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청희 이사, 2차 수가협상서 이례적 모두발언 통해 직접 협상과정 난항 예고
재정소위 최초 제시 밴드 지난해보다 낮아 전 유형 결렬 우려…1조원 무리일 듯
3차 재정소위 결과 따라 협상 포기까지 시사…"복지부에 협상 넘겨야 할 수도"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내가 이러려고 수가협상단이 됐나"

2020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두 번째 협상에 나선 공급자단체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수가협상단의 마음이다.

건보공단이 지난 29일 수가협상 과정 중에 일부 공급자단체들에 이례적인 사과 발언을 해 최종협상만 남겨둔 2020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이 뜬구름으로 변했다.  

사과 이유는 건보공단도 수가협상을 포기할 마음이 든다고 표현할 정도로 제시된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이하 재정소위)의 추가재정소요액(밴드) 최초 규모 때문.

수치에 대한 정확한 언급은 없었으나 당초 예상한 1조~1조 2000억원은 커녕 지난해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건보공단을 포함해 공급자단체들 모두 당장 하루 남은 마지막 협상에서 치열한 눈치싸움을 펼쳐야 하는 답답한 마음을 안게 됐다.
 

공급자가 제시한 자료 재정소위에 소명했지만 기대 이하
3차 재정소위서 합의점 못 찾으면 복지부가 협상해야 

이날 건보공단 강청희 급여상임이사는 대한병원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수가협상단에게 재정소위에서 최초 제시한 밴드가 기대에 전혀 접근하지 못했다는 점을 설명했다.

아직 최종 결정된 수치는 아니나 현재 밴드의 규모가 예상치보다 낮아 공급자단체 측에 미리 양해를 구함과 동시에 재정소위에 대한 불만을 일부 토로한 것이다.

이 같은 강청희 이사의 입장은 병협과의 2차 협상 직후 출입기자협의회와 가진 브리핑에서도 묻어났다.

대한병원협회와의 2차 수가협상을 앞두고 고개 숙인 국민건강보험공단 강청희 급여상임이사.
'고개 숙인 강청희'. 대한병원협회와의 2차 수가협상을 앞두고 사과 중인 국민건강보험공단 강청희 급여상임이사.

핵심은 그동안 건보공단이 의료계에 근거자료를 바탕으로 수가협상에 임해달라고 당부한 것이 무색할 만큼 재정소위가 이를 충분히 받아들이지 않아 면목이 없다는 것.

강청희 이사는 "밴드 결정 과정에서 위원들이 앞으로 발생할지 모르는 위기에 대한 불안감을 내비쳤고 건보재정 건전화에 대한 요구가 컸다"며 "2018년 공단의 현금적자가 1778억에 불과하고 앞으로 발생할 적자도 문재인케어 5개년 계획안에 담긴 예정된 적자임을 설명했음에도 눈높이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강청희 이사는 오는 31일 재정소위에서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밴딩에 따라 2020년도 수가협상을 복지부로 넘길 의향도 갖고 있음을 강조했다. 

즉, 공급자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밴딩을 재정소위가 정하면 협상의 여지가 없어 전 유형 결렬의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강 이사는 "가입자와 공급자의 눈높이를 맞추려는 노력을 계속하겠지만 밴드 내에서 협상이 이뤄지기 때문에 초유의 사태인 전 유형 결렬이 일어날 수 있다"며 "재정소위 밴딩 결정을 보고 협상여지가 없는 경우 포기하고 복지부에 넘기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가입자들이 예정된 적자에 재정불안을 느끼기 시작하고 공급자들도 보장성 강화 정책에서 이탈하면 '적정부담·적정수가·적정진료'의 선순환 의료제도 구조가 정착되기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한 강청희 이사이다.

그는 "사실 그대로의 데이터를 설명했으니 얼마나 받아들여질지는 재정소위 고유의 판단"이라며 "지난 23일에 제시된 밴드는 지난해보다 줄어들었으나 최종이 아니라 예단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난감·답답·당황·난처…공급자들 '좌불안석' 상태로 31일 기다려야

이 같은 건보공단의 이실직고에 공급자 단체들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 답답한 마음을 안고 최종 수가협상날인 오는 5월 31일을 대비하게 됐다.

모두의 예상을 깰 정도로 낮은 추가재정소요액이 설정된다면 호기롭게 원하는 인상률을 제시 할 수도, 대놓고 건보공단과 수싸움을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병협 송재찬 수가협상단장은 "건보공단이 생각 이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며 "전체 산업 성장률 그 이상으로 의료서비스 산업이 성장해야 하는데 가입자들은 산업 자체가 줄어들길 원하는 것인지 정당한 체계는 요원하다"고 말했다.

(사진 왼쪽부터) 대한병원협회 송재찬 수가협상단장, 대한한의사협회 김경호 수가협상단장, 대한치과의사협회 최대영 수가협상단원.
(사진 왼쪽부터) 대한병원협회 송재찬 수가협상단장, 대한한의사협회 김경호 수가협상단장, 대한치과의사협회 최대영 수가협상단원.

1차 수가협상이 끝나고 '재정소위는 뒤에 숨지 말고 나와라'는 발언을 해 건보공단과 마찰을 빚은 한의협은 자신들의 표현이 일부 맞았음을 확인한 것과 다름없는 날이 됐다.

한의협 김경호 수가협상단장은 "건보공단이 협상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밴딩이 팍팍함을 넘어 심각한 수준으로 예측된다는데 1조는 꿈나라 이야기 같다"고 표현했다.

김 단장은 이어 "분위기가 굉장히 안좋은데 이 분위기를 공단이 해소할 수 있다면 각을 세우겠지만 그럴 필요가 없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치협 최대영 수가협상단원(서울시치과의사회 부회장)도 "유형별 증가율도 중요하지만 추가재정소요분이 증가하는 것이 더 중요한데 예년보다 줄었다고 해서 어떻게 회원들에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한편, 2020년도 유형별 3차 수가협상은 오는 31일 오후 3시 대한조산협회를 시작으로 대한병원협회(3시 30분), 대한의사협회(4시), 대한약사회(4시 30분), 대한치과협회(5시), 대한한의사협회(5시 30분) 순으로 진행되며 바로 3차 재정운영소위원회가 열린 후 무순서로 4차 협상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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