 데이터가 많은 연구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건보공단의 목표"라며 "건강정책에 중요한 기초자료가 되려면 활발한 연구가 필요하니 교수들과 연구자들이 적극적으로 요구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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