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SK바이오·LG화학·CJ헬스케어 등 토종 백신 개발로 글로벌화 총력 
업계, 정부 지원 부족에 아쉬움 토로..."업계와 협력해 품목 발굴 나서야"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백신 주권을 부르짖던 국내 제약업계가 '토종' 백신을 들고 세계 무대에 나서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후발주자로 출발했지만 굵직한 성과를 내면서 무서운 기세로 선두를 좇고 있다. 

다만, 국내 기업의 세계 시장을 선점한 다국적 제약사에 이은 후발주자인 만큼 정부가 업계와 협력해 시장을 발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통명가 GC녹십자부터 LG화학까지...세계 백신시장 공략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내 굵직한 제약기업들은 세계 백신시장 공략에 한창이다. 

국내 최초로 수두백신을 개발하며 명가 반열에 오른 GC녹십자는 최근 결핵백신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GC녹십자는 지난 2월 BCG 백신 임상 3상에 돌입했다고 알렸다. 그동안 품절 이슈에 안전성 논란까지 겹쳤던 BCG 백신 국산화에 나선 것이다. 

뿐만 아니라 GC녹십자는 백신 명가라는 명성에 맞게 여러 백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7월 항원함량을 높인 4가 독감백신 GC3114의 임상 2상에 돌입했다. 고령층에 효과적인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상용화하기 위해서다. 

GC3114는 일반 4가 독감백신보다 항원함량이 4배 높아 면역력이 약한 고령층의 독감 예방에 효과가 큰 제품으로, 전 세계적으로 고령층 전용 독감백신은 3가 백신만 존재하는 만큼, 상용화가 이뤄진다면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GC녹십자는 미국에 큐레보(Curevo)라는 자회사를 설립, 대상포진백신도 개발하고 있다. GC녹십자와 큐레보는 작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대상포진백신 임상 1상 계획을 승인받고 현지 임상을 진행 중이다. 

전 세계 두 번째 대상포진 백신 '스카이조스터'의 상업화에 성공한 SK바이오사이언스도 백신 강국을 꿈꾸며 세계 무대 진출에 나서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작년 9월 자체 개발한 수두백신 '스카이바리셀라'를 출시, 같은 해 남미시장 진출을 위해 범미보건기구에 처음으로 수두백신 입찰 신청서를 내기도 했다. 

수두백신은 필수 예방접종 백신이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최근 예방접종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남미시장 진출에 나선 것이다. 

이와 함께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 파스퇴르와 공동으로 차세대 폐렴구균백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당 백신은 13가 플러스 알파 백신으로,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폐렴구균백신인 화이자의 프리베나13을 겨낭한 것이다. 

현재는 FDA의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고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이외에 소아장염백신, 자궁경부암백신, 장티푸스백신 등도 개발하고 있다.

LG화학은 최근 빌게이츠재단으로부터 총 3340만달러(약 37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아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B형간염, 뇌수막염, 소아마비 등 영유아 6가 혼합백신 임상 2상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1950만 달러(약 220억원)을 지원받았던 소아마비 백신은 현재 임상 3상을 준비 중이다. 

혼합백신은 각 백신 원액 간 면역학적 간섭 반응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예방질환 수가 많을수록 높은 수준의 연구역량이 요구된다.

이런 만큼 영유아 6가 혼합백신이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전 세계 백신 접종률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LG화학은 동남아시아에서 폐렴구균백신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CJ헬스케어는 질병관리본부와 국립보건연구원으로부터 수족구병 백신 원천 기술을 이전받아 개발에 한창이다. 

지금껏 마땅한 치료제가 없었던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며 세계 최초 수족구병 백신 타이틀을 노린 것이다. 

CJ헬스케어 관계자는 "뚜렷한 치료제가 없는 수족구병을 치료하고 예방하기 위해 백신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CJ헬스케어는 오는 2022년 임상 1상 완료가 목표다. 

 

업계 "정부, 우리와 함께하자"

국내 제약업계가 토종 백신의 세계화에 나서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에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한다. 

이미 글로벌 시장은 다국적 제약사가 선점하고 있어 후발주자로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백신은 개발 초기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산업이기에 국내 시장을 놓고 개발에 나서기에는 리스크가 큰 게 사실"이라며 "이에 백신 개발에 나선 기업들이 세계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지만, 다국적 제약사가 장악한 시장에 침투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제약기업들이 백신을 가장 많이 수출한 곳은 특정 국가가 아닌 국제기구인 것으로 조사됐다. 

2017년 국내 제약기업은 총 1940억원의 백신을 수출했는데, 이 가운데 범미보건기구(PAHO)와 유니세프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토종 백신의 세계 무대 진출을 위해 정부가 R&D 투자 뿐 아니라 국산 백신이 해외에 진출할 때 애로사항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수출국이나 품목을 발굴하는데 업계와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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