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사' 전문가 미팅서 세브란스병원 천재희 교수 발표
천재희 교수 "관해유도뿐 아니라 유지치료에도 저용량보다 표준·고용량 효과적"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경도~중등도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5-아미노살리실산(5-aminosalicylic acid, 5-ASA) 제제가 치료 용량을 증량해도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적고 치료 효과는 더 좋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시됐다.
국내외 가이드라인도 5-ASA 제제 저용량보다는 표준용량 또는 고용량을 우선 권고하는 추세로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세브란스병원 천재희 교수(소화기내과)는 16일 열린 '제1회 펜타사 전문가 미팅'에서 국내외 궤양성 대장염 가이드라인을 리뷰하며 이같이 밝혔다.
천 교수가 제시한 국내외 가이드라인을 종합하면, 과거와 비교해 경도~중등도 궤양성 대장염 치료에 5-ASA 제제 권고 용량을 높이고 있다.
2019년 미국소화기협회(AGA) 가이드라인은 경도~중등도 궤양성 대장염 환자 치료 시 5-ASA 제제 저용량(1일 2g 미만)보다는 관해유도 용량으로 고용량(1일 3g 이상)을, 관해유지 용량으로 표준용량(1일 2~3g) 이상을 권고했다.
2017년 대한장연구학회 염증성장질환 연구회가 발표한 '궤양성 대장염 치료 가이드라인 개정판'에서도 2012년 저용량을 권장했던 것과 달리 관해유도 용량으로 1일 2.4g 이상, 유지 용량으로 1일 2g 이상을 사용하도록 했다.
천 교수는 "많은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 경도~중등도 궤양성 대장염 환자의 관해유도에 5-ASA 제제 저용량보단 표준용량과 고용량의 효과가 더 좋다고 나타났다"며 "또 차이는 크지 않지만 고용량이 표준용량보다 효과가 약간 더 우월했다. 치료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는 환자에게는 5-ASA 제제 용량을 조금 더 늘리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5-ASA 제제 관해유지 용량도 AGA의 경우 저용량보단 표준용량이 더 우월하다고 명시했고, 국내 가이드라인에서도 1일 2g 이상을 추천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경도~중등도 궤양성 대장염 환자 초치료에 5-ASA 경구제제 단독요법보다는 경구제제와 국소제제(rectal) 병합요법 치료 효과가 우월하며, 관해유지 역시 단독요법보단 병합요법이 더 효과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국내외 가이드라인에서도 병합요법에 무게를 싣고 있다.
아울러 원위부(distal) 궤양성 대장염 환자 치료 시 5-ASA 경구제제 또는 국소제제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면, 효과가 더 뛰어난 국소제제를 선택해야 한다는 게 천 교수의 전언이다. AGA 가이드라인에는 5-ASA 국소제제가 경구제제보다 관해유도 및 유지에 더 우월하다고 명시돼 있다.
천 교수는 "국내 가이드라인은 초치료로 5-ASA 제제 투여를 권고하면서 관해유지에는 5-ASA 경구제제를 우선 권장했으며 5-ASA 국소제제도 효과적이라고 언급했다"며 "실제 진료현장에서는 환자가 5-ASA 국소제제에 치료 효과가 나타나고 순응도가 좋다면 국소제제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궤양성 대장염 치료에 스테로이드 국소제제가 5-ASA 국소제제보다 더 좋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5-ASA 제제가 초치료에 우선 권장되며 관해유지에도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천 교수는 "국내외 가이드라인을 정리하면, 관해유도뿐 아니라 유지 치료에도 저용량보다는 표준용량과 고용량이 더 선호된다"며 "또 5-ASA 제제 단독요법보단 병합요법의 치료 효과가 조금 더 좋고, 원위부 궤양성 대장염 환자 치료에는 경구제제보단 국소제제가, 스테로이드보단 국소제제가 더 좋다고 정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5-ASA 제제는 고용량일수록 약제 크기가 커 환자의 복약 순응도가 떨어진다는 한계점이 있다. 그러나 물이나 주스에 현탁 가능한 5-ASA 제제도 있어, 환자에 따라 현탁제제를 처방해 복약 순응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천 교수는 "5-ASA 제제는 약제 크기가 크고 환자에게 처방되는 약물 수가 많아 복약 순응도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환자에게 5-ASA 제제가 체내에 흡수되는 약이 아닌, 장 점막을 코팅해 장 점막에만 작용하고 상당 부분 대사되지 않고 체외로 빠져나간다고 설명하면 복약 순응도가 올라가는 것 같다. 이를 환자에게 안내해주면 복약 순응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
이어 "의도적으로 약물 비순응을 보이는 환자들이 적극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환자에게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치료에 대한 걱정을 덜어주는 것이 의료진의 역할"이라며 "의료진과 환자의 유대관계가 중요하다. 의료진은 환자에게 치료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