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윤리학회, 의사 국가시험 의료윤리 적용방안 연구 공청회 개최
오답시비 없는 문항 구성 쉽지 않아…실기 통한 측정 가능성도 낮아

의사 국가시험 의료윤리 평가 실행방안 연구 공청회 전경
의사 국가시험 의료윤리 평가 실행방안 연구 공청회 전경

의사 국가시험에서 의료윤리를 평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가 열렸지만 가능성은 요원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의료윤리의 실제 역량을 평가함과 동시에 오답시비가 없는 문항을 구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판단인 것.

한국의료윤리학회는 10일 성균관대학교의과대학 임상교육장 9층에서 '의사 국가시험 의료윤리 평가 실행방안 연구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연구 책임자인 김장한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지난 3월 21일부터 4월 5일까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델파이 조사 결과를 일부 공개했다.

조사 대상자 36명중 23명이 응답했으며 의료윤리 관련 항목별 설문 수는 총 91문항이다.

이번 조사는 91개의 항목별 질문이 의사국시 평가항목으로 적합한지와 평가 방법으로 무엇이 적절한지를 묻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결과 발표 후 토론에 나선 권복규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의료 윤리 역량'에 대한 정의와 개념 규정이 불분명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권복규 교수는 "의과대학을 졸업한 의사가 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의료윤리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리가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의사 국가시험 의료윤리 평가 실행방안 연구 설문 방식. 항목별 질문이 의사국시 평가항목으로 적합한지와 평가 방법으로 무엇이 적절한지를 묻는 형태다.
의사 국가시험 의료윤리 평가 실행방안 연구 설문 방식. 항목별 질문이 의사국시 평가항목으로 적합한지와 평가 방법으로 무엇이 적절한지를 묻는 형태다.

특히, 의료윤리 평가 방법의 한계점을 문제로 삼은 권복규 교수이다.

권 교수는 "의료윤리 증례를 놓고 그에 대한 본인의 대처를 묻는 문항을 서술형으로 쓴다면 채점의 어려움은 차치하더라도 객관성에 대한 시비는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며 "필기가 아닌 실기시험에 반영한다 해도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결국 오지선다형 객관식 문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오답 시비가 없는 답안을 어떻게 구성할지 쉽지 않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의사 입장에서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 '의료윤리'라는 단어 대신 전문가적 역량과 정신을 강조할 수 있는 단어로 대체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권복규 교수는 "의료사회에서 윤리는 일반적인 윤리를 뜻하지 않는다"며 "삼강오륜에 인성이 포함된 뜻의 '윤리'를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이윤성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장은 윤리적인 능력에 대한 평가가 필요함에는 공감하나 평가 기준을 설정하기까지 험난한 길을 예상했다.

이윤성 원장은 "가르친 것을 평가해야지, 평가를 위해서 교육을 하면 안된다"며 "학생들이 남을 배려하고 사회적인 기준을 준수하는 훈련을 받은 후 이것들은 평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의사국시 시험에 의료윤리 관련 문제를 늘리는 것 또한 충분한 의견 수렴이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의사 국가시험에서 의료윤리는 2013년도 제 77회 시험부터 출제되기 시작해 1교시 의학총론 과목에서 매년 한 문항씩 출제됐다. 

의사 국가시험이 총 380문항이므로 출제비율은 0.26%에 불과한 것이다. 

이윤성 원장은 "의료윤리 문제 비율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들이 있지만 윤리적인 판단을 오지선택형으로 평가 할 수 있는지 등을 꾸준히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회에서 일부 의사의 비윤리적인 행동을 두고 의사국시에 윤리문제가 적은 것이 이유라며 문제를 늘려야 한다는 논리는 틀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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