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영구 기자 

"술은 먹었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

지난 2005년 유명 아이돌 가수였던 김상혁 씨가 음주를 한 상태로 일으킨 3중 추돌 뺑소니 사고 관련 기자회견 당시 했던 말이다.  

본인은 술을 마시고 운전했지만 제정신이었고 만취한 상태가 아니었다는 것을 해명하기 위한 것이었던 이 발언은 여러 어이없는 상황에 빗대어 쓰이는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인보사 사태를 두고 코오롱생명과학의 해명을 보고 이유 있는 험담을 좀 하고팠다. 

회사 측은 최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명찰만 잘못 달아준 상황'이기에 안전성과 유효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회사 측은 "세포의 유래가 다르다고만 밝혀진 것이고 비임상부터 상업화에 이르기까지 사용된 세포에는 변화가 없다"며 "세포의 명칭이 달라진 것으로, 환자가 투여하던 의약품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주성분 중 2액, 즉 형질전환세포(TC)가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세포와 다른 세포인 것으로 드러난 것에 대해 중간에 세포주가 바뀐 적이 없는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날 간담회에서는 다른 세포를 오인한 원인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그 이유에 대해 회사는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그리고는 혹여나 회사의 윤리성에 금이 갈까 문제를 파악한 즉시 스스로 규제당국에 신고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게다가 인보사의 구성 성분으로 확인된 GP2-293 세포는 HEK(Human Embryonic Kidney) 293 세포에서 유래한 세포주인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HEK-293 세포는 유산된 태아의 신장으로부터 적출한 세포를 형질전환한 것으로, 발암유전자를 발현시키는 방법으로 암 세포처럼 무한증식할 수 있도록 암화(癌化)한 것이다. 

이를 고려하면 회사 측의 '명찰을 잘못 달아준 것'이라는 해명은 단순화할 수 없다. 암세포처럼 무한증식하는 세포를 사람에게 주입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충격은 더 컸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의약품을 제조하는 회사가, 골관절염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희소식을 안겨줬던 제약사가 이런 중대한 사안을 놓고 고작 말장난이라니. 

중국 명나라 문인인 진계유는 "침묵을 지킨 뒤에야 지난날의 언어가 조급했음을 알았다"고 했다. 

사람들은 때로는 말보다 침묵과 진심어린 사과에 더 신뢰하고 공감한다. 중언부언하는 것보다 진심이 담긴 사과 한 마디가 사람들의 마음에 더 가깝게 닿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