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기 "당뇨약으로 개발됐지만 심장약으로 사용할수도"
내분비 "심혈관사망만 보나···환자와 약제특성 종합고려해야"

"당뇨병 약물로 개발된 SGLT-2 억제제지만, 혈당조절 외에 부가적 혈역학적 효과(hemodynamic effects)나 심장대사 혜택(cardio metabolic benefits) 등을 고려했을 때 향후 심장 약물로도 사용이 가능해 심장학 전문가들에게 쓰임을 받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혈당강하제의 심혈관 임상혜택을 놓고 논의를 벌이는 과정에서, 심장학 임상의학자들이 심혈관질환 예방목적으로 SGLT-2 억제제를 처방하는 시대가 본격 열릴 수도 있다는 기대가 표출됐다. SGLT-2 억제제나 GLP-1 수용체 작용제와 같은 혈당강하제를 통해 심혈관질환 동반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사건(심혈관 사망, 심근경색증, 뇌졸중)을 예방하고 사망위험을 줄이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심장학계가 혈당강하제 치료에 관심을 돌리고 있는 상황.

이에 대해 내분비학계는 "당뇨병 환자에서 심혈관질환 사망을 막을 수 있느냐도 중요하지만, 혈당강하제의 처방은 환자의 약물반응과 부작용 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역점을 두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며 SGLT-2 억제제가 전체 혈당강하제 계열 가운데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당뇨병 치료약물로 포지셔닝돼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 "항당뇨병제인가 심혈관 약물인가?"
지난 20일 부산서 열린 춘계 심혈관통합학술대회에서는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가 'SGLT-2 억제제의 다용도·다면성(The Many Faces of SGLT-2 Inhibitors)' 주제의 세션을 열었다. 이 세션에서는 'SGLT-2 억제제가 항당뇨병제인가 심혈관 약물인가?'의 질문을 놓고 심장학계와 내분비학계 전문가들이 열띤 논의를 펼쳤다.

SGLT-2 억제제는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조절에 적응증을 갖고 있는 명백한 경구 혈당강하제다. 그런데 심혈관질환 예방에 추가 적응증까지 있는 약물도 있는 만큼, 계열효과(class effects) 또는 심혈관질환 예방효과의 기전을 따져 보고 심장학 전문의들이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보자는 취지였다.

▲ 심장학계 동향
심장학계는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2차예방을 위해 혈당강하제를 적극 활용하는 쪽으로 패러다임을 잡고 있다. 일례로 미국심장학회(ACC)는 지난해 말 당뇨병치료제 관련 전문가합의문을 통해 "심장학 임상의들이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병력의 제2형 당뇨병 환자 치료 시에 심혈관 혜택이 입증된 혈당강하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ACC는 "특정 SGLT-2 억제제와 GLP-1 수용체 작용제에서 주요심혈관사건(MACE) 감소혜택이 확인됐다"며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심혈관질환 예방의 기회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당뇨병 치료의 목적이 혈당조절을 통한 심혈관질환 예방에 있다는 점을 내세워 혈당강하제 선택기준 또한 심혈관질환 이환 및 사망을 막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치료가 혈당조절을 넘어서 종합적인 심혈관 위험관리 전략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며 제2형 당뇨병 치료 패러다임의 전환까지 주장했다.

▲ 혈당조절 vs 심혈관 보호효과
주목해야 할 대목은 ACC 전문가들이 SGLT-2 억제제나 GLP-1 수용체 작용제를 통해 심혈관질환을 막을 수 있었던 것, 즉 심혈관 임상혜택이 혈당조절과는 독립적인 결과인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혈당조절과는 별개의 부가적인 기전 또는 혜택이 작용했다는 설명으로 이해된다.

SGLT-2 억제제 세션에 패널로 참석한 한림의대 조상호 교수(순환기내과)는 심장약물로서 SGLT-2 억제제의 가치를 지지하며 해당 계열의 다면발현효과(pleiotropic)를 중대한 근거로 제시했다. 그는 "SGLT-2 억제제 대상의 심혈관 연구(CVOT, cardiovascular outcome trials)에서 궁극적인 임상혜택의 격차가 초기단계에서부터, 즉 단기간 내에 벌어지기 시작했다"는 점을 지적, "혈당조절만으로는 이 같은 단기혜택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레거시효과(legacy effects)를 고려했을 때 초기에 적극적인 혈당조절에 임했다 해도 궁극적인 대혈관합병증 임상혜택은 10년 이상이 지나야 기대해볼 수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조 교수는 "CVOT에서 SGLT-2 억제제의 혈당조절 효과, 즉 당화혈색소(A1C) 감소 또한 다른 약제와 비교해 크게 차별화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혈당조절(diabetc effects) 외에 심장대사 혜택(cardiac effects)이 더 크게 기여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심장 약물로서 SGLT-2 억제제의 쓰임새를 옹호했다.

최종적으로는 "(앞서 언급한 근거에 기반했을 때) SGLT-2 억제제가 당뇨병 약물로 개발됐지만, 앞으로 심장 약물로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고 밝혔다.

▲ 심장대사 혜택
이와 관련해 성균관의대 이종영 교수(순환기내과)는 다파글리플로진 대상의 DECLARE-TIMI 58 연구에서 뛰어난 심부전 혜택이 검증된 점을 예로 들면서 SGLT-2 억제제의 혈역학적 효과와 심장대사 혜택을 원인으로 제시했다. 먼저 약제의 독특한 기전에 따라 혈당조절 외에도 혈압이나 체중조절이 뒤따르는 것이 강점으로 꼽혔다.

이외에도 SGLT-2 억제제가 에너지 효율이 높은 케톤체(ketone body)의 이용을 증가시켜 심장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심부전 혜택과 연관돼 있을 가능성도 주장했다. 특히 서울의대 양한모(순환기내과) 교수는 SGLT-2 억제제와 미토콘드리아 기능의 연관성에 주목, 미토콘드리아의 기능개선이 심부전과 같은 심장합병증의 개선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내분비학계 입장
이와 관련해 내분비학계 쪽의 전문가 패널들은 혈당강하제의 심혈관 임상혜택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혈당조절과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적절한 혈당강하제 선택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 당뇨병 전문가의 혈당강하제 선택과 처방을 주문했다.

제2형 당뇨병은 병태생리기전, 이환기간, 연령, 성별, 동반질환, 심혈관질환 위험도 등에 따라 환자의 임상특성이 다변화돼 있는 것은 물론 약물치료에 대한 반응과 궁극적인 합병증 예후도 제각각이다. 때문에 이렇듯 다양한 환자의 임상특성에 맞춰 약제를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설명이다. 심혈관질환 이환 및 사망을 막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결과론적 시각에서 벗어나 환자의 특성, 그리고 약제의 특성 및 반응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판단해 약제를 선택·처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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