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의료기기社 다시금 자체 AI 개발 열풍
영상의학서 싹 틔운 AI...질병 영역 확대 바람 
업계 기술발전은 이미 숙성단계 "제도와 시스템 개혁없는 혁신은 없다"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최근 3년 간 우리나라를 뒤흔들었던 알파고와 AI(인공지능) 열풍.

4차 산업혁명이 산업계 화두로 떠오르면서 곳곳에서 AI 접목이 본격화됐다.

물론 그 핵심은 의료기기 분야였다. 그동안 활발한 기술개발과 테스트가 진행된 곳은 의료기기 분야였고, 실제 성과물까지 이어진 곳도 의료기기 업계였기 때문이다. 

알파고와 왓슨 그 이후, 시들해진 의료기기 AI 개발?

알파고에서 시작돼 IBM 왓슨 온콜로지까지 이어졌던 의료기기 분야 AI 개발 신드롬은 어느덧 시들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6년 12월 왓슨이 처음 국내에 도입됐을 당시만 해도 의사의 영역을 대체할 것이라는 위기감도 있었다. 

하지만 2017년 중앙보훈병원 이후 왓슨을 도입했다는 병원의 홍보자료는 사라진지 오래다.

작년 한림대 성심병원이 유전체 분야인 '왓슨 포 지노믹스'를 도입한 게 유일하다. 

국내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AI 기업과 손잡고 자체개발로 방향이 변화하면서 급속도로 왓슨 효과는 시들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어느 질병은 국내에서는 환자 수가 많지만 외국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위암"이라며 "왓슨이 보유한 정보보다 우리나라 의료진의 지식이 더 뛰어난 상황이라, 왓슨은 그저 참고사항에 그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생각보다 별로'라는 평가가 시장에서 외면받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의료기기업계는 '의견 일치율'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지적한다. 

국내에서 처음 왓슨을 도입한 길병원의 의견 일치율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6년 12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대장암 환자 118명을 대상으로 한 의견 일치율은 55.9%에 불과했다. 

의료기기업계, AI 개발 열풍 여전 

다만 의료기기 업계에서는 AI가 단순이 환자의 질병을 진단하는 데서 발전, 신약개발 및 건강예측 서비스 모델로까지 진화하면서 헬스케어 시장 한 축으로 성장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있다. 

초기 의료 AI는 영상의학분야, 그것도 폐나 심혈관질환에 초점을 맞춰왔던 데 비해 최근에는 질병영역과 분석 데이터가 다각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올림푸스, 메드트로닉, 지멘스 등 외국계 기업들은 아직도 의료용 AI를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올림푸스는 올해만 벌써 두 번째 의료 AI 개발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우선 도쿄지케이카이의과대학과 세포질내정자주입술 과정에서 배아배양사를 보조하는 '정자 선별 AI 시스템'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에 돌입했다. 

이에 올림푸스는 도쿄지케이카이의과대학 산부인과와 함께 1000명의 환자로부터 최대 1만 건의 교육 데이터를 가공해 정자의 머리 형태와 운동성을 종합적으로 평가, 양질의 정자를 선별하는 기준을 AI에 학습시킬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20년 12월까지 정자 선별 보조 AI 시스템을 개발, 이를 탑재한 현미경을 완성한다는 게 목표다. 

이와 함께 올림푸스는 소화기내시경검사 시 사용하는 AI 기반 컴퓨터 보조진단(Computer Aided Diagnosis, CAD) 소프트웨어 오픈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전했다. 

소화기내시경 검사 시 의료진이 CAD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오픈 플랫폼이다. 

아울러 대장내시경 촬영 영상을 AI로 분석해 진단을 보조하는 CADe 소프트웨어를 지난달 일본에 출시했고, 위와 식도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필립스는 국내 기업과 손잡고 의료 AI 개발에 나섰다. 

필립스와 뷰노, 루닛 등 3사는 업무협약을 맺고 국내 기술을 중심으로 헬스케어 AI 솔루션을 개발하고, 해당 솔루션이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의료기관의 임상에서 상용화되도록 협력할 예정이다. 

필립스는 헬스케어 AI 개방형 리서치 플랫폼인 '인텔리스페이스 디스커버리'를 통해 루닛 및 뷰노의 헬스케어 AI 알고리즘이 해외 의료기관에서 임상 검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R&D에 적극 기여할 방침이다. 

특히 주목할 회사는 지멘스다. 

지멘스는 현재 왓슨의 후속작으로 일컬어지는 의료 AI를 개발 중이다. 

지멘스의 AI Pathway Companion은 의사가 임상 경로를 따라 진단 및 치료 결정을 지원하는 AI 기반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Clinical Decision Support System)이다. 

해당 시스템은 환자의 병력, 영상, 데이터, 병리학, 유전학 등의 결과를 종합적으로 평가, 이를 바탕으로 임상지침을 고려해 다음 단계의 치료 옵션을 제안한다. 

국내기업은 질병 영역을 넓히며 시장 장악에 나서고 있다. 

뷰노는 안저질환, 뇌질환 등에 특화된 AI를 개발 중이다. 또 심정지를 예측하는 시스템과 간암 생존률과 재발을 예측할 수 있는 AI를 출시할 계획이다. 

또 다른 국내 기업인 루닛은 폐암, 유방암을 대상으로 조직을 분석, 확진뿐 아니라 치료 예측성까지 제시하는 시스템을 공개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영상의학에서 나아가 병리학까지 AI가 접목되면서 다른 가이드라인에 의존했던 병리 도구가 표준화되고 명확하게 규정될 것"이라며 "병리학 분야 AI 접목은 질병 확진은 물론 신약 개발에 활용될 여지가 많다"고 강조했다. 
 
의료 AI, 국내 산업 견인차 되려면..."제도·시스템 개혁없는 혁신은 없다" 

왓슨 신드롬 이후 3년간 급속도로 성장한 의료 AI. 

업계는 한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조기 현장 적용과 전문인력 양성 등 산업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의료AI 시장은 왓슨 도입 후 크게 성장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왓슨 도입 전인 2015년 17억 9000만원에 불과했던 시장규모는 2017년 46억 7000만원으로 성장했다. 

올해는 141억 4000만원 규모를 형성하는 데 이어 2020년에는 256억 4000만원의 시장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업계는 규제완화와 시스템을 개혁하려는 문화가 없다면 혁신은 없다고 지적한다. 

의료기기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업계의 창의성과 기술은 이미 올라선지 오래다"며 "기술력이 꽃을 피우는 것을 가로막는 건 제도와 시스템이지, 미흡한 기술발전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료기기업계 한 관계자는 "병원마다 환자의 임상정보를 수집하고 사용하는 방법이 다른 만큼 이를 표준화하는 게 필요하다"며 "정부는 수집된 환자 정보가 식별 불가능한 만큼 업계가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길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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