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할수록 뇌졸중 발생률 증가…예후는 비만한 환자가 저체중보다 좋아
비만하면 예후 양호한 뇌졸중 앓을 가능성 있어
을지대병원 강규식 교수 "체중 조절 시 예후 비교한 연구 부족…현재로서는 관리 필요"

을지대 을지병원 강규식 교수(신경과)는 6일 쉐라톤디큐브시티호텔에서 열린 '제50차 대한비만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비만의 역설과 뇌졸중'을 주제로 발표했다.
▲을지대 을지병원 강규식 교수(신경과)는 6일 쉐라톤디큐브시티호텔에서 열린 '제50차 대한비만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비만의 역설과 뇌졸중'을 주제로 발표했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뇌졸중 환자는 비만할수록 예후가 좋다는 근거가 쌓이면서 뇌졸중 환자에서 '비만의 역설(obesity paradox)'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러나 비만한 뇌졸중 환자는 상대적으로 예후가 양호한 뇌졸중이 발병하며 체중 변화에 따른 예후를 직접 비교한 연구가 없기에, 임상에서는 비만이 뇌졸중 위험인자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체중 관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을지대 을지병원 강규식 교수(신경과)는 6일 쉐라톤디큐브시티호텔에서 열린 '제50차 대한비만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비만의 역설과 뇌졸중'을 주제로 발표했다.

BMI 높을수록 뇌졸중 발생률 ↑

국내 연구에 의하면, 체질량지수(BMI)가 상승할수록 뇌졸중 발생률이 증가한다. 

1992~1995년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에 등록된 여성 약 44만명을 13년간 전향적으로 분석한 결과, BMI가 높을수록 뇌졸중 발생률이 증가했고 특히 50대 미만에서 가파르게 상승했다(Obesity 2008;16(2):396-401).

1986년 건보공단 데이터에 등록된 남성 23만여명을 1991~2000년까지 추적관찰한 연구에서도 여성과 마찬가지로 비만할수록 뇌졸중 발생률이 증가했다(Stroke 2004;35(4):831-836).

뇌졸중 환자 비만할수록 예후 좋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비만한 뇌졸중 환자의 예후가 저체중 환자보다 좋은 것으로 보고된다는 점이다. 

2002년 10월부터 2013년 5월까지 서울대병원에 허혈성 뇌졸중으로 입원한 2670명의 신경학적 중증도를 평가한 결과에 의하면 BMI가 높을수록 중등도~중증 신경학적 증상 발생 위험이 감소했다(J Neurol Neurosurg Psychiatry 2015;86(7):743-747).

뇌졸중 아형(subtype)에 따라서는 비만할수록 소혈관 폐색(small-vessel occlusion)을 앓는 환자 비율이 높았고 심장색전성 뇌졸중(cardioembolic stroke) 비율은 낮았다. 

소혈관 폐색은 상대적으로 심장색전성 뇌졸중보다 증상이 경미하고 예후가 좋기에, BMI 증가에 따른 신경학적 증상 개선 효과는 뇌졸중 아형에 따라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강 교수의 전언이다. 

이와 함께 뇌졸중 환자의 사망률도 BMI에 따라 차이를 보이며 비만의 역설에 힘을 더한다.

한국뇌졸중등록사업에 등록된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 약 3만 5000명을 분석한 결과, BMI가 상승할수록 사망률이 감소했고 55세 미만 젊은 층에서 그 차이가 컸다(Neurology 2012;79:856-863).

게다가 정맥내 혈전용해술을 받은 국내 뇌졸중 환자 321명을 평균 2.3년간 추적관찰한 결과에 따르면 정상 체중과 비만한 환자의 사망률은 비슷했으나 BMI가 낮은 저체중 환자의 사망률은 오히려 증가했다(J Neurocrit Care 2013;6:92-96).

다만 뇌졸중 환자의 중요한 예후 평가인자인 뇌졸중 '재발률'은 BMI에 따라 큰 차이가 없다고 보고됐다(Stroke 2011;42(12):3397-3402).

강 교수는 뇌졸중 환자에서 비만의 역설이 나타난 이유를 뇌졸중 아형과 환자의 특징에서 찾는다. 

그는 "비만한 뇌졸중 환자는 저체중이거나 정상인 환자와 비교해 예후가 양호한 뇌졸중 아형을 앓아 비만의 역설이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비만한 환자는 상대적으로 더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다. 또 뇌졸중은 주로 고령에서 발생하는데, 이들은 대사적으로 건강한 비만이며 근육량이 많을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비만한 뇌졸중 환자의 예후가 좋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만한 뇌졸중 환자 체중 조절해야 하나?…"임상연구 결과 없어"

그렇다면 비만한 뇌졸중 환자는 체중을 감량하면 예후가 나쁠까? 이에 대한 답을 내리기엔 아직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의 체중 변화에 따른 예후를 비교한 연구에서는 환자 의지와 관계없이 입원 기간에 체중이 증가한 환자군과 체중을 유지한 환자군의 3개월 후 중등도~중증 장애 환자 비율이 유사했다. 반면 체중이 감소한 환자군에서 중등도~중증 장애가 남을 가능성이 컸다(Int J Stroke 2015;10 Suppl A100:62-68).

하지만 이 연구는 단일기관에서 수행됐고 장기간 추적관찰한 결과가 아니며 환자들의 체중 변화를 지속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다.

뇌졸중 환자의 체중 변화와 예후의 연관성에 대한 명확한 임상적 근거가 없는 가운데, 2013년부터 SystemCHANGE™ 체중관리 프로그램에 등록된 과체중 및 비만한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무작위 대조군 연구가 이에 대한 답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Trials 2013;14:130).

강 교수는 비만한 뇌졸중 환자의 체중 조절에 따른 예후를 직접 비교한 연구가 없으므로 현재로서는 비만한 뇌졸중 환자에게 체중 조절을 권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만이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 뇌졸중 위험인자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뇌졸중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혈관을 건강하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을 유발하는 비만을 관리해야 한다"며 "아직 체중 조절이 뇌졸중 환자의 예후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확인한 임상연구 결과는 없지만, 이론적인 배경하에서 비만한 뇌졸중 환자에게 체중을 조절하도록 권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뇌졸중 환자의 체중이 감소해 저체중이 된다면 그 원인을 찾고 교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뇌졸중 환자는 손에 마비가 와 식사가 쉽지 않거나 삼킴장애가 발생해 음식 섭취가 어렵다. 이로 인해 체중이 감소할 수 있다"면서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체중이 줄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그 원인을 찾아야 하고, 심각한 문제라면 교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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