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괄 종별 가산 적용 아닌 질환 난이도별 수가 차등 전달체계로 개선해야
2018년 3분기 진료비 10조 4821억으로 전년대비 22.6% 증가
복지부, 의료전달체계 TF 구성, 정책 추진 방향 검토 중

병원계와 의료계는 복지부가 대형병원 환자 쏠림현상 해소에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 의료전달체계는 일률적 종별 가산 적용이 아닌 각 종별에 맞는 질환 난이도별 수가 차등화로 설계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병원계와 의료계는 복지부가 대형병원 환자 쏠림현상 해소에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 의료전달체계는 일률적 종별 가산 적용이 아닌 각 종별에 맞는 질환 난이도별 수가 차등화로 설계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문재인케어 시행으로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의료전달체계를 일괄적 종별가산 적용이 아닌질환 난이도별 수가 차등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2017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보장성 강화 정책인 문재인케어가 시행되면서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비 통계에 따르면, 2017년 3분기 상급종합병원 진료비는 8조 5736억원이었던 것이 2018년 3분기 10조 4821억원으로 22.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상급종합병원 진료비 상승은 문재인케어가 선택진료비 폐지, 상급병실료 폐지, 상복부 초음파, 뇌·뇌혈관MRI 등 굵직한 비급여 항목을 급여화 하면서 환자들의 상급종합병원 내원 문턱이 낮췄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내원일수의 경우, 입원은 1만 978일에서 1만2705일로 15.73% 증가했으며, 외래는 2만 9359일에서 3만 1347일로 6.77% 증가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상급종합병원들은 급증하는 환자들로 인해 수용한계를 넘어섰다는 볼멘소리를 토해내고 있다.

지난 3월 중순 경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빅 5 병원 기획조정실장들과 복지부 관계자들은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의 주요 의제 역시, 상급종합병원 쏠림현상 해소와 의료전달체계 개선 필요성이었다.

기획실장들은 문재인케어 시행 이후,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들의 내원이 증가하고 있다며, 의료전달체계 개편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복지부도 상급종합병원 쏠림현상에 대해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복지부 정경실 보건의료정책 과장에 따르면, 복지부는 현재 심평원을 통해 문재인케어 시행 이후 상급종합병원 진료비 증가 추이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폐지, 상복부 초음파, 뇌·뇌혈관 MRI 검사가 급여화되면서 진료비 청구량의 증가 여부를 분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과장은 "보장성 강화를 위한 비급여의 급여화에 따른 의료기관들의 청구 경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급여 시작 시점부터 최소 3개월에서 4개월 정도 시간 차이가 발생한다"며 "선택진료비 폐지, 상급병실료 폐지, 상복부 초음파, 뇌·뇌혈관 MRI 등이 모두 지난해 상반기부터 시행돼 청구시작 시점이 지난해 7~8월 이후부터다. 진료비 지표 변화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다소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급종합병원의 환자 쏠림현상이 심각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잘 알고 있다"며 "진료비 지표 변화 모니터링을 통해 효과적인 의료전달체계 정책 추진 방향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복지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의료현장은 정부의 대형병원 환자 쏠림현상 해소와 의료전달체계 개편 의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들은 선택진료비가 없어지고 상급병실료까지 급여화되면서 상급종합병원들은 진료 수익과 진료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관계자는 "보장성 강화 정책 이후 환자들이 증가하면서 CT와 MRI 촬영 예약이 1달 이상 밀리고 있다"며 "그 결과, 의료진과 직원들은 연장 근무에 따른 피로도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안암병원 박종훈 원장은 "보장성 강화 정책인 문재인케어를 시행하면서 의료현장에서는 이미 상급종합병원 쏠림현상을 예상하고 있었다"며 "아마, 정부도 이런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점은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정부의 안일한 대응에 일침을 가했다.

또 "정부는 진료비 지표가 심각하게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병상 가동률이 92%에서 94%로 1~2%만 증가해도 심각한 상황"이라며 "90%의 병상가동률을 보이는 상급종합병원으로서는 수용한계치를 넘길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복지부가 검토하는 방안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했다.

근거는 이렇다.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위해 복지부, 의협, 병협으로 구성된 의료전달체계 개선협의체는 2년간 논의를 거듭해 합의문 작성 직전까지 갔다.

하지만 의료계 내부 의견 조율 실패로 인해 2018년 초 무산된 바 있다.

박 원장은 "의료전달체계 개편이 의료계와 병원계의 합의가 이뤄지지 못해 무산됐다고 하지만, 복지부가 보건의료정책을 추진하면서 의료계의 합의를 통해 추진한 정책이 무엇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며 "의료전달체계는 현재 보건의료 체계의 가장 중요한 핵심 사항으로 합의가 되지 못했다고 정책 추진을 중단한 것은 복지부의 책임 회피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또 "의료전달체계 개편은 의료계와 병원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정부가 설정한 방향에 맞게 정책을 추진했어야 했다"며 "정부가 제시한 의료전달체계 개편안 역시 실효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의료전달체계는 일방적으로 환자들을 특정 의료기관에 못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시장에서 환자들과 의료기관들이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상태에 맞는 의료기관를 내원하고,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는 게 박 원자의 주장이다.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질환을 진료하고, 의원급 의료기관은 경증질환, 병원급은 중등도의 질환을 진료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박 병원장은 "수가는 질환의 난이도에 따라 차등을 두면서 종별가산은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며 "상급종합병원이 경증 질환을 진료하는데 종별가산 30%를 적용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질환을 진료할 경우, 수가를 더 많이 주고, 경증 질환을 진료할 경우 수가를 깎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렇게 되면 상급종합병원은 자연스럽게 경증 질환을 진료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즉,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하기 위한 방한 중 각 종별의 기능에 맞는 질환 난이도에 따른 진료 수가를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복지부는 부처 내 의료전달체계 개편 TF를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8년 의료전달체계 개선협의체에서 합의됐지만 무산된 의료전달체계 개편 내용을 중심으로 정책 추진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경실 과장은 "현재 지난 의료전달체계협의체에서 이견이 없었던 부분 중 우선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정책이 무엇인지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며 "내부 검토가 마무리되는 대로 의료계와 병원계와 논의를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아직 내부 검토 단계로써, 정책 추진 시한은 정하지 못했다"며 "의료전달체계 개편이 시급하고, 중요하다는 점은 복지부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최대한 성과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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