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혜 기자

소비자들이 물건을 구입하기 전 고려하는 것이 '가성비'이다. 가격에 비해 물건이 어느 정도 효능이 있는지를 나타내는 경제용어로, 의료계에서는 이를 '비용 대비 효과'라고 일컫는다.

그런데 최근 의료계에서는 국가건강검진 항목의 비용 대비 효과 논란이 일고 있다. 국가건강검진 수검률 증가로 국가가 지출하는 의료비용이 늘자, 정부가 건강검진 항목 중 경제성이 떨어지는 선별검사를 조정하겠다고 칼을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 시작으로 지질검사 주기를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했다. 질병관리본부의 후속 정책연구용역사업으로 진행한 '국가건강검진 항목 중 이상지질혈증 검진의 비용-효과 분석' 결과에서 지질검사 주기 4년이 2년보다 우월하며 국가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였다. 

지난 3월에는 지질검사 주기 조정으로 지난해 약 2천억원을 절감했다는 결과를 발표하며 경제적 효과를 강조했다.

반면 의료계는 지질검사 주기 연장으로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을 놓칠 수 있고 오히려 심혈관질환 치료 비용이 늘 것이란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기조가 변하지 않자 의료계에서는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진다고 분석된 당뇨병 선별검사도 향후 국가건강검진 항목에서 제외되지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렇게 된다면 심혈관질환의 대표적 위험요인인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의 선별검사 중 변화가 없는 항목은 혈압 측정에 대한 수가가 없어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된 고혈압뿐이다.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의 중심축이 무너지는 셈이다.

선별검사들이 경제성 평가에서 잇따라 비용 대비 효과 '불충분' 판정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에서 질환이 발생해도 치료에 필요한 의료비용이 많이 들지 않은 점을 꼽을 수 있다. 

예로 미국은 우리나라와 같은 건강보험제도가 없어 질환이 발생했을 때 천문학적인 의료비용이 필요하다. 이에 질환 위험군을 찾아 '예방'하는 것이 비용 대비 효과적이라고 판단, 선별검사의 중요성과 함께 적극적인 예방전략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 정부가 당뇨병 예방 프로그램(DPP)을 진행해 당뇨병 고위험군이 당뇨병 환자로 이어지지는 것을 막으면서 추후 발생할 의료비용을 절감하는 방안을 찾는 것도 그 노력 중 하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리 질환 예방 정책은 다른 정책에 비해 우선순위가 밀린 듯하다. 

정부가 치매 관리에 상당한 비용을 투자하면서 질환 예방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국가건강검진의 선별검사 비중을 줄이려고 하니 아이러니하다.

물론 한정된 국가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 같은 경제성 평가가 장기적인 측면에서 국민 건강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 현재 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다. 

정부는 국민 건강을 생각했을 때 정말 우선돼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국민 건강과 경제성 평가의 선후관계가 바뀌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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