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제32차 대한당뇨병학회 춘계학술대회서 토론
"LDL-C 적극 조절하면 혜택 커" vs "극초고위험군 정의 불명확"

10~1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대한당뇨병학회 제32차 춘계학술대회'가 개최됐다. 사진은 학술대회 전경.
▲9~1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대한당뇨병학회 제32차 춘계학술대회'가 개최됐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국내 제2형 당뇨병 환자를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초고위험군(high risk grou)'보다 더 위험도가 높은 '극초고위험군(extreme risk group)'으로 분류해야 할지를 두고 찬반논쟁이 뜨겁다.

미국 내분비학계가 제시한 극초고위험군 분류를 두고, 당뇨병 환자를 극초고위험군으로 정의해 LDL-콜레스테롤을 적극적으로 조절해야 한다는 주장과 극초고위험군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는 9~1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제32차 춘계학술대회에서 '한국인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이상지질혈증 치료에 있어 LDL-콜레스테롤 55mg/dL 미만의 극초고위험군이 필요한가?'를 주제로 10일 토론을 진행했다. 

AACE '극초고위험군' 분류에 '당뇨병' 포함

2017년 미국임상내분비학회(AACE)는 '이상지질혈증 관리 및 심혈관질환 예방 가이드라인'을 통해 심혈관질환 '극초고위험군'을 새롭게 정의, 이상지질혈증 치료 목표를 LDL-콜레스테롤 55mg/dL 미만으로 권고하면서 국내외 학계의 파장을 일으켰다. 

극초고위험군에는 LDL-콜레스테롤을 70mg/dL 미만으로 조절한 후에도 불안정 협심증을 포함한 진행성 심혈관질환이 있는 환자뿐 아니라 당뇨병 환자도 포함된다.

지난해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이상지질혈증 치료지침 제4판'을 발표하면서 극초고위험군에 대해서는 국내 전문가들의 합의가 필요하므로 치료지침의 본문에 언급은 했지만 권고사항에는 포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리고 당뇨병 환자를 ASCVD 고위험군으로 분류했고 표적장기손상 또는 심혈관질환 주요 위험인자를 동반했다면 위험도를 상향 조정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LDL-콜레스테롤을 낮추면 낮출수록 좋다면 'the lower is the better' 개념에 힘을 싣는 연구들이 보고되면서, 국내 당뇨병 환자를 극초고위험군으로 분류해 LDL-콜레스테롤을 보다 적극적으로 조절해야 할지를 두고 전문가들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Pros:

LDL-콜레스테롤 'the lower is the better' 입증한 근거 쌓여

당뇨병 환자에게 극초고위험군 분류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은 고위험군의 LDL-콜레스테롤을 낮추면 낮출수록 좋다는 사실이 검증됐고, 그만큼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제가 개발됐다고 주장한다. 위험 대비 혜택을 따져서 선별된 당뇨병 환자에게 보다 적극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

강북삼성병원 박철영 교수(내분비내과)는 국내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이상지질혈증 치료에 있어 '극초고위험군' 분류가 필요하다는 찬성 입장을 내비쳤다.
▲강북삼성병원 박철영 교수(내분비내과)는 국내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이상지질혈증 치료에 있어 '극초고위험군' 분류가 필요하다는 찬성 입장을 내비쳤다.

강북삼성병원 박철영 교수(내분비내과)는 "AACE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당뇨병 환자를 극초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LDL-콜레스테롤을 55mg/dL 미만으로 더 낮춰야 한다고 권고했다"며 "결국 초고위험군 중 LDL-콜레스테롤이 70mg/dL 미만으로 조절될지라도 계속 문제가 발생하는 환자들이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LDL-콜레스테롤을 낮추면 낮출수록 심혈관 예후가 좋다는 점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로 스타틴과 에제티미브 병용요법의 심혈관질환 2차 예방 효과를 입증한 IMPROVE-IT 연구를 꼽을 수 있다(N Engl J Med 2015;372:2387-2397).

스타틴과 에제티미브 병용요법으로 평균 LDL-콜레스테롤을 53mg/dL까지 낮췄고 심혈관사건 상대위험도가 6.4% 유의하게 감소했다. 이 결과에 따라 AACE는 극초고위험군의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55mg/dL 미만으로 제시할 수 있었다. 

게다가 PCSK9 억제제 에볼로쿠맙 임상시험인 FOURIER 연구는 강력한 LDL-콜레스테롤 조절이 안전한지에 대한 물음에 답을 줬다. 연구에서 에볼로쿠맙 치료군의 LDL-콜레스테롤은 등록 당시(평균 92mg/dL) 대비 50% 감소하거나 30mg/dL까지 조절됐다(N Engl J Med 2017;376:1713-1722). 

안전성 평가 결과 모든 이상반응 또는 심각한 이상반응 발생률은 에볼로쿠맙 치료군과 위약군 간 큰 차이가 없어, LDL-콜레스테롤을 적극적으로 낮춰도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박 교수는 당뇨병 환자에게 극초고위험군 분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몇 가지 해결해야 할 숙제가 남아있다고 밝혔다. 

그는 "LDL-콜레스테롤 조절 하한치가 확실하지 않아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할 수 없다. 또 서양인 데이터를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인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며 "나이에 따라 환자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등 여러 의문이 남아 있다. 어떤 당뇨병 환자의 LDL-콜레스테롤을 얼마나 낮춰야할지 결정하는 것이 우리에게 남은 숙제다"고 전했다.

Cons: 

ASCVD 극초고위험군 정의하기 어려워

반면 당뇨병 환자에게 극초고위험군 분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은 ASCVD 병력이 있는 당뇨병 환자의 LDL-콜레스테롤을 강력하게 조절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만 이들을 초고위험군에서 극초고위험군으로 구분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문민경 교수(내분비내과)는 국내 제2형 당뇨병 환자를 초고위험군에서 극초고위험군으로 구분하기란 어렵고 AACE가 제시한 극초고위험군 정의도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문민경 교수(내분비내과)는 국내 제2형 당뇨병 환자를 초고위험군에서 극초고위험군으로 구분하기란 어렵고 AACE가 제시한 극초고위험군 정의도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먼저 AACE가 제시한 극초고위험군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AACE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초고위험군은 ASCVD 10년 위험도가 20% 초과한 환자군으로 명시했지만 극초고위험군의 위험도는 제시하지 않았다. 

또 IMPROVE-IT 연구 환자군 중 75세 미만에서 심혈관 예후 및 안전성을 평가한 결과, 스타틴과 에제티미브를 병용한 당뇨병이 없는 성인의 심혈관사건 발생률은 29%, 당뇨병 환자는 38%였다. 두 군간 차이는 약 10%p로, 이 결과가 극초고위험군과 초고위험군을 나눌 만큼 의미 있는지 확실하지 않다.

게다가 FOURIER 연구에서 위약군으로 분류된 당뇨병이 없는 성인의 심혈관사건 등 1차 복합 종료점 발생률은 2.2년 추적관찰(중앙값) 동안 13%였으나 10년까지 보면 약 59%로 추정된다. 

종합하면 당뇨병 유무와 관계없이 IMPROVE-IT, FOURIER 연구에 포함된 환자군의 ASCVD 위험도가 높으며 이들을 극초고위험군과 초고위험군으로 나누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극초고위험군을 정의할 수 있는 ASCVD 10년 위험도 기준을 정하더라도 이를 국내 당뇨병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지도 미지수다.

이에 국내 당뇨병 환자를 극초고위험군으로 분류하기보단, 고위험군 안에서 ASCVD 발생 위험이 높은 환자를 선별해 강력하게 치료하는 게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당뇨병 유병기간, 알부민뇨 수치, 추정 사구체여과율 등 당뇨병에 특이적인 위험인자를 확인해 같은 당뇨병 환자 내에서도 ASCVD 위험도가 높은 이들을 확인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이러한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국내 당뇨병 환자 대상 연구가 많이 이뤄지지 않아, 앞으로 관련 연구가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문민경 교수(내분비내과)는 "기본적으로 당뇨병 환자는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며 "특히 ASCVD 병력이 있는 당뇨병 환자는 ASCVD 위험도가 더 높기에 이들은 강력한 지질저하제 치료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이들을 초고위험군에서 극초고위험으로 구분하기란 매우 어렵고, LDL-콜레스테롤을 얼마나 낮출지에 대한 컨센서스도 필요하다"면서 "국내에서는 당뇨병 환자에게 극초고위험군 분류를 적용하기보단 초고위험군에서 ASCVD 위험도가 높은 환자군을 찾아 강력한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더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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