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C 2019] 급성간성포르피린증, 다낭성간질환, 원발성담관성간경변증 등
기보시란, 엘라피브라노, 란레오타이드 등 치료제 임상 발표 잇따라

[메디칼업저버 최상관 기자] 국내 환자 수가 2만 명 이하인 희귀질환. 희귀질환은 임상에서 환자를 진료할 기회가 드물어 관련 전문가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또한 검사법이 없거나, 유전적 원인이 80%이므로 진단과 치료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간과 관련한 희귀질환 치료제는 현재 어디쯤 와있을까? 급성간성포르피린증(AHP), 원발성담관성간경변증(PBC), 다낭성간질환(PLD) 등 유럽간학회(EASL)가 10~14일 열린 국제학술대회(ILC 2019)에서 주목한 희귀간질환 치료제를 살펴봤다.

RNA 간섭 기술로 급성 간성 포르피린증 치료

RNA 간섭(RNA interference, RNAi) 기술로 희귀 질환을 치료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임상 3상 연구 ENVISION에 따르면, RNAi 치료제인 기보시란(givosiran)이 희귀 유전성 질환인 AHP에 우수한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RNAi는 특정 유전자의 발현에 RNA가 영향을 끼치는 현상을 말한다. 이에 질환과 관련된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기전에 주목한 것이 RNAi 치료제다.

연구는 18개국의 36개 지역에서 수행한 다기관 글로벌 임상으로 AHP 환자 94명이 참여한 무작위 이중맹검 위약대조 연구였다. 참여 환자는 기보시란 2.5mg/kg 투여군(기보시란군)과 위약군에 각각 배정됐다. 치료는 한 달에 한 번 6개월간 진행됐다.

1차종료점으로는 응급실 방문이 요구될 만한 중증 발작(attack)의 연간 발생률을, 2차종료점으로는 안성성, 내약성, 소변 내 아미노레불린산(ALA), 프로프빌리노겐(PBG) 수치와 헤민(hemin) 투여량, 증상, 삶의 질 등을 살펴봤다.

연구 결과, 기보시란군의 연간 중증 발작 비율이 위약군보다 평균 74%, 중앙값은 90% 낮았다. 또한 기보시란군의 50%는 중증 발작이 전혀 없었던 반면, 위약군은 16.3%에 그쳤다.

게다가 ALA, PBG 수치 및 헤민 투여량 등이 위약군보다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미국 아이칸의대 Manisha Balwani 교수는 “기보시란은 AHP의 치료제로서 희귀간질환 환자의 미충족 수요를 채워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기보시란군의 중증 부작용 발생률은 20.8%로 위약군(8.7%)보다 두 배 이상 높아 안전성 우려를 떨쳐내지 못했다. 전체 부작용 발생률도 기보시란군(89.6%)이 위약군(80.4%)보다 높았다.

주요 부작용으로는 메스꺼움, 피로감, 주사부위반응, 만성신질환 등이 있었다. 사망 사례는 없었지만, 간 기능 효소인 ALT 증가로 인해 치료를 중단한 환자가 기보시란군에서 한 명 발생했다.

엘라피브라노, PBC에 효과 입증

PBC 치료제로는 엘라피브라노(elafibranor)가 임상 2상 연구에서 효과를 입증했다. 엘라피브라노는 치료 12주째 위약 대비 알카리성 탈인산화 효소(ALP) 및 기타 PBC 생화학적 마커를 유의하게 감소했다.

만성 자가면역질환인 PBC는 담즙관 손상으로 발생하며 담즙 분비 장애, 간경변, 말기 간질환으로 이어진다. 환자의 대부분이 우연히 질병이 확인되며 ALP, 감마글루타밀전이효소(GGT) 수치가 상승돼있다. 때론 피로, 가려움증, 황달 증상도 보인다.

유럽 가이드라인에서는 우르소데옥시콜산(UDCA) 평생 치료를 권고하고 있으나, 현재 치료 옵션은 한정적이다.

엘라피브라노는 항염증성 특성을 지니며, 담즙산 합성과 독성을 낮추는 경구제제로 개발 중이다.

연구를 수행한 미국 버지니아커먼웰스대 Velimir Luketic 박사는 “기존 치료에는 충분히 반응하지 않거나 내약성이 좋지 않은 PBC 환자가 많기에 새 치료법 개발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연구에는 간경변이 없고 UDCA 치료 반응이 좋지 않은 환자 45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엘라피브라노 하루 80mg, 120mg 투여군과 위약군에 각각 배정됐다. 치료 기간은 12주였다.

1차 종료점은 베이스라인 대비 12주째 ALP 변화율이었다.

연구 결과 엘라피브라노 80mg 군과 120mg 군의 ALP가 각각 48%, 41% 감소한 반면, 위약군은 3% 증가했다.

또한 복합평가지표로 ALP가 1.67x정상상한선(ULN) 미만, ALP가 15% 이상 감소, 총 빌리루빈(bilirubin)이 ULN 이내를 달성한 환자 비율은 엘라피브라노 80mg군과 120mg군이 각각 67%, 79%였고, 위약군은 6.7%였다.

또한 지질, 염증 마커, 소양증 등이 감소하는 등 유의한 개선 효과를 보였다.

Luketic 박사는 “엘라피브라노 12주 치료는 내약성이 뛰어났고, ALP와 기타 PBC 생화학 마커를 개선했다”며 “치료를 통한 항담즙울체(anti-cholestatic) 효과가 환자에게 장기적인 혜택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란레오타이드, 다낭성 간질환에 장기간 효능 입증

소마토스타틴(somatostatin) 유사체인 란레오타이드(lanreotide)는 PLD 환자에 장기간 효능을 입증했다.

PLD는 400~1000명 중 한 명꼴로 발생하는 등 유전성 희귀 질환 중에서는 흔한 질환에 속한다. 간에 낭종이 가득 채워져 간 부피가 증가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네덜란드 라드바우드대학병원 René van Aerts 박사는 “란레오타이드는 이전 연구에서 간 부피를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장기적인 간 부피 감소 효과 데이터는 없었다”며 배경을 밝혔다.

연구에서는 란레오타이드와 표준 치료를 비교한 DIPAK-1 연구를 하위분석했으며, 상염색체 우성 다낭성신질환(ADPKD)로 인한 PLD 환자 175명이 포함됐다. 환자 중 93명은 4주마다 란레오타이드 120mg 투여군(란레오타이드군)에 82명은 표준치료군에 배정됐다.

치료 120주째, 란레오타이드군의 간 부피는 1.99% 감소한 반면, 표준치료군은 3.92% 증가해 5.91%p의 차이를 보였다. 또한 치료를 마친 후에도 4개월간 효과가 지속된 것으로 확인됐다.

결론적으로 란레오타이드는 표준치료 대비 간과 신장 부피를 유의하게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Aerts 박사는 “란레오타이드는 ADPKD로 인한 PLD 환자의 간 부피를 줄이는 치료 혜택을 입증했다”며 치료 중단 이후에도 효과 지속이 확인된 만큼, PLD 환자의 장기 치료 옵션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ASL 운영위원회 소속인 이탈리아 마르케폴리테크닉대 Marco Marzioni 교수는 “희귀질환 임상 연구는 충분한 환자 수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며 “이번에 발표된 희귀질환 연구들은 짜임새 있는 디자인으로 유망한 결과를 냈으며, 희귀질환 환자들에게 희망을 심어줬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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