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식 기자 

공급자단체별 개별 상견례를 시작으로 2020년 수가협상 시즌이 본격 개막했다.

지난해와 달리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공급자단체들은 처음부터 기싸움을 하지 않고 차분한(?) 모두발언을 통해 각자 수가협상에 임하는 자세를 전했다.

이날 강청희 건보공단 수가협상단장은 인사말을 통해 올해 수가협상에서의 건보공단 기조를 일부 드러냈다. 이 중 '원만한 계약이 이뤄지려면 합리적인 근거 중심의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건보공단이 공급자단체에 과학적으로 입증된 '근거'를 갖고 협상장에 와달라고 주문하는 일은 일상다반사다.

하지만 이번 수가협상을 앞두고 어쩌면 당연한 이 얘기를 건보공단이 반복적으로 강조한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예년과 달리 환산지수 산출지표 등 기초자료를 사전공개하고 공급자의 요청자료를 상견례 전부터 적기에 제공했다는 것이다. 

건보공단의 설명처럼 공급자단체들은 요청한 자료를 충분히 제공받았다고 느끼고 있을까. 결론은 '이전보다 나아졌지만 여전히 벽이 있다'는 식의 볼멘소리가 존재한다.

한 공급자단체는 건보공단에 요청한 자료를 대부분 받기는 했으나 세부적인 자료까지 얻기 힘들었고 특히, 변화된 법과 제도에 대한 내용에서 일부 벽이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건보공단이 요구하는 과학적인 근거 마련을 위해서는 공급자단체도 건보공단과 빠짐없이 동일한 자료를 갖고 협상에 나설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결국 공급자단체 측 일부는 공단이 제공하는 자료가 아직도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수년 동안 건보공단과 공급자 단체 사이에 쌓여온 불신과 대립 관계로 인한 단순 의견 차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건보공단과 공급자의 정보 비대칭이 일절 없는 완벽한 상황이라고 단언할 수도 없다.  

매년 수가협상에 나서는 공급자단체가 원하는 것은 동등한 입장에서의 협상이다. 서로 시작점이 다른 패를 갖고서는 진정한 의미의 협상이 이뤄지긴 힘들다. 

수가협상의 형식에 대한 개선은 차치하더라도 건보공단이 강조하는 '투명하고 합리적인 가입자와 공급자간 충실한 양면(兩面)협상'의 시작은 지금보다 더 충실한 자료제공에서부터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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