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백병원 김태오 교수, 크론병 신약개발 활발...어떤 치료제 선택할지 미충족 수요

해운대백병원 김태오 교수

[메디칼업저버 이현주 기자] 지난 2017년 크론병 환자가 2만명을 넘어섰다. 주목할 만한 점은 만성 염증성 장질환인 크론병 환자 2명 중 1명은 학교 및 사회생활이 한창인 10~20대였다는 것이다. 또한 한번 발병하면 염증의 악화와 재발이 반복되기 때문에 장기적인 치료전략에 기반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해운대백병원 김태오 교수(소화기내과)를 만나 크론병 최신 치료경향에 대해 들어봤다.

Q. 크론병이 젊은 층에서 빈번하게 발병하는 이유가 있나.

크론병의 발병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과 환경적 요인, 장내 미생물의 교란 및 불균형, 서구화된 식습관 등을 추정해 볼 수 있다. 젊은 사람들의 식습관이 더 서구화된 경향이 강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한다. 이렇게 다양한 원인이 언급된다는 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미기도 하다.

Q. 크론병의 치료 경향은 어떠한가.

크론병은 약물치료가 우선이다. 합병증이 생기거나 약물치료에 효과가 없을 경우 수술을 고려하기도 한다.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 전체를 절제하는 수술을 하면 완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크론병은 다르다. 특히 크론병은 소장에 염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소장은 우리 몸의 영양분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소장을 절제하면 영양분을 흡수하지 못해 영양실조로 인해 삶의 질이 현저히 나빠질 수 있다.

경증 환자에게는 항염증제, 스테로이드제가 주로 사용되며 중등도에서 중증 환자는 스테로이드제와 면역조절제가 처방된다. 생물학적 제제가 등장한 2000년 이후부터는 앞선 치료에 효과가 없는 환자에게 생물학적 제제를 처방하는것이 일반적이며, 국내에서는 TNF-a 억제제를 주로 사용해 왔다. 최근에는 TNF-a 억제제와 다른기전의 치료제들이 지속적으로 개발 및 출시되고 있다.

Q. 생물학적 제제 등장 이후 크론병의 치료 목표가 완전관해로 상향됐다고 들었다.

그렇다. 생물학적 제제 이전에는 증상 완화를 목표로 했다. 하지만 증상이 완화된 환자를 내시경으로 관찰하면 염증이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점막관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내시경이나 대변검사를 통해 점막이 깨끗하게 치유됐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처럼 치료 목표가 상향된데에는 생물학적 제제 역할이 크다. 관해상태가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지는 각 환자마다 달라 기간을 특정하기는 어렵다.

Q. 생물학적 제제 처방 시 주요하게 고려하는 사항은.

생물학적 제제 중에서는 TNF-a 억제제가 가장 먼저 나왔다. 때문에 관련 데이터도 많이 축적돼 있고, 효과 또한 뛰어나다. 하지만 TNF-a 억제제는 전신에 작용하기 때문에 부작용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감염이나 암발생 위험을 가지고 있다.특히 TNF는 결핵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는데 TNF-a 억제제를 쓰면 잠재돼 있던 결핵이 활성화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결핵 발생률이 높은 나라에서는 주의을 더 기울여야 하는 부분이다. 반면 인터루킨 억제제인 스텔라라는 특정 인자를 표적해 차단하기 때문에 TNF-a 억제제에 비해 이상반응 및 부작용, 감염의 위험이 더 낮다는 장점이 있다.

결국, 생물학적 제제를 처음 투여할 때에는 치료 효과와 안전성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환자 증상의 경중이나 생활 패턴 등도 주요한 고려 요소가 된다.

Q. TNF-a 억제제와 인터루킨 억제제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최근에 이뤄지는 신약 연구들을 살펴보면, 면역질환 치료제는 인터루킨 억제제가 많다. 효과뿐 아니라 안전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치료 효과 측면에서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면 안전성에 힘을 싣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본다. 장기치료 측면에서도 그렇다.

TNF-a 억제제는 투여 후 1년이 지나면 약 30%의 환자가 반응이 소실된다. 이는 항체가 생기거나 약물 농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반면 인터루킨 억제제는 항체 생성률이 낮아 장기치료에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스텔라라의 경우 작년 12월에 급여가 승인됐기 때문에 아직 국내에 환자 처방이 많지는 않다. 그러나 실제로 담당하는 환자에게 투여해 본 결과 치료 효과가 뛰어났고 환자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크론병 활동 지수(CDAI)수치와 C-반응성 단백질(CRP) 수치도 많이 개선됐고 대변 검사를 통해서도 치료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는 내 개인적인 경험이고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케이스가 적기 때문이다.

Q. 건선 치료제들이 크론병 적응증을 추가하고 있다. 치료옵션이 지속적으로 늘어남에도 미충족 수요가 존재하나.

건선에서 대부분 임상 후치료 효과가 입증되면 염증성 장질환 분야로임상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암을 일으키는 기전이 여러가지듯, 염증을 일으키는 기전도 다양하다. 크론병 치료에 있어서는 기존 치료제들의 적응증 확대는 물론 신약들도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추세다. 앞으로는 어떤 치료제를 선택할 것인지가 일종의 미충족 수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등도 이상의 환자들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치료 효과가 얼마나 이어질지, 신약에는 반응이 있을지, 어떤 합병증이 발생할지를 비롯해 수많은 치료제 중에서 어떤 치료제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지 등 아직 그와 관련한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이다. 충분한 데이터가 축적되기까지 어느 정도의 기간이 필요할지는 특정하기 어렵다.

Q. 크론병 치료와 관리 등에 있어 의료진 및 환자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환자 개인의 특성이나 상황에 맞는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크론병은 평생 치료가 필요하고 의료진과 환자는 그 과정을 함께하는 관계다. 환자와 충분히 대화를 나누고 어떻게 치료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실제로 현재 밴드를 통해 많은 환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지금 약 1000명이 넘는 분들이 가입해 있다. 이 채널을 통해서 지식도 공유하고, 환자들이 꼭 알아야 하는 공지사항도 전달한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궁금한 사항을 쉽고 편하게 질문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이러한 소통이 이어지면 서로 간에 신뢰 관계가 형성된다. 라포가 형성되는 것이다. 앞으로도 꾸준히 환자들과 소통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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