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보건의료정책 큰 차이점 없어
이해당사자 표 잃을까 소신보다 우호적 제스처
당선후 정책 수립때까지 의료계 의견제안 총력을


 지난달 27일부터 본격적으로 경선레이스에 들어간 대선후보들의 공약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보건의료분야도 예외가 아니어서 그동안 준비하고 다듬어왔던 공약들을 집중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많은 보건의료정책 관계자들은 정당정치를 하면서도 대선후보에 따라 공약이 달라지는 현실에 대해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한다. 정당 정체성을 갖고 정책을 개발하기 보다는 후보따라 달라지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

 이규식 연세대 교수는 지난달 열린 각당 보건의료정책 토론회에서 대선을 한두달 남겨두고 후보를 결정하다보니 공약이 급조되고 여·야당 모두 큰 차이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패널들도 대부분 추상적이고 재정부분의 추계가 없어 실행 가능성이 떨어진 공약들이라고 평가했다.

 의료계는 이른바 빅3 후보의 보건의료정책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지난달 세계병원연맹회의와 함께 열린 신당과 한나라당의 토론회, 의협 99주년행사·전국약사대회에서 후보자들이 제시한 공약들을 보면, 표를 의식해서인지 서로 다른 입장에 있는 단체 모두에 우호적인 제스처를 보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한 의료인은 "대선후보들은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경우 표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공약집에 명확하게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당선 후 인수위원회를 구성하여 실제 집행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때 소신을 밝히게 된다"며, 이때까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의료인은 각 후보 공약의 대부분은 국민을 대상으로 공공의료 확대를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민간중심의 의료계에는 더욱 옥죄는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고 또 이미 의료계에서 강력 반발하고 있는 정책에 지지를 보내는 후보도 있어 어느 정부가 들어서든지간에 희망적이지 않다고 전망했다.

 다만 "의료산업화"를 위해 제도를 개선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많은 의료인들의 기대가 크다.

 이에 앞서 보건의료계 여러 직역단체들은 각 후보군에 보건의료정책을 제안, 공약에 반영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의협은 장장 76페이지에 이르는 "의사와 함께하는 국민중심의료 정책제안서"를 제시했다. 이 제안서는 "국민과 의사가 윈윈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구축"을 한국 의료가 나갈 방향으로 하여 현재 한국 의료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발전을 위한 처방을 담고 있다.

 병협은 병원계 현안 16항목을 제시하고 현황, 문제점, 개선방안을 일목요연하게 정리·요약했으며, 정책과제는 추가로 계속 제안한다는 방침이다. 치협은 국민의 구강보건 향상을 위해 공공보건의료기능의 강화 등 3개 분야를 목표로 8개 항목의 정책제안을 했다. 한의사협은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한의약공공보건과 한의약산업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다. 간협은 간호교육제도 4년제 일원화, 간호인력부족 해결 및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간호인력의 적극적 활용을 제안했다. 약사회는 동네약국 활성화, 고령사회 약국 역할, 의약품투명화 등의 의견을 냈다.

 의료계는 이번 대선 후보들의 공약도 참여정부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또 정책들을 찬찬히 뜯어보면 의료계 입장에서 어느 것 하나 맘 편히 넘기지 못할 것이란 주장이 많다. 게다가 이해관계에 있는 보건의료 단체들의 정책제안도 그에 못지않게 제각각이어서 정책결정도 힘들겠지만 이후 혼란도 예상 가능하다.

 결국 대선후보자의 철학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정책에 보건의료계의 입장을 반영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누구를 지지하느냐 보다 정책이 만들어질 때까지 지속적으로 정책제안을 하고 설득시키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참여정부 아래서 의료계는 줄곧 의료의 사회화를 비난하고 성토해왔다. 자유시장경제에 부합되는 의료체계의 마련을 위해 의료계는 보다 확실한 대안과 정책을 내놓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며 강력히 추진해 나가는 모멘트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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