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제35차 한국혈전지혈학회 춘계학술대회 개최
순천향대 구미병원 황헌규 교수 "연구 근거로 아픽사반 선택 가능할 것"

순천향대 구미병원 황헌규 교수는 24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린 '제35차 한국혈전지혈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Is It Possible to Use DOACs in Patients with End-stage Renal Disease on Hemodialysis?'를 주제로 발표했다.
▲순천향대 구미병원 황헌규 교수는 24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린 '제35차 한국혈전지혈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Is It Possible to Use DOACs in Patients with End-stage Renal Disease on Hemodialysis?'를 주제로 발표했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투석 받는 심방세동 환자에게 와파린 대신 비-비타민 K 경구용 항응고제(NOAC)를 투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현재 임상에서는 투석 중인 심방세동 환자에게 저분자량 헤파린(LMWH) 또는 와파린을 일반적으로 투약한다. 그러나 이러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근거로 와파린 자리를 NOAC이 대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학계는 네 가지 NOAC 중 아픽사반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아픽사반은 NOAC 중 신장 배설률이 가장 낮다. '2018년 대한부정맥학회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 지침'에 따르면, 신장기능이 저하된 환자에서는 약물의 신장 배설이 가장 적은 아픽사반이 안전할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NOAC은 출혈 위험이 높기에 NOAC 선택에 앞서 출혈과 재발성 정맥혈전색전증 발생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의 중지가 모인다. 

한국혈전지혈학회는 24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제35차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하고 혈액투석을 받는 말기 신질환(ESKD) 환자에게 NOAC 치료가 가능한지를 주제로 논의 시간을 가졌다. 

임상에서 '와파린' 사용했지만…근거 불충분

순천향대 구미병원 황헌규 교수(호흡기알레르기내과, 혈전클리닉)는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다. 향후 ESKD 유병률이 증가하고 혈액투석을 받는 환자가 늘게 될 것"이라며 "신장기능이 악화된 환자는 혈전 및 출혈 위험이 높아 항혈소판제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한다. 특히 혈액투석을 받는 ESKD 환자는 출혈을 제한하면서 혈전색전증 위험을 최소화하는 치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에 따르면, 크레아티닌 청소율(CrCl)이 15mL/min 미만이며 투석 중인 ESKD 환자를 대상으로 와파린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검증한 임상연구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임상에서는 환자에게 투약할 수 있는 항응고제로 와파린을 주로 사용해 왔다.

그러나 와파린은 정기적인 혈액검사가 필요하고 ESKD 환자의 뇌졸중 또는 사망 위험 감소 없이 주요 출혈 위험을 높일 수 있으며 혈관 석회화 증가와도 관련됐다. 

이에 미국과 유럽은 부정맥 색전증 또는 폐색전증 환자에게 CrCl에 따라 NOAC 치료가 가능하도록 허가했다. 단 그동안 발표된 연구를 근거로 CrCl 15mL/min 이상인 환자에 대해서만 허가용량을 제시했다. 

황헌규 교수는 '심부정맥 색전증 또는 폐색전증 환자에서 신장 손상 정도에 따른 미국 및 유럽 NOAC 허가 용량'을 정리해 발표했다.
▲황헌규 교수는 '심부정맥 색전증 또는 폐색전증 환자에서 신장 손상 정도에 따른 미국 및 유럽 NOAC 허가 용량'을 정리해 발표했다.

종합하면 CrCl 30~50mL/min인 환자에게 NOAC 허가용량은 미국과 유럽이 큰 차이가 없지만, CrCl 15~29mL/min인 환자에서는 입장차를 보인다. 

구체적으로 CrCl 15~29mL/min 환자에 대해 미국, 유럽은 △아픽사반 10mg 1일 2회 용법으로 7일 진행 후 5mg 1일 2회 용법 △LMWH 5일 치료 후 에독사반 30mg 1일 1회 용법을 허가했다. 다비가트란은 양 국가 모두 권고하지 않았다. 

리바록사반은 미국과 유럽이 온도 차를 보인다. 유럽은 CrCl 15~29mL/min 환자에게 리바록사반 15mg 1일 1회 3주간 투약 후 20mg 1일 1회 용법을 진행하거나 15mg 1일 1회를 고려하도록 했다. 이와 달리 미국은 리바록사반을 투약해선 안된다(avoid use)고 강력하게 주문했다.

후향적 연구 결과, 투석 환자에서 아픽사반 효과·안전성 확인

하지만 NOAC 랜드마크 연구에도 투석 받는 신장기능이 악화된 환자가 제외됐기에 와파린과 마찬가지로 혈액투석 환자에게 NOAC을 투약할 수 있다는 근거가 부족하다. 다만 아픽사반은 관찰연구 결과를 무기로 다른 NOAC보다 한발 앞서는 모습이다. 

지난해 발표된 후향적 코호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픽사반은 혈액투석을 받는 ESKD 환자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했다(Res Pract Thromb Haemost 2018;2(2):291-298).

혈액투석 중인 ESKD 환자 중 아픽사반을 복용한 환자(아픽사반군, 74명)와 와파린 치료를 받은 환자(와파린군, 50명)가 연구에 포함됐다. 평균 치료 기간은 아픽사반군이 7.9개월, 와파린군 10.8개월이었다. 아픽사반군 중 약 80%가 저용량인 2.5mg보단 5mg을 복용했다. 

최종 결과 모든 출혈 발생률은 아픽사반군 18.9%, 와파린군 42%로 아픽사반군에서 출혈 발생률이 유의미하게 낮았고(P=0.01), 주요 출혈 발생률은 각각 5.4%와 22%로 앞선 결과와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P=0.01).

재발성 허혈성 뇌졸중은 두 군 모두 발생하지 않았으며, 재발성 정맥혈전색전증 발생률은 아픽사반군(4.4%)이 와파린군(28.6%) 대비 낮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통계적으로 의미 있지 않았다(P=0.99).

연령에 따라서는 70세 이상에서 통계적인 의미는 없었으나 아픽사반군이 와파린군보다 출혈 위험이 3.73배 높았고(P=0.07), 체중 120kg 이상에서도 그 위험이 8.62배 높아(P=0.07) 주의가 요구됐다.

이에 임상에서는 혈액투석 중인 ESKD 환자에게 와파린 대신 아픽사반을 투약할 수 있지만, 환자에게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고려해 최종 치료를 결정해야 한다는 조언이 이어졌다. 

황 교수는 "논문 근거에 의한다면 혈액투석을 받는 ESKD 환자에게 아픽사반 5mg 1일 2회 용법을 적용할 수 있다"면서 "다만 NOAC 치료를 받은 만성 콩팥병 환자 데이터를 보면 MDRD(Modification of Diet in Renal Disease) 수치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고 출혈 위험이 상승할 여지가 있기에 이를 유의해서 치료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좌장을 맡은 순천향대병원 김양기 교수(호흡기알레르기내과)는 "NOAC은 내복약으로 출혈, 특히 위장관 출혈 위험이 높다"면서 "개인적으로는 NOAC 출혈 위험을 고려했을 때 LMWH를 선택할 것 같다. 과감하게 NOAC을 선택하려면 LMWH 치료 용량을 줄이거나 항응고요법을 잠시 중단한 뒤 치료를 진행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애매한 급여 기준…6개월 이상 연장치료 가능할까?

이와 함께 학술대회에서는 현재 NOAC 보험급여 기준이 모호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보건복지부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에 의하면, NOAC은 심재성 정맥혈전증 및 폐색전증 치료(초기치료 이후 유지)와 재발 위험 감소를 위해 6개월 이내 투여를 인정한다. 단 특발성, 원인 불명인 경우의 재발, 위험인자가 교정되지 않는 환자에게는 급여를 확대 적용한다는 단서를 달아, 이들은 지속투여가 가능하도록 했다.

학계 일각에서는 교정되지 않는 위험인자의 정의가 불분명해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준이 확실해져야 혈액투석 중인 ESKD 환자뿐 아니라 암 환자에서 발생하는 정맥혈전색전증에 대해서도 NOAC 연장치료(extended treatment)가 가능할지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혈액투석을 받는 ESKD 환자는 혈전색전증과 출혈 위험이 높고 동반질환을 가진 고위험군"이라며 "현재 보험기준은 모호한 점이 있다. 이에 대해 내부적으로 의견이 분분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여러 상황에서 NOAC을 6개월 이상 투약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고 생각한다. 아직 보험기준이 확실하지 않지만 (혈액투석을 받는 ESKD 환자에게도) 보험급여가 확대 적용되길 기대해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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