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부 양영구 기자 

애플의 스티브 잡스를 정의하는 단어는 무수하지만 딱 하나를 꼽으라면 '혁신'이다. 

살아생전 스티브 잡스와 애플이 선보인 제품들은 하나같이 신선함을 넘어 전례가 없는 충격을 대중들에게 선사했기 때문이다. 

그 영향이었을까. 정부도 '혁신형 제약기업'이라는 이름을 앞세워 First-in-Class 개발을 위해 노력하는 제약기업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하지만 혁신형 제약기업 선정 과정은 그다지 투명하지 못했다. 

제약기업의 혁신성을 평가하기 위한 지표는 불분명했고, 기업들을 평가하는 심사위원들의 주관에 따라 점수가 달라지는 문제도 발생했다. 

이제서야 정부는 혁신형 제약기업 선정을 위한 평가지표의 객관화에 나섰고 최근 보건산업진흥원은 평가지표 개발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 올해 말이면 연구결과가 도출될 전망이다. 

정부가 제약업계의 혁신성을 인정하기 위해 펼치는 다각도의 노력은 인정하지만 아쉬움은 여전하다. 

제약기업의 혁신성을 평가하기 위한 지표의 핵심은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즉 세상에 없는 제품 개발에 치중돼 있기 때문이다. 

과연 기업의 혁신성을 단순히 제품 개발로 단정지을 수 있을까.

혁신은 기업의 팀과 프로젝트 등 공유된 목표를 향해 움직여야 한다. 혁신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모든 행동의 시작, 즉 조직에서 나온다.

낡고 고여있는 조직이라면 혁신을 위한 행동 과정에서 발생하게 될 장애를 극복하기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제약기업인 사노피는 혁신을 위해 오픈이노베이션을 지원하는 조직을 따로 두고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국내 제약기업의 행보도 비슷하다. 대웅제약은 혁신을 위해 기존 기능 중심의 팀 조직을 개별 연구과제 성공을 목표로 삼는 프로젝트 중심의 팀 조직으로 전환했다. 

동아제약도 임직원들이 자유럽게 낸 아이디어를 활용해 소비자 맞춤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아이디어 공유 플랫폼을 오픈, 공유 중이다. 

국내외 제약기업들은 신약 개발을 위해 모든 조직의 혁신 활동을 활용하는 셈이다. 

국내 제약기업에서도 혁신에 대한 평가는 R&D 투자 비중부터 시작해 파이프라인 가치에 대한 평가 등 가시적인 것과 함께 기업 조직이 혁신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등을 가늠할 수 있는 기업문화가 함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딜로이트센터포더엣지 공동대표인 존 실리 브라운 박사는 '기업혁신과 R&D'라는 책에서 그동안의 기업 혁신의 중심은 신제품 개발에 국한돼 있었다고 진단한다. 

"빠르고 예측할 수 없는 변화의 시대에는 개별 제품의 개발보다는 혁신에 대한 조직의 전반적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말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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