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무면허 의료행위 근절 의지 부족 지적 나와
PA 필요없는 의료환경 구축 선결이 관건

의료인 업무범위 조정에 앞서 진료보조인력이 필요하지 않는 의료환경 구축이 선결돼야 하며, 정부의 무면허 의료행위 근절 의지가 부족하다는 의료현장의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의료인 업무범위 조정에 앞서 진료보조인력이 필요하지 않는 의료환경 구축이 선결돼야 하며, 정부의 무면허 의료행위 근절 의지가 부족하다는 의료현장의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최근 정부와 의료계, 병원계, 간호계가 의료인 업무범위 조정을 위한 협의체 첫 회의를 가졌지만 무면허 의료행위 근절은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단순히, 의사 업무와 간호사 업무를 명확하게 가르마를 탄다고 해서 무면허 의료행위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PA(진료보조인력)이 필요하지 않는 의료환경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인 업무범위 조정 협의체 첫회의에서는 PA와 전문간호사 영역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PA라는 영역 자체가 한국 의료시스템에는 없기 때문이라는 것.

정성균 대한의사협회 총무이사는 보건복지부가 PA라는 직종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으며, PA라는 용어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정 이사에 따르면, 이미 서울의대 왕규창 교수가 미국 PA 제도 현황과 한국 진료보조인력 업무 현황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으며, 한국 의료시스템에서는 미국의 PA 제도가 불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복지부와 의협이 PA라는 직역이 없다고 선언했지만, 임상현장에서는 공공연하게 활동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협은 PA를 무면허 의료행위로 명명하고 무면허 의료행위 근절 특별위원회를 가동 중이다.

정 이사는 "의사가 해야 할 일과 간호사가 해야 할 일을 명확히 구분하게 되면 그레이 존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무면허 의료행위는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복지부도 의협과 같은 맥락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PA 존재 자체가 없는 분야이며, 의사와 간호사의 업무를 명확히 구분하게 되면 진료보조 인력은 필요치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런 의협과 복지부의 입장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더 우세해 보인다.

복지부가 무면허 의료행위 근절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업무범위를 조정하더라도 편법으로 진료보조인력은 계속해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승우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은 복지부가 PA가 없다고 치부해 버리고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PA에 대해 손을 쓰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무너진 의료전달체계에서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인해 환자들의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대형병원들은 더 많은 의사인력이 필요하지만 경영상 충원할 수 없어 기존 간호사를 편법으로 의사가 해야 할 업무를 시키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의사와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조정한다고 해서 부족한 인력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인력문제는 다른 정책들과 맞물려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사와 간호사간의 업무범위 문제는 단순히 업무의 혼재가 아니라 인력 부족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전공의들의 판단이다.

이승우 회장은 정부의 무면허 의료행위 근절 의지 부족도 문제지만, 병원장과 교수들의 인식 변화가 더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이번 협의체에서 의사가 할 일과 간호사가 할 일에 대해 명확히 구분 한 이후, 그 결과를 토대로 무면허 의료행위를 근절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작업에 대한 복지부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병원계 내부에서도 이번 업무범위 조정 협의체에서 의사와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조정하더라도 진료보조인력의 무면허 의료행위를 근절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병원계에서는 오히려, 진료보조인력이 필요하지 않을 의료환경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진 대형병원의 구조조정이후 의료인력 수요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상급종합병원 A 병원장은 "이번 업무 조정협의로 진료보조인력의 무면허 진료행위는 근절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전문간호사의 영역을 확대해 편법으로 진료보조인력이 그동안 해왔던 업무를 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A 병원장은 "의료인의 업무범위 조정은 무면허 의료행위를 근절하기에는 언발에 오줌누기일 뿐"이라며 "의료전달체계 확립과 3차 병원 병상규모 축소를 통해 전공의 인력만으로 운영이 가능하도록 PA가 필요없는 의료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병원계 일각에서는 비대해진 상급종합병원을 비롯한 대형병원들의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의료인력 수급이 원활해질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건강하지 못한 병원 구조를 바로 잡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비만에 걸린 대형병원이 그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인력을 충원하는 것은 더욱 비만을 악화시킬 뿐, 결국 의료체계는 붕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례로, 미국의 경우 1970년대에는 2000~3000병상의 병원이 많았지만 현재는 그런 대형규모의 병원은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에서 조차 대형화 추세가 지속가능하지 않아 슬림화로 전환됐다는 것이다.

전공의법 시행에 따른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으로 전공의를 대체할 인력이 부족한 현실에서 궁극적으로 미국의 Nurse Practitioner 제도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NP 제도는 경미한 처방에 대해서는 전문간호사가 독자적인 처방권을 갖는 제도이다.

전공의가 부족한 현실에서 전문간호사의 영역을 아무리 넓히고, 입원전담전문의제도 본 사업을 추진하더라도 진료보조인력은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병원계 일각의 주장이다.

복지부가 이번 의료인 업무조정협의체를 운영해 의사와 간호사 간 업무범위를 명확히 한 후, 무면허 의료행위 근절을 위한 정책적 대안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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