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병원 전대원 교수(소화기내과)
무료로 5~6분내 검사, 핸드폰 앱으로 사용 가능
“국내 불현성 간성뇌증 현황 파악에 도움 될 것”

▲ 한양대병원 전대원 교수(소화기내과) ⓒ한양대병원 

[메디칼업저버 최상관 기자] 국내 연구진이 손쉽게 간성뇌증(hepatic encephalopathy)을 검사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했다.

간성뇌증은 이전까지 외국 검사 도구를 차용했으나, 언어·문화적 차이와 비용 문제로 여러 제약이 있었다.

이에 한양대병원 전대원 교수(소화기내과)가 간성 뇌증 검사 도구인 스트룹 검사(stroop test)를 국내 상황에 맞게 ‘한국형 스트룹 검사(Korean stroop test)'로 개발했다.

해당 검사 도구를 이용한 연구 결과는 최근 아시아태평양간학회(APASL)에도 발표됐다.

- 간성뇌증은 어떤 질환인가?

간성뇌증은 간경변 환자에게 나타나는 인지기능 장애를 말한다. 간 기능 손상으로 암모니아 등 독성 물질이 혈중에 축적돼 뇌에 장애를 일으켜 발생한다. 환자는 수면장애를 겪거나 반응이 느려지는 등 증상을 보이고, 심한 경우에는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거나 외부 자극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간성뇌증은 ‘현성’과 ‘불현성’ 간성뇌증으로 나뉜다. 현성 간성뇌증은 증상만으로도 쉽게 진단할 수 있으나, 불현성 간성뇌증은 쉽게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진단이 어렵다. 간경변 환자의 40%가 이에 해당한다.

- 한국형 스트룹 검사 개발 배경은?

미국, 독일 등 외국에서는 간성뇌증 진단을 위한 인지기능 검사 도구가 이미 개발돼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4~5년 전에 한국어로 번역해 해당 검사 도구를 사용했다. 그러나 사용에 여러 문제가 있었다.

먼저 저작권료 문제였다. 대개 인지기능 검사 도구가 영리 목적으로 제작돼 사용할 때마다 저작권료 지불에 대한 부담이 따르기 마련이었다. 또 나라마다 문화가 달라 외국 검사 도구를 그대로 차용하기에도 문제가 있었다.

- 사용에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었나?

스트룹 검사는 적혀 있는 글자의 의미와 색상이 일치하지 않는 조건에서 색상을 읽을 때 속도가 느려지는 현상을 측정하는 검사다. 가령 파란색 글씨로 ‘빨간색’이라고 적힌 글씨를 “파란색”이라고 대답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측정한다.

문제는 외국과 우리나라 사람 간 색깔 인식 차이에서 발생했다. 우리나라 사람은 초록색을 보고도 “파랗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잦아 오류가 많았다. 신호등에서 “초록불”을 “파란불”이라고 부르듯 언어·문화적인 차이 때문이었다.

또한 기존 스트룹 검사는 시간도 많이 걸릴뿐더러, 전문 심리 상담사의 도움이 필요했고, 검사 비용도 10만원 이상이라 검사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 한국형 스트룹 검사의 특징은?

먼저 기존 외국 검사의 색 설정은 빨강, 노랑, 초록, 파랑이었으나 이번 검사에서는 문제가 됐던 초록을 없애고, 검정을 추가했다.

또한 검사 시간도 5~6분으로 짧으며, 전문 심리 상담사 도움없이 의사와 간호사의 보조로도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무엇보다 무료로 검사로 비용 부담을 없앴다.

핸드폰 어플로도 개발돼 사용할 수 있다. 개발 기간만 3년, 어플 완성은 이제 1년 정도 지났다.

이번에 개발된 검사는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불현성 간성뇌증 진단 도구로서, 비영리적 목적으로 의료 현장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대한간학회 연구 지원 및 상계백병원 윤아일린 교수(소화기내과), 간성뇌증 연구모임의 도움이 컸다.

- 스트룹 검사 외에도 다른 검사 도구가 있나?

표준 검사 방법(gold-standard)은 ‘paper-pencil test’다. 다만, 검사 시간이 40분 이상 소요되고, 검사 결과 해석에 전문적인 지식도 필요하기에 임상에서 흔히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때문에 스트룹 검사를 간선뇌증 선별검사로 활용한 후, 간성뇌증 확진에 paper-pencil test를 사용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그밖에 어플에서는 감각통합능력검사(Sensory Integration test), 동물이름검사(animal naming test) 등도 우리나라 버젼으로 제공하고 있다.

- 간성뇌증 진단 바이오마커는 없나?

현재로서는 암모니아가 유일하다. 그러나 좋은 바이오마커로 부를만한 전제조건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암모니아가 발견되더라도 간성뇌증이 없는 경우가 많으며, 암모니아 수치 높낮이에 따라 질환의 중증도가 구별되지 않기 때문이다. 향후 더 좋은 바이오마커를 찾아내야 한다.

- 이번에 개발한 검사가 국내 임상에 미칠 영향은?

이전까지는 우리나라에서 불현성 간성뇌증 진단 도구가 마땅히 없어 유병률, 치료제 처방 및 효과 비교 등을 알기가 어려웠다. 이번 한국형 스트룹 검사로 국내 불현성 간성뇌증 유병률, 진단, 치료 등 현황 파악에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에 개발된 검사 도구를 토대로 한 연구가 올해 발표될 ‘대한간학회 간경변증 진료 가이드라인’에도 권고 근거로 포함될 예정이다. 아직 공청회 등 수렴과정을 거쳐야 하나 기대해 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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