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ANCE 연구, 등록 당시 혈압·심혈관질환 위험도에 따라 항고혈압제 효과 분석
140mmHg 미만군에서 항고혈압제로 예후 개선 확인
혈압·심혈관질환 위험도에 따라 혈압조절 혜택 이질성 나타나지 않아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당뇨병 환자의 혈압을 '130/80mmHg 미만'으로 조절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ADVANCE 연구에 포함된 당뇨병 환자를 등록 당시 혈압에 따라 세분화해 분석한 결과, 140mmHg 미만인 환자군도 항고혈압제로 혈압을 130/80mmHg 미만으로 낮췄을 때 예후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10년 위험도에 따라서도 항고혈압제 치료를 통한 심혈관질환 예방 및 생존 혜택이 다르지 않았다. 

현재 국내·외 학계에서 당뇨병 환자의 목표혈압을 다르게 제시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결과는 당뇨병 환자의 혈압을 적극적으로 조절해야 한다는 데 힘을 싣는다.

연구 결과는 Hypertension 4월 29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당뇨 환자 목표혈압 '130/80mmHg 미만?' '140/90mmHg 미만?'

국내외 학계가 제시한 당뇨병 환자의 혈압관리 전략을 살펴보면 미국 및 유럽 심장학계는 강력한 혈압조절을, 미국당뇨병학회와 대한고혈압학회는 심혈관질환 위험에 따른 다른 목표혈압을 제시한다. 

미국심장학회·심장협회(ACC·AHA)는 2017년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통해 당뇨병 환자의 목표혈압을 130/80mmHg 미만으로 권고했다. 지난해 유럽고혈압학회 고혈압 가이드라인에서는 당뇨병 환자의 목표혈압을 130mmHg 이하/70~80mmHg로 조절하도록 주문했다.

이와 달리 2019년 미국당뇨병학회 가이드라인에서는 ASCVD 10년 위험도 15% 초과와 미만으로 나눠 각각 목표혈압을 130/80 mmHg  미만, 140/90 mmHg 미만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 가이드라인에서는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동반 여부에 따라 심혈관질환이 없다면 140/85mmHg 미만, 동반했다면 130/80mmHg 미만으로 권고했다. 미국 심장학계 가이드라인 변화를 이끈 SPRINT 연구에 당뇨병 환자 근거가 충분하지 않으며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강력한 혈압조절에 따른 혜택을 확인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다음달 발표되는 대한당뇨병학회 당뇨병 진료지침도 목표혈압을 140/85mmHg 미만, 심혈관질환 동반 환자는 130/80mmHg 미만으로 권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페린도프릴/인다파미드 복용군, 혈관사건·사망 위험 ↓

당뇨병 환자의 최적 목표혈압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연구는 ADVANCE 연구에 포함된 당뇨병 환자의 혈압을 적극적으로 조절했을 때 혜택이 치료 전 혈압 또는 ASCVD 위험에 따라 달라지는지 확인하고자 진행됐다.

2007년 발표된 ADVANCE 연구는 약 1만 1000명 환자를 대상으로 등록 당시 혈압에 관계없이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페린도프릴(perindopril)/이뇨제 인다파미드(indapamide) 고정용량 복합제가 대혈관 및 미세혈관 합병증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무작위 대조군 연구다. 

전체 환자군은 페린도프릴/인다파미드 복용군과 위약군에 1:1 무작위 분류됐다. 당시 결과에 따르면, 위약군 대비 페린도프릴/인다파미드 복용군의 혈압이 5.6/2.2mmHg 더 낮아 혈압조절 혜택을 입증한 바 있다. 

이번 분석에서는 평균 4.3년 추적관찰 동안 페린도프릴/인다파미드 복용군과 위약군의 대혈관 및 미세혈관 합병증 등 주요 혈관사건 발생 위험과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을 비교했다.

추적관찰 동안 등록 당시 수축기혈압 140mmHg 미만이었던 페린도프릴/인다파미드 복용군은 치료 후 평균 126.3mmHg로, 140mmHg 이상이었던 환자군은 치료 후 140.6mmHg로 조절됐다. 

치료 전 ASCVD 위험이 20% 미만인 환자군의 수축기혈압은 페린도프릴/인다파미드 복용 후 평균 129mmHg로, 20% 이상인 환자군은 평균 136.1mmHg로 조사됐다. 전체적으로 위약군과 비교해 페린도프릴/인다파미드 복용 시 수축기혈압이 감소했다. 

치료 기간에 전체 환자군 중 837명이 사망했고 966명에서 주요 혈관사건이 발생했다. 

항고혈압제 복용에 따른 주요 혈관사건 또는 사망 위험을 비교한 결과, 페린도프릴/인다파미드 복용군이 위약군 대비 주요 혈관사건 발생 위험이 9%(HR 0.91; 95% CI 0.83~0.997),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14% 낮았다(HR 0.86; 95% CI 0.75~0.99).

혈압·ASCVD 위험 세분화해 분석…항고혈압제 치료 혜택 이질성 없어

주목할 점은 항고혈압제에 따른 치료 혜택이 치료 전 혈압 또는 ASCVD 위험에 따라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등록 당시 수축기혈압과 이완기혈압을 세분화해 비교한 결과, 페린도프릴/인다파미드 복용 시 혈압에 따른 치료 혜택의 이질성(heterogeneity)이 없었다(각각 P=0.85; P=0.49).

이 같은 결과는 등록 당시 ASCVD 10년 위험도를 20% 미만 또는 이상으로 나눠 페린도프릴/인다파미드 치료 혜택을 평가한 결과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모두 P≥0.08). 

특히 치료 전 수축기혈압이 140mmHg 미만인 당뇨병 환자 중 130~139mmHg 환자군이 적극적인 혈압치료로 주요 혈관사건 또는 사망 위험이 낮아지는 경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축기혈압 140mmHg 미만군 중 주요 혈관사건 발생 위험은 페린도프릴/인다파미드 복용군이 위약군과 비교해 △120mmHg 미만군 6%(HR 0.94; 95% CI 0.68~1.29) △120~129mmHg군 0%(HR 1.00; 95% CI 0.75~1.33) △130~139mmHg군 19%(HR 0.81; 95% CI 0.65~1.02) 낮았다. 통계적인 유의성은 없었지만 130~139mmHg군도 항고혈압제를 복용해 적극적으로 혈압을 조절했을 때 주요 혈관사건을 예방할 수 있었다. 

아울러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 역시 130~139mmHg군에서 페린도프릴/인다파미드 복용군이 위약군 대비 17%(HR 0.83; 95% CI 0.60~1.15) 낮아 생존 혜택을 기대할 수 있었다. 통계적으로 의미 있지 않았지만 수축기혈압 120mmHg 미만군은 위약군보다 그 위험이 3%(HR 0.97; 95% CI 0.61~1.54) 낮았고, 120~129mmHg군은 오히려 9%(HR 1.09; 95% CI 0.75~1.33) 더 높았다. 

연구를 진행한 아일랜드 국립대학 J. Bill McEvoy 교수는 "연구 결과 항고혈압제로 당뇨병 환자의 혈압을 적극적으로 조절했을 때 주요 혈관사건 또는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 감소했다"며 "이번 연구와 지금까지 발표된 연구를 종합하면 제2형 당뇨병 환자는 항고혈압제로 혈압을 130/80mmHg 미만으로 적극적으로 조절해야 혜택을 얻는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현재 미국당뇨병학회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목표혈압이 너무 보수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어 "당뇨병 환자를 포함해 연속으로 두 번 측정한 혈압이 130/80mmHg 이상인 환자들은 혈압을 더 낮추도록 치료전략에 변화를 줘야할지 의료진과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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