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격생 소송 끝에 지난해부터 시험 문항 항목과 합격선·취득점수 공개 전환
2019년도 실기시험부터 이의제기 기간 신설…CCTV 공개 가능성 여부 촉각

의사국시 필기시험 장면. ⓒ메디칼업저버 김민
2018년도 의사국가고시 필기시험장 장면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많은 부분에서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시험의 현실성과 객관성을 좀 더 높이는 방향으로 변모될지 주목받고 있다.

특히, 실기시험에 대해 그동안 수험생들이 가진 의문과 불만이 일부 해소될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하 국시원, 원장 이윤성)은 최근 2019년도 제84회 의사국시 실기시험계획을 공고하면서 이의제기 제도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올해 국시 실기시험은 오는 7월 29일부터 8월 2일까지 인터넷 접수 기간을 거쳐, 9월 4일부터 11월 22일까지 총 51일간 국시원 의사실기시험 A·B센터에서 진행된다.

합격자는 의과대학 교수로 구성된 합격선 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된 합격점수 이상을 득점한 자로, 발표는 12월 20일 오전 11시 국시원 인터넷 및 모바일 홈페이지, 휴대폰 문자로 개별 통보된다.

눈에 띄는 점은 발표일을 포함해 합격자 발표 후 5일 이내 이의제기가 가능하다는 부분으로, 이번 제84회 실기시험의 경우 12월 24일 18시까지가 기한이 된다.
 

2018년 불합격생들, 실기시험 CCTV 공개 행정소송 中
서울행정법원, "신청인이 요구한 영상자료 제출해라" 주문

실제로 의사국시 실기시험 응시자들 중 일부는 실기시험 합격자 발표 후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통로를 찾지 못해 답답함을 호소해왔다.

불합격 처분의 정당성을 확인하기 위한 가장 명확한 방법이 실기시험 CCTV 녹화자료 공개임에도 국시원 측이 CCTV의 목적은 시험의 재평가를 위한 것이 아닌 예기치 못한 사고 등을 예방하기 위함이라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국시원의 2019년도 제84회 의사국시 실기시험계획 공고 중 일부 발췌. 이의제기 기간을 신설한다는 내용이 눈에 띈다.
국시원의 2019년도 제84회 의사국시 실기시험계획 공고 중 일부 발췌. 이의제기 기간을 신설한다는 내용이 눈에 띈다.

이에 현재 2018년 의사국시 실기시험 불합격자 8명은 국시원과 행정소송 중에 있고, 최근 서울행정법원이 불합격의 근거를 확인하기 위해 국시원으로 하여금 소송을 제기한 응시자의 실기시험 과정 녹화 CCTV를 공개하라고 주문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신청인들의 증거보건을 청구하는 CCTV 영상부분은 신청인들의 실기시험 과정을 촬영한 것으로 이를 통해 신청인들에 대한 불합격 처분의 당부(當否)를 판단할 수 있어 보전될 증거와 신청인이 증명하고자 하는 사실 사이의 관련성 및 증거보전의 필요성을 모두 인정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이어 "피신청인(국시원)이 보관하고 있는 영상자료에 대한 검증을 실시하기로 하고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366조 제1항, 제343조에 따라 피신청인에게 위 영상자료가 저장된 저장매체의 제출을 명하기로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불합격생들이 CCTV 녹화자료 공개를 강력히 요구하는 이유는 모의 진료 평가인 CPX 항목 실기시험 때문이다.

실기시험 총점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CPX항목에서 각 항목 당 평가에 임하는 SP(표준화환자)들의 비전문성과 무성의한 태도로 시험을 제대로 치르지 못한 경우가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CPX 시험은 일반인 1명이 의사 역할을 하는 응시자의 표준화환자 역할을 하고, 나머지 1명은 시험장 밖에 있는 유리방 안에서 진료에 필요한 수기를 응시자가 이행했는지 체크한다.

CPX 점수는 SP 2명의 집중력과 해당진료에 대한 지식수준, 연기력, 컨디션 등에 좌우 된다는 일각의 지적이 있을 법한 상황.  

의사국시 CPX 실기시험장에서 응시생이 표준화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모습. 밖에서 또다른 SP가 이 모습을 보고 체크한다. SP의 비전문성과 무성의한 태도에 대한 지적은 응시자들로부터 끊이지 않던 논란이다.
의사국시 CPX 실기시험장에서 응시생이 표준화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모습. 밖에서 또다른 SP가 이 모습을 보고 체크한다. SP의 비전문성과 무성의한 태도에 대한 지적은 응시자들로부터 끊이지 않던 논란이다.

소송에 참여한 불합격생들은 사람이 사람을 체크하는 실기시험이기 때문에 실수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은 인정하나 이의를 제기했을 때 CCTV나 녹취록 등을 통해 재확인 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소송단에 참여 중인 A씨는 "응시자들은 자신이 왜 합격을 했는지, 왜 불합격을 했는지도 알지 못한다"며 "억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이의제기를 통해 실기평가에 문제가 없었는지 객관적인 검토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올해 도입되는 실기시험 '이의제기 제도'가 서울행정법원의 이번 결정처럼 CCTV공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나 이 같은 수험생들의 불만에 공식적인 채널을 도입하려는 노력으로 사료된다.

A씨는 "소송 과정 중에 국시원이 먼저 올해부터 이의제기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한 것은 큰 발전"이라며 "국시원이 자신들의 문제점을 인정한 것이라고 생각되나 소송단은 앞으로도 시험 결과에 납득할 수 없는 불합격자들의 이의제기를 위해 끝까지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지난해에도 불합격생들 소송 끝에 실기시험 취득점수 공개 이끌어내
이후 실기시험 일부 개선 지속…국시원, 학술세미나서 변화 의지 보여

의사국시 실기시험을 둔 불합격생들의 행정소송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7년도 실기시험 불합격생과 의사 6인으로 구성된 소송단은 지난해 국시원을 상대로 △CPX(표준화 환자 진료) 6문항의 각 항목 △OSCE(단순 수기 문제) 6문항의 각 항목 △각 항목별 합격·불합격 여부 △항목별 응시자의 점수 △OSCE 문항의 항목별 체크리스트 공개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진행했다.

소송 결과, 소송단은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 각 시험 문항의 항목과 각각의 합격선 및 취득점수를 공개해 최종 통과여부를 확인하도록 하는 성적 발표 방식의 개선을 이끌어낸 바 있다.

다시 말해 2018년도 제83회 의사국시 실기시험부터 구체적인 실기 점수가 처음으로 공개됐다는 의미다. 

이어 국시원은 지난 4월, '2022년도 제86회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2021년 하반기 시행)'부터 실기시험의 문항 수를 줄이고 시험시간을 확대한다고 공지했다. 

진료문항과 수기문항으로 나뉘었던 문항 유형이 종합문항으로 통합되고 총 시험문제 수는 12개에서 10개로 축소되며, 시험시간은 기존 10분이던 진료문항과 5분인 수기문항이 통합되면서 1문제당 12분으로 변경 된 것이다.

아울러 표준화 환자를 다루는 진료문항에는 1문제당 배점 100점으로 총점 600점이 주어지고 수기문항은 1문제당 배점 50점으로 총점 300점이 부여, 총점 900점이었던 시험이 1문제당 배점 100점 총점 1000점으로 변화될 예정이다.

국시원의 실기시험에 대한 변화 의지는 지난달 백범김구기념관 컨벤션홀에서 '면허 시험의 변화'를 주제로 열린 학술세미나에서도 드러났다.

당시 국시원 의사실기시험전문위원을 맡은 박훈기 교수(한양의대)는 의사실기시험 개선 실무TF에서 논의 중인 '의사 면허시험 실기시험 개선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박훈기 교수는 "우리나라 의사실기시험은 지난 10년 동안 많은 문제 지적이 있었지만 일부 개선 노력만 있었을 뿐 큰 틀에서의 변화는 없었다"며 "세계적으로 실기시험의 평가 목표가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이어 "진료 문항 위주로 시험을 개편하면서 실제 진료 현장과 같은 현실성을 높였다"며 "실제 환자들이 한 가지 증상만 가진 경우는 없기 때문에 복합 증상 문항의 개발 및 표준화 환자 모형을 결합한 진료와 수기가 합쳐진 문항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2017년 불합격생들의 소송→실기시험 획득점수 일부 공개로 승소→실기시험 문항 축소·시시간 확대→2018년 불합격생들의 CCTV 공개 소송→서울행정법원의 CCTV 공개 주문→실기시험 이의제기 기간 도입.

끝없는 응시자들의 두드림에 서서히 응답 중인 국시원이 국내 의사국시 실기시험에 어떤 변화와 개선을 지속적으로 시도할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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