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인보사 허가당시 자료 '거짓'...현지실사 등에서 정황 드러나
복지부, 식약처 조사내용 바탕으로 환수조치 절차 밟아
코오롱생과, "고의 조작 없었다"...인보사 허가 재도전 의지 드러내

[메디칼업저버 이현주 기자] 국내 최초 유전자치료제 인보사가 끝내 허가취소로 인한 시장 퇴출 불명예를 안았다. 

품목허가를 받은지 1년 10개월 만에 허가 취소가 결정됐는데, 코오롱생명과학이 허가를 받기 위해 서류를 조작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여기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 R&D 사업으로 지원받은 연구비도 환수조치를 위한 절차를 밟게 되면서 인보사 사태는 '코오롱생명과학의 사기극'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 강석연 바이오생약국장은 "인보사 2액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확인됐다"며 "품목허가를 취소하고 코오롱생명과학을 형사고발 한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정은영 보건의료기술개발 과장은 "식약처의 허가취소 내용을 받아 연구자의 부정해위가 사실로 밝혀지면 R&D 참여제한 및 연구비 전액 환수할 방침"이라며 "연구부정행위에는 거짓, 허위, 조작 등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품목허가 당시 자료는 허위"...식약처가 파악한 정황들

식약처가 코오롱생명으로 부터 인보사 2액 세포 변경 가능성을 보고 받은 시점은 3월 말로, 허가취소까지 두달 가까이 소요됐다. 

식약처는 "신장세포로 바뀐 경위 및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시험검사, 추가자료 제출 및 검토, 현장조사, 美 현지실사 등 검증과정이 필요했다"며 "최초세포의 경우 미국에서 한국으로 운송, 세포배양에 시간이 소요됐고 세포사멸시험의 경우 한달 반의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 측에 요구한 추가자료를 통해 "회사가 2액이 바뀐 경위 및 이유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으며, 2액이 연골세포임을 증명하는 재검증 자료도 제출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특히 "허가 시 연골세포임을 증명하는 주요 자료로 사용된 단백질 발현 비교분석자료(단백질어레이)와 신장세포 특이적 유전자(gag·pol)의 불검출 자료는 허위로 밝혀졌다"고 강조했다. 

식약처는 미국 현지실사에서도 코오롱생명과학의 거짓 주장 정황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인보사의 개발사인 코오롱티슈진은 2액에 삽입된 TGF-β1 유전자를 유전체염기서열(Whole Genome Sequencing)로 분석한 결과, 허가 신청 시 제출된 결과와 유전자 삽입개수 및 위치가 다른 사실(14개→35개)을 지난 2016년 10월 확인하고도 이를 식약처에 제출하지 않았다. 

또한 2액에 대한 gag·pol PCR 시험 관련 연구노트 등을 확인했을 때, 코오롱티슈진은 허가신청 전 장기간 반복실험(2003년10월~ 2005년 3월)에서 gag·pol이 검출되는 경우가 있었음에도 이에 대한 원인조사(신장세포 오염 등 검토) 없이 불검출 결과만 선별해서 허가자료로 제출했음을 확인했다.

연구용 세포은행의 제조과정 연구노트에서는 수행 시험의 제목 및 날짜만 기록돼 있고 자세한 제조과정 등은 확인할 수 없었다. 제조과정 관련한 바이러스 감염, 세포선별, 오염여부 검증 등에 대한 SOP 또는 실험실 매뉴얼을 확인할 수 없었다. 

강석연 국장은 "이러한 사실을 종합해 볼 때 인보사 허가를 위해 제출한 자료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 28일자로 품목허가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244명 대규모 환자 소송 시작...진실게임에 이은 법적다툼 2라운드 시작

코오롱생명과학은 2액 세포가 변경된 것을 인지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주세포에 명찰을 잘못 붙인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식약처 조사를 통해 '명찰을 바꾼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인보사를 투여한 환자들은 코오롱생명과학을 상대로 손해배상 집단소송을 결정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보사 투여환자 244명이 서울중앙지방볍원에 공동소장을 제출했다. 

인보사는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1회 투여 비용이 약 700만원에 이른다. 때문에 소송 규모는 위자료와 주사제 가격 등을 고려해 약 25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재판이 진행되면서 손해배상청구 금액이 더 증가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소송을 맡은 법무법인 오킴스는 이번 공동소송 소장 접수 이후에도 2차 원고 모집을 계속할 예정이다. 식약처에서 파악한 인보사 투여 국내 환자들은 3707명으로, 소송에 참여하는 환자들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인보사 사태는 검찰조사, 소송이라는 또다른 국면으로 이어지고 있다.   

식약처는 허가당시 자료가 허위였다는 사실을 밝혀냈지만, 신약허가를 내준 기관으로서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회 윤소하 의원은 "이번 발표를 통해 인보사 사태 발생 과정에서 왜 이런 대국민 사기가 발생됐는지 신약 허가 당사자인 식약처의 책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이 없다"며 "제조사인 코오롱생명과학만 잘못을 저지른 것인냥 모든 책임을 지운 것에 우려한다"고 식약처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도 "감사원이 신속히 감사에 착수해 식약처의 인보사 허가 심의과정에서의 특혜 의혹을 명명백백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식약처는 환자단체에 의해 검찰고발된 상황. 

강석연 국장은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 하에 "결과적으로 신장세포라는 것이 밝혀졌지만 당시 허가 담당자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며 "식약처 내부적으로 (허가과정을) 점검해봐야겠지만 일단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다"고 말을 아꼈다. 

◆코오롱, "고의적 은폐 사실 없어"...인보사 허가 재도전할까?

코오롱생명과학은 입장문을 통해 "17년 전 새로운 신약개발에 나선 코오롱티슈진의 초기개발 단계의 자료들이 현재 기준으로는 부족한 점이 있어, 결과적으로 당사의 품목허가 제출 자료가 완벽하지 못했으나 조작 또는 은폐사실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인보사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강조하면서 인보사 허가 재도전 계획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식약처에서 인보사의 안전성에 큰 우려가 없으며 임상결과를 통해 통증개선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며 "인보사 안전성과 유효성 자료들을 바탕으로, 2액 세포의 특성분석을 완벽하게 수행한 후 향후 절차에 대해 식약처와 긴밀하게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인보사 허가 재도전에 식약처는 즉답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강석연 국장은 인보사가 허가를 받으려면 처음부터 단계를 다시 밟아야 하냐는 질문에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다. 일단 초기 특성 분석이 먼저 돼야 한다. 그 이후에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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