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식 4개월 만에 일상생활로 복귀…장기이식분야 새로운 발자취 기록 전망

베체트병 심장이식을 받은 이승영 씨(사진 왼쪽)와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외과 윤영남 교수.
베체트병 심장이식을 받고 회복단계를 거쳐 4개월 만에 일상생활로 복귀한 이승영 씨(사진 왼쪽)와 이번 심장이식을 주도한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외과 윤영남 교수.

국내 의료진이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분류되는 베체트병(Behcet's Disease) 환자에 대한 국내 첫 심장이식 치료에 성공해 화제다.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외과 윤영남·이승현 교수팀과 심장내과 강석민·심지영·오재원 교수팀은 베체트병으로 인해 심장이식을 받은 남성이 4개월간의 회복단계를 마치고 최근 일상생활로 완전 복귀했다고 15일 밝혔다.

국내 최초의 베체트병 심장이식 환자로 기록될 주인공은 올해 50세인 이승영 씨.

이승영 씨는 지난해 1월, 극심한 호흡곤란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과정에서 베체트병이 있음을 알게됐다.

정밀검사 결과, 베체트병에 의한 염증이 대동맥과 대동맥판막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침범됐음이 밝혀졌고 대동맥 판막부전으로 인한 심한 호흡곤란과 폐부종, 대동맥박리증까지 동반한 상태였다.

이 씨는 염증 손상 부위를 인공혈관으로 대체하는 수술을 받는 등 2018년 한 해 동안 세 차례의 인공판막 교체수술과 면역억제제 약물치료를 받았지만, 침범한 염증이 워낙 넓어 호전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의료진은 심장이식을 결정했다.

심장이식 공여자를 기다리는 동안 염증 수술 부위의 다량출혈과 심정지가 찾아와 약해진 심장기능이 회복되지 않은 이승영 씨다. 

심장과 폐의 기능을 대신하는 체외막산소화장치(ECMO)에 의존하게 됐으며 신장기능 저하에 따른 혈액투석 치료까지 병행한 것.

다행히 뇌자자의 심장을 이식 받을 수 있게 됐으나, 앞선 수술들로 장기유착이 극심해 작은 자극에도 출혈이 발생하는 이 씨의 몸 상태 탓에 의료진은 보다 철저한 준비과정을 거친 후 심장이식 수술에 임했다. 

이식수술 후, 장기간 이어진 회복단계에서 의료진들은 맞춤혈 심장재활치료와 염증을 막고 면역거부 반응을 억제할 수 있는 약물치료에 집중했다.

또한 의료진은 심장 외 다른 신체부위의 베체트병 발현을 조기진단하기 위해 류마티스내과와 안과 등 연관 임상과와 협진을 통해 추적·관찰했다.

이와 관련 심장이식과 회복과정을 주도한 윤영남 교수는 베체트병 염증이 심장주변 주요혈관으로 침범했을 경우 생존율이 매우 낮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라며 이번 수술 성공에 의미를 부여했다.

윤영남 교수는 "국내 최초로 베체트병 환자에 대한 심장이식 시행 후 일상에 복귀시킨 것은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며 "통증을 동반한 구강점막 궤양이 자주 생기거나 베체트병 진단을 받은 환자라면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심장초음파를 포함한 정기적인 심혈관계 검사를 실시해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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