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 및 CRO, NRDO 자회사 설립 러시..."개발 속도 빨라질 것"
업계 일각서 나오는 비판 "NRDO 성공가능성은 글쎄"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국내 제약업계가 NRDO(No Reaserch Development Only)에 주목하고 있다. 

유망한 신약 후보물질을 도입해 상용화를 위한 초기 개발을 진행한 후 되파는 사업모델이 성공할 것이란 기대감이다.

다만,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네트워크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NRDO 사업모델은 국내서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도 내놓는다.

국내 제약사·CRO, NRDO '주목'

제약업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일동제약과 한독, CRO(임상시험수탁기관)인 LSK Global PS는 신약 개발을 위해 NRDO 사업에 뛰어들었다. 

NRDO는 말 그대로 될성 싶은 후보물질을 외부로부터 도입해 독성시험, 효력시험 등 개발 초기 단계를 완료한 후 라이선스아웃하는 형태의 사업모델이다.

NRDO는 주로 바이오벤처가 택하는 사업모델로, 이들을 비연구개발전문 또는 개발중심 바이오벤처로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내 제약업계도 NRDO 사업에 뛰어들었다.

실제 일동제약은 최근 기존 연구소와는 별도로 NRDO 모델의 신약개발 회사 아이디언스를 새롭게 설립했다.  

아이디언스는 NRDO 모델에 맞게 파이프라인 발굴 등 신약개발 업무를 집중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CRO인 LSK Global PS는 올해 3월 LSK NRDO를 설립하고 동국대학교 산학협력단과 고형암 치료제 후보물질 DGG-200338의 특허 및 기술 양도계약을 체결했다. 

LSK NRDO는 동국대 산학협력단으로부터 해당 후보물질의 특허를 양도받아 CMC(Chemistry Manufacturing and Control) 및 비임상을 진행, 2021년까지 임상 1상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한독과 유한양행은 직접 자회사를 설립한 일동제약과 달리 투자를 진행한 상태다.

유한양행은 작년 6월 국내 NRDO 사업모델의 대표격인 브릿지바이오에 지분을 투자했다. 규모는 약 20억원.
유한양행은 자체적으로 발굴한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에 대해 브릿지바이오와 공동연구하고 있다. 

한독도 최근 NRDO 기반 미국 바이오벤처 트리거테라퓨틱스에 500만달러를 투자했다. 

트리거테라퓨틱스는 작년 4월 설립된 회사로, 국내 바이오벤처인 에이비엘바이오로부터 이중항체 기반 신약 후보물질 4건을 이전 받아 공동개발 중이다. 

한독은 트리거테라퓨틱스와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신약을 개발, 상업화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제약업계는 NRDO 사업모델이 신약개발에 가속도를 붙여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NRDO를 통해 신약을 개발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파이프라인도 다양화할 수 있다"며 "특히 NRDO 사업모델은 신약개발 과정에서의 실패 리스크도 최소화할 수 있는 만큼 각광받는 사업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서 비판론도 제기 "성공사례 없지 않는가"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NRDO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NRDO 사업모델이 국내에서는 생소하기도 하거니와 유망한 후보물질을 도입하고 되팔기 위해서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A 제약사 개발부 한 임원은 "NRDO 사업모델은 후보물질의 성공가능성을 보는 눈도 중요하고 경제적인 비용으로 도입할 수 있는 협상력도 필요하다"며 "아직까지 생소한 개념인 NRDO가 국내서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도입한 후보물질이 전도유망하고, 개발 속도도 빠르다면 좋은 사업모델이 될 수 있지만, 국내서는 언감생심이라는 지적이다. 

이 임원은 "아웃소싱을 통해 적은 인력으로 운영이 가능할뿐더러 이를 비싼 가격에 라이선스아웃하는 것만 놓고 보면 매력적"이라면서도 "NRDO의 성공에는 후보물질 도입부터, 초기개발, 라이선스 아웃까지의 네트워크 구축이 가장 큰 허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NRDO를 표방한 국내 바이오벤처의 성공사례가 없다는 점도 지적사항으로 나왔다. 

실제 국내 NRDO의 대표격인 브릿지바이오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평가에서 탈락했다.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조건이 까다로워진 점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NRDO의 기술을 평가하기에는 이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NRDO를 표방한 바이오벤처가 기술특례제도를 통해 상장한 후 많은 투자금을 유치했거나, 도입한 후보물질이 비싼 값에 라이선스 아웃이 진행된 선례가 있었다면 사업모델을 인정할 것"이라며 "도전을 위한 사업모델로서는 좋지만, 쉽지 않은 길임에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한 관계자는 "좋은 신약 후보물질을 갖고 있다고 가정할 때 NRDO에 팔기보다는 좋은 제약사에 값을 더 받고 파는 게 당연한 생각"이라며 "NRDO도 나름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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