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균·바이러스 항체반응 촉진시켜
호흡기질환 예방부터 치료까지 전방위 공략

호흡기질환 치료에 새로운 활로가 모색되고 있다. 백신 또는 면역요법을 적용해 기존 표준치료의 혜택을 보강하거나 대체하겠다는 것으로, 호흡기질환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전략은 만성 또는 재발성 호흡기질환 병태생리의 새로운 루트이자 타깃인 면역기능장애를 공략해 관해(寬解)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과거의 호흡기질환 치료가 단기간 또는 일시적으로 증상을 완화하는 데 그쳐 만성·재발·악화 등 빌미를 제공했다면, 새 전략은 원인균 및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반응을 촉진시킴에 따라 관련 호흡기질환의 예방에서 치료까지 전방위적이고 근본적인 공략이 가능해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임상에 적용되기 시작한 호흡기 면역치료는 상하기도호흡기의 면역력을 정상화시켜 호흡기질환을 예방·치료하는 기전이다.
 
새로운 병태생리
면역체계의 정상화 또는 강화를 통해 호흡기질환을 치료하는 새로운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체내 면역작용의 변화와 만성 또는 재발성 호흡기질환 위험 증가의 연관성에 대한 학계의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어감에 따라, 이를 타깃으로 호흡기질환을 치료하는 시도가 병행되고 있는 것. 호흡기 관련 항체반응을 조절하는 면역치료를 지칭하는 말이다.

최근 체내 면역반응의 변화에서 주요 호흡기질환 병태생리의 원인을 찾는 노력이 계속돼 왔다. 면역체계와 관련된 장애, 즉 면역글로불린(SIgA, IgA, IgG 등) 결핍이 폐렴·기관지염·만성폐쇄성폐질환(COPD)·천식·재발성 호흡기 바이러스 유발 질환·알레르기 비염 등을 유발·진행·악화시키는 데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미국 테네시주 반더빌트대의료원 Vasiliy Polosukhin 교수팀 보고에 따르면, COPD 환자에서 소기도 점막의 면역글로블린(SIgA) 결핍이 점막 상피세포의 비정상적 변형을 유발해 병원균이 상피세포막을 뚫고 들어가 지속적인 염증과 기도개형을 야기하도록 방치한다(American Journal of Respiratory and Critical Care Medicine). 

또 다른 연구논문에서는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 초기, 체내 면역체계가 감염에 반응하는 과정에서 다른 병원체(micro-organism)에 반응하는 능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면역기능에 따른 호흡기감염 위험 증가 가능성을 경고했다(European Journal of Aerobiology).
 
새로운 치료 타깃
호흡기질환에서 면역 관련 병태생리의 연구는 새로운 치료 타깃을 선보이기 위한 전초전의 성격을 갖는다. Polosukhin 교수팀은 면역체계와 COPD 연관성 연구를 기반으로 새로운 표적치료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연구팀은 "점막 면역작용을 회복시키는 혁신적인 접근법을 통해 COPD 환자의 질병을 조절할 수 있는 근본적이고 궁극적인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장밋빛 전망을 전했다.

미국 로스웰암연구원의 Tariq Bhat 교수팀도 다른 연구를 통해 "COPD 환자에서 면역억제 네트워크를 조절함으로써 체내 면역반응을 회복시켜 폐기능 개선과 함께 악화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Annals of the American Thoracic Society).
 
임상적용
호흡기질환 치료에 새로운 활로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면역요법은 상하기도 재발성 감염, 특히 만성 호흡기질환(기관지염, 부비동염) 치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지난해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사용이 가능해졌다. 체내 호흡기 관련 약화된 면역력을 정상화 또는 증강시켜 호흡기질환의 예방과 치료가 동시에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이 면역요법은 먼저 백신으로 개발됐기 때문에 호흡기 감염 예방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 호흡기 병원균 8종의 항원·항체반응을 유도해 외부로부터 감염·침투한 병원균 및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킨다. 특히 면역력이 떨어져 호흡기 병원균 및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한 노인과 소아 연령대에서 재발성 호흡기감염의 예방·치료에 기대가 크다.

여기에 약화된 면역기능의 정상화 및 증강작용까지 갖추고 있어 호흡기감염 빈도를 줄이는 것에 더해 COPD, 천식, 기관지염과 같은 호흡기질환 치료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면역치료와 COPD
특히 면역치료를 통한 COPD 치료혜택이 주목받고 있다. COPD 환자에서 면역치료의 악화감소 혜택을 검증한 AIACE 연구를 주도했던 이탈리아 제노바대학 Fulvio Braido 교수(호흡기·알레르기내과)는 "COPD 환자의 악화는 호흡기 감염과 연관돼 있다"며 "호흡기 면역반응을 유도하고 재발성 병원균 및 바이러스 감염을 통제할 수 있는 면역치료를 통해 악화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COPD는 진행성 질환으로 폐감염에 의해 유발되는 급성악화가 특징인데, 악화 후 폐기능의 급격한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COPD 환자의 치료는 악화위험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흡입코르티코스테로이드제와 기관지확장제가 COPD 증상과 악화위험을 줄이는 데 효과적인데, 이들 약제는 악화위험을 감소(reduce)시킬 수는 있지만 근절(eliminate)시키지는 못한다. 
 
숙주 면역반응 개선
Braido 교수는 면역치료를 통해 숙주의 면역반응을 개선해 COPD 악화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AIACE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는 중등도·중증·초중증의 COPD 환자에서 악화빈도 25% 감소로 정의된 면역치료의 임상효과를 입증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2차적으로 연구시작 시점부터 첫 번째 악화까지의 시간, 첫 번째와 두 번째 악화 사이의 평균 간격, 증상개선 혜택 등도 평가했다. 항생제나 항염증제와 같은 다른 약물의 사용감소와 함께 결근 및 입원일수와 같은 약물경제학 기준도 들여다봤다.

결과는 첫 번째 악화까지의 시간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지만, 두 번째 악화까지의 시간은 면역치료 그룹에서 유의하게 더 길었다(PMBLvs위약, 123.89일vs70.36일). Braido 교수는 "이 같은 결과는 새로운 전략이 면역세포에 미치는 효과를 통해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더불어 면역치료 그룹에서는 발열과 같은 감염 관련 증상이 감소했다. 발열 총일수는 면역치료 그룹에서 절반가량 줄었다. 특히 COPD 입원일수가 유의하게 감소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호흡기질환 예방에서 치료까지
호흡기질환의 새로운 치료 타깃을 선보인 면역요법은 체내 면역반응을 조절함으로써 점막과 전신 면역 및 선천성과 적응 면역을 정상화시켜 호흡기질환을 예방·치료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 연구에서 주요 호흡기 감염 원인균에 대한 혈청 IgA, IgG, IgM을 2배에서 최대 7배 가까이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됐다.

궁극적인 혜택도 일련의 임상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호흡기 원인균 및 바이러스 감염의 빈도를 줄이고 항생제 사용과 치료·입원기간을 줄인 상태에서 효과적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었다. 최종적으로 면역치료의 호흡기질환 예방·치료 혜택은 호흡기감염, 기관지염, 알레르기 비염, 천식(EOLIA 연구), COPD(AIACE 연구) 등에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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