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수술실 CCTV 설치 앞서 면허관리제도 개선 요구
성범죄 정신과 의사, 2017년 윤리위 회부 이후 처벌 무소식
의협, 면허관리체계 선진화 주장..."철밥통 아냐"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국회 차원에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논의되자 의료계가 자율징계권 등 면허관리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의료계는 성범죄 등 비윤리적 범죄행위를 저지른 의사에 대한 징계에 대해서는 손놓고 있는 모습이다. 

수술실 CCTV 설치하려는 국회 VS 막으려는 의협 

대한의사협회는 29일 임시회관에서 정례브리핑을 열고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대표발의한 수술실 CCTV 설치 관련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표했다.  

앞서 안 의원은 의료인이나 환자 등에게 동의를 받아 의료행위를 영상정보처리기기로 촬영하는 것을 의무화 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불법 의료행위는 물론 의료사고의 발생 위험이 높은 수술 등의 의료행위인 경우 촬영 자료를 이용해 의료분쟁을 신속·공정하게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두고 의협은 △방어수술 조장 △환자 이익 침해 △신뢰관계 저해 △환자 기본권 침해 △정보 유출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나섰다. 

의협은 "CCTV 설치 강제화로 인해 의료인을 상시 감시 상태에 둠으로써 의료인이 최선의 진료보다 방어적인 진료를 하게 유도할 것"이라며 "이는 환자와 의료인 간 신뢰관계를 붕괴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환자의 민감한 신체정보가 유출될 경우 프라이버시 침해가 우려된다"며 "환자가 실제 촬영되는 내용을 미리 알기 어려워 동의 내용과 실제 촬영본이 일치하지 않은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의협은 자율징계권 부여 등 면허관리제도 개선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일부 범죄를 저지르는 의사들에 따른 것인 만큼, 자율징계권을 통해 이들의 면허에 대한 징계를 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게 우선이라는 이유다. 

의협은 "의료윤리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 수술실 CCTV 설치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공감대를 얻어야 할 중대한 사안"이라며 "이상적인 수술 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의사 윤리교육 강화, 자율징계권 부여, 면허관리제도 개선 등 국가적 제도보완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논의하는 게 중요한 선결과제"라고 강조했다. 

자율징계권 달라는 의협...비윤리 범죄행위 의사 처벌은 무소식

문제는 의협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앞서 자율징계권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성범죄 등 비윤리적 범죄행위를 저지른 회원에 대한 징계에는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MBC PD수첩은 '굿닥터의 위험한 진료'라는 제목으로 정신과 전문의 김현철 씨의 성폭행 의혹을 제기했다. 

PD수첩에 따르면 김 씨는 정신질환자의 취약한 심리를 파고들어 성폭력을 일삼았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호감을 얻거나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이른바 '그루밍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실제 김 씨는 2017년 한 환자로부터 성적 착취를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같은 해 김 씨는 故 샤이니 종현의 자살 사건과 관련해 고인의 정신과 치료를 담당한 의사를 비난해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의협은 아직까지 김 씨에 대한 징계 여부를 내놓지 못한 상황이다.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를 두고 의협은 "의사는 철밥통이 아니다"라며, 부족한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의사 면허에 대한 징계권은 정부에 있고, 정부 역시 임의적 판단이 어려운 만큼 사법부의 결정에 근거하는 국내 실정은 선진국의 면허관리제도와 차이가 있을 뿐 '제 식구 감싸기'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의협 박종혁 대변인은 "의사 윤리에 대한 징계는 사법부와의 판단과 별개로 이뤄져야 하는 게 당연하다"며 "우리나라의 면허관리체계는 선진화돼 있지 않은 만큼, 국민들 눈높이에 맞출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의협 중앙윤리위원회에 의협 집행부가 직접 관여하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박 대변인은 "중앙윤리위원회가 독립적 기구"라며 "의협 정관과 윤리위원회 운영규정에 비추어 볼 때 징계 촉구 등 관여는 어렵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