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노위 기획단, 공급자 빠진 논의 한계 인정
정식 의제별위원회 구성시 공급자 위원 포함 될 듯
의협, 의료공급자 의견 배제한 논의구조 사회적 합의 아니다

경사노위의 건강보험제도개선기획단이 공급자를 제외한 채 건강보험제도 개선을 논의한 것에 대해 의료계와 병원계가 반발하고 있다.
경사노위의 건강보험제도개선기획단이 공급자를 제외한 채 건강보험제도 개선을 논의한 것에 대해 의료계와 병원계가 반발하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건강보험제도 개선기획단의 토론회 이후 의료계와 병원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지난 4일 '건강보험 보장성과 지속가능성 제도를 위한 사회적 합의 방안: 건강보험제도개선 기획단 검토안 중심으로'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서울의대 김윤 교수는 건강보험제도개선기획단에서 논의됐던 검토안을 발표했다.

김 교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위상 강화와 심사평가원 일부 기능을 건정심에 이전하고, 건정심 사무국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병원협회 서인석 보험이사가 참여했지만, 의사협회는 불참했다.

토론회 직후, 의료계와 병원계에서 경제사회노동위위원회가 건강보험제도를 개선하면서 공급자를 배제한 채 논의를 진행한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건강보험제도는 가입자, 보험자, 공급자 세개의 축이 합의를 이뤄 운영돼야 하지만, 이번 논의는 가입자와 보험자, 공익 전문가만 참여했기 때문이다.

병원계 A 중소병원장은 정부가 선의의 의도를 가지고 추진했다고 꼭 좋은 결과를 낳지 않는다며, 가입자와 보험자만의 의견이 반영됐다고 지적했다.

A 중소병원장은 이어, "이번 토론회는 공급자와 환자들은 들러리 역할을 한 것 같다"며 "병원계와 의료계에서는 논의 과정에서 제외된 채 토론회에 짧은 시간내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즉, 이번 토론회가 깜깜이 논의를 통해 형식적 의견수렴 과정을 거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 의료계와 병원계의 중론이라는 것이다.

건강보험제도개선기획단은 6가지 재정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6가지 쟁점은 △건강보험의 범위, 대상, 수준의 적절성과 방향성 △건강보험의 적정 부담 수준 △민간보험과 건강보험의 실태조사 및 관계설정 △공공보건의료 인프라 확대 △건강보험 지출 합리화 △건강보험 정책결정 거버넌스 등이다.

6가지 쟁점 모두 공급자인 의료계와 병원계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사안들로 기획단 논의에서 공급자들의 의견 개진 필요한 것들이었다.

이런 지적에 대해 경사노위 기획단 이지은 전문위원은 한계를 인정했다.

이 전문위원에 따르면, 경사노위 산하 사회안전망개선위원가 건강보험제도개선을 의제로 상정했지만 건강보험분야 및 보건의료분야는 전문성이 강해 가입자 및 보험자, 정부, 공익 전문위원으로 구성한 건강보험제도개선기획단을 운영했다는 것이다.

이 전문위원은 "기획단 논의 과정에서 공급자들이 참여하지 못한 것은 한계였다"며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을 정리해 사회안전망개선위원회에 보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회안전망개선위원회에서 논의를 거쳐 건강보험제도 개선이 꼭 필요한 것으로 평가되면 의제별위원회를 구성해서 추가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의제별위원회가 구성될 때에는 공급자 대표들도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경사노위 역시 이번 건강보험제도 개선 논의 과정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

대한의사협회 박종혁 대변인은 "경사노위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위원회로 알고 있는데, 의료 공급자의 의견을 배제하는 논의구조가 진정 사회적 합의라고 생각하는지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대한병원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는 "건정심 거버넌스 사항에서 심사평가원의 전문평가위원회 기능 이전은 전문가위원회 역할을 제대로 알지 못한 것 같다"며 "전문가위원회 회의는 단순한 거수기 수준이 아니다. 치열한 논의를 거쳐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 이사는 "경사노위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한다고 했지만 가입자와 보험자만의 다양한 의견일 뿐"이라며 "공급자와 환자의 의견은 전혀 개진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서 이사는 가입자와 환자의 입장은 다르다며, 건강보험제도의 중요한 축들을 제외한 채 가입자들의 의견만 반영돼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이번 쟁점 사항 중 지불제도 및 적정보장에 대해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B 개원의는 "기획단의 논의 내용을 보면 지불제도 중 총액계약제와 인두제, 주치의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가입자측의 주장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며 "공급자측은 이런 부분에 대해 반대입장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반영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B 개원의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겠다고 하면서 의료계가 요구하고 있는 적정수가에 대해서는 일절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철저하게 공급자들의 입장은 배제됐다"고 비판했다.

건강보험제도의 당사자는 제외한 채 노동계와 경영계인 가입자의 목소리만 대변한 불공정한 논의였다는 것이다.

복지부 역시, 이번 기획단 논의 과정에서 지불제도 개편과 건강보험 정책결정 거버넌스 개선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전단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복지부측은 건강보험 지출 합리화와 관련해 연구 등을 통한 방안 검토가 선행돼야 하며, 기획단 운영기간 내 구체적 개선방안 도출 가능 여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불보상체계는 공급자에 영향이 큰 사항으로 공급자와의 논의가 필요하며, 가입자의 합리적 의료이용 유도, 지출 낭비요인 예방 등에 대해서는 중장기 과제로 정책방향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건강보험 정책결정 거버넌스 개선과 관련해서는 노사 이외 제도의 또 다른 당사자인 지역가입자, 공급자의 참여가 필요하다며, 건정심이나 재정운영위원회의 구성, 기능 등은 해당 위원회의 의견 수렴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복지부 역시, 기획단의 논의에서 공급자측이 제외된 채 논의하는 것에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으며, 논의 구조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합의를 위한 경노사위가 사회의 일원이며, 건강보험제도의 중요한 한 축인 공급자를 제외한 채 편향된 사회적 합의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균형있는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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