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DO 2019] 23일 고령 당뇨병 환자 치료 가이드라인 발표
건강 상태에 따라 세 개 군으로 분류해 혈당 조절 목표 제시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미국내분비학회가 65세 이상 고령 당뇨병 환자의 건강 상태에 따라 개별화된 치료를 적용해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미국내분비학회는 고령 당뇨병 환자 치료 가이드라인을 23일 발표, 건강 상태에 따라 세 개 군으로 분류해 혈당 조절 목표를 달리 제시했다.

이와 함께 환자의 건강 상태에 따라 의료진과 환자가 의사결정 과정을 진행한 후 최종적으로 개별화된 치료 목표를 정하도록 권고했다.

아울러 인지기능이 손상된 고령 당뇨병 환자의 약물치료는 간소화해야 하고 약물 순응도 개선 및 치료 관련 합병증 예방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명시한 점이 눈길을 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전 세계적으로 인구 고령화로 인해 고령 당뇨병 환자가 늘면서 이들을 위한 맞춤 치료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여 마련됐다. 가이드라인 제정에는 유럽내분비학회, 미국노화학회, 미국비만학회가 공동으로 참여했다.

가이드라인 제정에 참여한 미국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의대 Derek LeRoith 교수는 "고령 당뇨병 환자는 기대수명이 길지 않아 지난 수십년간 이들의 치료 및 관리 전략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며 "그러나 65~70세인 고령이 80~90세까지 살 수 있게 되면서 단기적인 치료전략과 함께 장기적으로 합병증을 어떻게 예방해야 할지가 중요해졌다"고 제정 배경을 밝혔다. 

가이드라인은 23일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미국내분비학회 연례학술대회(ENDO 2019)에서 공개됐고 동시에 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 and Metabolism 온라인판에 실렸다.

건강 상태에 따라 세 개 군으로 분류

이번 가이드라인은 65세 이상 고령 당뇨병 환자를 △건강한 군(Good Health) △중간 건강군(Intermediate Health) △건강 악화군(Poor Health)으로 나눠 치료전략을 세분화한 점이 큰 특징이다.

건강한 군은 합병증이 없거나 1~2개 비당뇨병성 만성질환이 있으며, 일상생활동작(activity of daily living, ADL) 평가항목에 해당 사항이 없고 도구적 ADL(instrumental ADL, IADL) 평가항목 0~1가지에 부합하는 환자군이다. 

3개 이상 비당뇨병성 만성질환이 있고 △경도인지장애 또는 조기 치매 △IADL 평가항목 2가지 이상 해당 중 1가지라도 속한다면 중간 건강군으로 분류된다. 

건강 악화군은 △질환 말기단계 △중등도~중증 치매 △ADL 평가항목 2가지 이상 해당 △장기요양시설 입소자 등 4가지 항목 중 최소 1가지에 해당되는 고령 환자를 의미한다.  

치료 약물에 따른 혈당 조절 목표 세분화

각 환자군의 혈당 조절 목표는 인슐린, 설포닐유레아, 글리니드 등 저혈당증 유발 항당뇨병제 치료를 받고있는지에 따라 세분화했다.

의료진은 환자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환자와 의사결정 과정을 진행한 후 최종적으로 혈당 조절 목표를 결정해야 한다는 게 학회 입장이다.

▲65세 이상 고령 당뇨병 환자의 건강상태에 따른 혈당 조절 목표.
▲65세 이상 고령 당뇨병 환자의 건강 상태에 따른 혈당 조절 목표.

구체적인 혈당 조절 목표는 저혈당증 유발 항당뇨병제 치료를 받지 않는 환자군의 경우, 건강한 군이 △공복혈당 90~130mg/dL △취침 전 혈당 90~150mg/dL △당화혈색소 7.5% 미만, 중간 건강군이 각각 △90~150mg/dL △100~180mg/dL △8% 미만, 건강 악화군이 각각 △100~180mg/dL △110~200mg/dL △8.5% 미만으로 제시했다.

저혈당증 유발 항당뇨병제 치료를 받는다면 혈당 조절 목표는, 건강한 군이 △공복혈당 90~150mg/dL △취침 전 혈당 100~180mg/dL △당화혈색소 7.0% 이상 7.5% 미만, 중간 건강군이 각각 △100~150mg/dL △150~180mg/dL △7.5% 이상 8.0% 미만, 건강 악화군이 각각 △100~180mg/dL △150~250mg/dL △8.0% 이상 8.5% 미만으로 권고했다.

가이드라인에서 저혈당증 위험에 주목한 이유는 고령 당뇨병 환자는 저혈당증으로 인한 낙상 위험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공동저자인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페인버그의대 Mark E. Molitch 교수는 "70세 이상은 저혈당증이 있다면 낙상 시 고관절 골절 위험이 높다. 때문에 고령에서는 저혈당증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이동능력이 있는 고령 환자가 생활습관을 교정하고 메트포르민 치료를 받았지만 추가적인 혈당 조절이 필요하다면, 경구용 항당뇨병제나 주사형 치료제를 병용할 수 있지만 저혈당 위험이 있는 △설포닐유레아 △글리니드 △글리부리드 등으로 치료해선 안된다고 권고했다. 인슐린 치료는 약하게 진행하도록 명시했다.  

인지기능 손상된 고령, 약물치료 '간소화'해야

인지기능이 손상됐거나 건강이 악화된 고령 당뇨병 환자의 약물치료 전략은 '간소화'로 정리할 수 있다. 

약물치료에 따른 혜택보단 위험에 무게를 둔 결정으로, 치매 동반 등 인지기능이 손상된 고령 당뇨병 환자는 약물 순응도를 개선하고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약물치료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게 학회 전언이다. 

이와 함께 병원에 입원했거나 장기요양시설에 있으며 불치병 또는 중증 합병증을 동반한 고령 당뇨병 환자의 약물치료도 간단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이들의 혈당 조절 목표는 저혈당증 발생 위험을 고려해 공복혈당 100~140mg/dL,  식후혈당 140~180mg/dL로 설정했다. 

고혈압·고지혈증 동반 환자 관리전략 제시

고령 당뇨병 환자의 동반질환에 대한 관리전략도 가이드라인에 담았다. 

먼저 65~85세인 고혈압을 동반한 고령 당뇨병 환자의 목표혈압은 심혈관질환, 뇌졸중, 신장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140/90mmHg 미만으로 조절하도록 주문했다. 다만 뇌졸중 과거력이 있거나 신장질환이 진행된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이라면 목표혈압을 더 낮게 설정할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또는 안지오텐신Ⅱ수용체 차단제(ARB)를 권고하면서, 최종 치료는 의료진과 환자가 약물의 혜택 및 위험에 논의 후 결정하도록 했다. 

고지혈증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는 스타틴 복용 후 추가적인 LDL-콜레스테롤 조절이 필요하다면 에제티미브 또는 PCSK9 억제제 투약을 고려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단 80세 이상 고령은 기대수명이 짧기에 LDL-콜레스테롤을 강력하게 조절해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고령 환자의 인지기능 손상을 확인하기 위해 주기적인 인지기능평가의 중요성에 방점을 찍었다. 만약 초기 인지기능평가 결과가 정상이라면 2~3년 주기로 평가를 진행하도록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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