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장애 환자에서 비침습적 두뇌자극기술 'tDCS' 치료 효과 확인
서울성모병원 채정호 교수 "휴대 가능한 비침습형 기술…장기 치료 시 효용성 클 것"

서울성모병원 채정호 교수는 12일 그랜드힐튼 서울에서 열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SSRI와 tDCS를 활용한 주요우울장애 치료'를 주제로 발표했다.
▲서울성모병원 채정호 교수는 12일 그랜드힐튼 서울에서 열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SSRI와 tDCS를 활용한 주요우울장애 치료'를 주제로 발표했다. 채 교수가 강연에서 tDCS 기기 및 착용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병원이 아닌 가정에서 물리치료를 진행해 우울장애를 치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인지 및 운동기능 향상에 효과를 입증한 '경두개 직류자극(Transcranial Direct Current Stimulation, tDCS)' 기술이 우울장애 치료에도 효과가 확인되면서 이를 재택치료에 적용할 수 있다는 기대다.

tDCS는 패치 형태의 양극(anodal electrode)과 음극(cathodal electrode)을 두피에 부착하고 일정한 전류를 흐르게 해 두뇌를 비침습적으로 자극하는 기술이다. 

휴대 가능하고 이동이 간편해, 지난 4일 강원도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로 피해를 입은 이재민을 돕기 위해 운영한 국가트라우마센터 안심버스에도 배치돼 이재민 심리치료에 사용됐다.

서울성모병원 채정호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12일 그랜드힐튼 서울에서 열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tDCS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비침습형 두뇌자극기술"이라며 "우울장애 환자가 기기를 가정으로 가져와 사용할 수 있기에, 순응도 측면에서 장기 치료 시 tDCS의 효용성이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tDCS는 주요 임상시험에서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우울장애 환자의 치료 효과를 높이는 치료법으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주요 우울장애 환자 약 1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 결과, 선택적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SSRI) 계열인 설트랄린(sertraline)과 tDCS를 병행했을 때 우울장애 환자가 얻을 수 있는 치료 혜택이 설트랄린만 복용한 환자보다 더 컸다(JAMA Psychiatry 2013;70(4):383-391). 

연구에서는 전체 환자군을 △위약+허위자극(sham)군 △설트랄린+허위자극군 △위약+tDCS군 △설트랄린+tDCS군 등으로 무작위 분류해 몽고메리-아스버그 우울증 평가 척도(MADRS) 변화를 비교했다. 

6주 치료 결과, 설트랄린+tDCS군의 치료 효과가 가장 좋았고 안전성 측면에서도 설트랄린+허위자극군과 차이가 없었다.

이와 함께 주요 우울장애 치료에 비침습적 두뇌자극기술의 효능 및 순응도를 평가한 약 200개 연구를 체계적으로 메타분석한 결과에서도, tDCS는 전기경련치료(ECT), 간헐적 세타돌발자극(iTBS) 등과 함께 우울장애 환자에게 혜택이 크다는 결론이 내려졌다(BMJ 2019;364:l1079). 

다만 SSRI 계열 에스시탈로프람(escitalopram)을 복용하는 우울장애 환자에서 tDCS 진행 여부에 따른 치료 효과는 tDCS와 에스시탈로프람를 병행한 환자군보다 에스시탈로프람만 복용한 환자군에서 더 컸다(N Engl J Med. 2017;376(26):2523-2533). 

비열등성 입증을 위해 진행한 연구로 결과는 연구팀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다만 위약을 복용하고 허위자극을 받은 환자군보다 tDCS를 진행은 환자군에서 치료 효과가 나타나 tDCS가 우울장애 치료에 효과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채 교수는 국내 우울장애 환자가 SSRI를 복용하면서 가정에서 tDCS를 진행했을 때 유용성을 평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우울장애 환자 목표 모집 인원은 20명으로, 가정에서 활성 tDCS(2mA)를 받은 군(활성군)과 비활성 tDCS(0.1mA)를 진행한 군(비활성군)으로 무작위 분류해 치료 효과를 비교한다. 

환자는 6주 치료 동안 2주 간격으로 병원에 방문해 기기 사용법을 교육받으며, 의료진은 환자 방문 시 우울장애 개선 정도를 확인한다. 환자들은 기기 사용법이 익숙해지면 병원 방문도 줄일 수 있다는 게 채 교수의 전언이다. 

중간 분석 결과에 의하면, 활성군의 해밀턴 우울척도(Hamilton Rating Scale for Depression)는 비활성군보다 좋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최종 연구 결과는 올해 안에 발표될 예정이다.

채 교수는 "tDCS가 우울장애 환자에서 항우울제와 비견할 정도의 치료 효과를 낸다는 임상 결과가 있으며, 이를 종합해 판단하면 tDCS가 우울장애 치료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우울장애 환자는 항우울제 등 화학적인 치료와 함께 물리치료가 필요하다. tDCS는 휴대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우울장애 환자에게 필요한 장비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정확한 tDCS 치료 용량, 치료 부위, 방식 등을 확인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며 "이와 함께 다른 질환도 tDCS로 치료 가능한지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며 이에 관한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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