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에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SSRI, 심혈관질환 위험 줄이지 않아
美 연구팀, ARIC 연구 통해 SSRI와 심혈관질환 관계 밝혀
심혈관질환 위험과 항우울제 치료 연관성은 불명확

[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그동안 심혈관질환에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이 심혈관질환 부작용을 낮추지 않는다는 연구 논문이 발표 되면서 SSRI 안전성 논의가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미국 에모리대 의과대학 Zakaria Almuwaqqat 연구팀은 ARIC(Atheroscleorsis Risk in Communities) 연구를 진행하면서 SSRI는 다른 항우울제에 비해 통계적으로 심방세동 위험과 관련이 없었다고 밝혀냈다.

또 SSRI 복용은 심부전, 심근경색, 또는 허혈성 뇌졸중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우울증 환자에서 심혈관질환 위험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항우울제가 심혈관질환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아직까지 불명확하다.

아울러 SSRI는 우울증 환자에게 장기간 사용 하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아지는지에 대한 의문이 오랫동안 있었다.

일부 연구는 SSRI, TCA 등 항우울제가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반면 몇몇 연구에서는 항우울제가 그 위험을 감소시키거나 영향이 없는 것으로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신시내티 메디칼센터 Van Chen 박사 연구팀은 지난 2008년 1월에 Annals of Pharmacotherapy에 연구를 발표하면서 SSRI 복용은 심혈관질환 위험을 24% 높인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SSRI 복용은 비SSRI 복용군 비해 허혈성 뇌졸중 위험을 55% 증가시켰다. 이는 항우울제 복용자들에서 심혈관질환 위험이 더 높다는 점에 힘을 실었다(Annals of Pharmacotherapy, 42(2), 177-184). 

반면 일부 연구는 SSRI 복용이 심혈관질환 위험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8년 6월 JAMA에 실린 전남대 의대 김재민 박사팀 연구를 따르면 에스시탈로프람 복용은 위약 복용과 비교 했을 때 주요 심혈관사건(MACE)을 낮췄다(JAMA. 2018;320(4):350-357). 에스시탈로프람군의 주요 심혈관사건 발생률은 40.9%, 위약군은 53.6%였다. 

한편 Journal of Psychosomatic Research에 실린 네덜란드 그로닝겐대 의료센터 Marji Zuidersma 연구팀이 진행한 연구에 의하면 우울증·심근경색 환자에서 항우울제를 사용해도 심혈관질환 사건 혹은 심장 사망률이 감소되지 않았다(Journal of Psychosomatic Research 74 (2013) 25-30). 

이런 상충되는 연구 결과들 때문에 에모리대 의대 Zakaria Almuwaqqat 연구팀은 2000여 명을 포함한 ARIC 연구를 진행했다. ARIC은 공동체 기반의 코호트 연구로, 26년 간 우울증 환자에서 항우울제 복용과 심혈관질환 위험을 비교했다. 

특히 삼환계항우울제(TCA) 및 기타 항우울제와 비교해 SSRI와 관련된 심혈관질환 위험을 살펴봤다. 이 연구는 6월 4일 국제학술지 Journal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에 실렸다(J Am Heart Assoc. 2019;8:e012503). 

연구진은 1987년에서 1989년까지 미국 4개의 주(Maryland, Mississippi, Minnesota, North Carolina)에서 코호트를 뽑았다. ARIC 코호트 연구의 1만 5792명 참여자 중 2027명(13%)은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있었다.

그 중 944명(47%)는 SSRI만 복용했다. 나머지 1083(53%)는 다른 항우울제(TCA)를 복용하고 있었다. 평균 나이는 63세, 29%는 남성, 78%는 백인이었다. 연구에서 만성 심방세동(332명), 심부전(365명), 심근경색(174명) 및 허혈성 뇌졸중(119명)이있는 참가자를 제외시켰다.

연구 결과, 최소한 조정된 모델(minimally adjusted model)에서 SSRI는 비SSRI에 비해 통계적으로 심방세동 위험과 관련이 없었다(HR, 1.10; 95% CI, 0.84-1.41). 또 SSRI 복용은 심부전, 심근경색, 또는 허혈성 뇌졸중 위험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체질량지수, 흡연 여부, 알코올 사용 여부, 항고혈압제, 수축기혈압, 이완기혈압, 당뇨 및 항우울제 투여 개시일의 보정한 후에도 결과는 본질적으로 동일했다.

연구 주저자 Almuwaqqat 교수는 "이 연구는 TCA와 다른 비SSRI 항우울제의 복용과 비교했을 때 SSRI 복용에 따른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가 없었다"며 "특히 26년간 항우울제 종류 간 심방세동, 심부전, 심근경색 및 허혈성 뇌졸중에 차이가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에서 우울증이 많이 발생함을 감안할 때 중요한 임상 관찰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이번 연구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기존 연구와 다른 점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삼성서울병원 홍진표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우리는 가이드라인을 만들 때 심혈관질환 위험 있는 환자에서 SSRI 쓰는 게 막연하게 좋다고 생각해 왔는데, 이번 연구에서 SSRI 같은 약제가 특별히 더 우월한 게 없다는 negative finding이 나타났다"며 "기존 전문가 입장에서는 실망스러울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아직 항우울제가 심혈관질환 위험 원인인지 기존 위험요소들이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지에 대해서는 향후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홍 교수는 "심혈관질환과 정신과질환은 복잡한 상호관계를 갖고 있고 관련 연구 결과들은 상충된다"며 "심혈관질환 위험을 가진 환자들 간 우울증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그 이유가 약 때문인지 원래 위험요소가 있어서 그런건지 알기 힘들다"고 밝혔다. 

대한우울조울병학회 및 한림대성심병원 전덕인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이번 연구는 SSRI를 사용에 힘을 실은 것으로 바라봤다.

전 교수는 "그동안 SSRI는 심혈관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기존 결과를 재확인한 느낌"이라며 "어떤 연구는 SSRI이 좋다 혹은 심혈관질환 위험이 올라간다고 말하지만 일관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딱 정의하기 어렵지만 최근 연구들의 흐름을 보면 SSRI는 심혈관 관계에서 부정맥 등 환자들에 대해서 우려할 문제는 없다"고 판단했다. 

전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SSRI와 TCA 등 다른 항우울제와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SSRI 복용에 힘을 실었다"며 "전반적으로 항우울제가 괜찮을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SSRI는 주로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처방되는데 기존  TCA와 달리 장기간 부작용이 적어 최근 많이 처방되고 있다. 미국에서 SSRI 처방은 우울증 진단 향상과 함께 지난 20년간 크게 증가했다. 국내서도 처방된 항우울제의 약 35%는 SSRI로 항우울제 중 가장 많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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