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리듬 회복률, 지연 치료군 97% 조기 치료군 94% 비열등성 입증
심방세동 환자의 심장율동전환 치료 선택 기회 넓혀

[메디칼업저버 최상관 기자] 심박수가 불규칙적인 심방세동 환자는 심박수를 정상으로 되돌려 놓기 위해 즉시 조치를 취해야만 하는 것일까? 이 물음에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심박수를 동리듬(sinus rhythm)으로 되돌려주는 심장율동전환(cardioversion) 치료를 심방세동 환자에게 즉시 적용했을 때와 48시간 경과를 지켜본 후 심장율동전환 치료를 적용했을 때를 비교한 결과, 두 경우 환자의 동리듬 회복률이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 대학 메디컬 센터 Harry Crijns 박사팀은 RACE 7 ACWAS 연구를 통해 심방세동 환자에게 지연된 심장율동전환 치료가 즉각적인 심장율동전환 대비 비열등성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18일 유럽부정맥학회 연례학술대회(EHRA 2019)에서 발표됐고, 동시에 NEJM 온라인판에 실렸다.

심방세동 환자는 동리듬을 회복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항부정맥제 또는 제세동기를 이용한 심장율동전환 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심방세동이 종종 자발적으로 회복되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임상에서 심방세동 환자가 즉시 심장율동전환 치료를 받아야 하는 지에 대한 의구심이 남아 있었다.

이에 연구진은 네덜란드 15개 병원 응급실 환자를 대상으로 다기관 무작위 오픈라벨 연구를 진행했다. 최종 분석에 포함된 427명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등록된 환자로 36시간내에 심방세동이 새로 발생했거나 재발한 환자였다.

이들은 혈역학적으로 안정된 상태로 수축기 혈압 100 mmHg 이하, 심박수 170 bpm 이상인 환자는 제외됐다. 심근허혈, 지속적인 심방세동 과거력은 없었다.

환자들은 심장율동전환 치료를 즉시 받는 ‘조기 치료군’에 215명이 배정됐다. 또한 48시간 정도 지켜본 후에 회복되지 않으면 심장율동전환 치료를 받는 ‘지연 치료군’에는 212명이 배정됐다. 환자의 평균 연령은 65세였고, 여성 비율은 40%였다.

1차 종료점에서는 심방세동 발생 후 4주째 동리듬의 존재를 확인했다. 비열등성은 각 치료군 간 동리듬 회복률 차이가 10%p 이하인 경우로 정의했다.

연구 결과 지연 치료군의 동리듬 회복률은 97%로 조기 치료군(94%)와 비교해 불과 3%p 차이를 보여 비열등성을 입증했다(-2.9%p, 95% CI -8.2-2.2; P=0.005).

세부 결과를 살펴보면 지연 치료군에서 48시간내에 동리듬을 회복한 환자는 69%였고, 지연 치료 후 동리듬을 회복한 환자는 28%였다. 조기 치료군에서 심장율동전환 치료에 앞서 동리듬을 회복한 환자는 16%, 심장율동전환 치료 이후 동리듬을 회복한 환자는 78%였다.

또한 4주째 심방세동이 재발한 환자는 지연 치료군에서 30%, 조기 치료군에서 29%로 유사했다.

응급실 재방문은 두 그룹 모두에서 7%였다. 심혈관계 부작용은 지연 치료군에서 10건, 조기 치료군에서 8건 발생해 마찬가지로 큰 차이가 없었다. 또한 두 군간 삶의 질도 비슷했다.

Crijns 박사는 “심방세동 환자는 심장율동전환 시기를 늦추더라도 즉각적인 치료와 비교해 동리듬 회복률, 안전성, 삶의 질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 결과는 심방세동 환자가 자발적으로 회복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이를 통해 불필요한 심장율동전환 치료를 피할 수 있으며, 응급실 입원에 대한 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연구와 함께 실린 편집자 논평에서 캐나다 맥마스터대 Jeff S. Healey 박사는 “이번 연구는 심방세동 발병 후 12~48시간 사이에 심장율동전환 치료의 안전성에 관한 논쟁을 일단락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심방세동 환자의 심장율동전환 치료 선택 기회 넓혀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 결과가 심방세동 환자의 심장율동전환 치료와 관련한 의사 결정 기회를 넓혔다고 평가했다. 다만 여러 환자군에 대한 임상 적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스라엘 세바 메디컬 센터 Roy Beinart 박사는 “심장율동전환 지연 치료가 환자의 기대치, 인프라 및 비용을 고려해 모든 의료 센터에 적용 가능한 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며 “또한 이번 연구 결과가 폐동맥색전증, 장기 재발 발작성 심방세동, 중등도~중증 좌심방 비대증, 판막 질환, 류마티스성 심장질환, 80세 이상 고령환자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인력과 보험 수가 문제로 심장율동전환을 즉시 적용하기 어려운 국내 심방세동 환자에게도 심장율동전환 치료 선택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해 줄 것으로 보인다.

세브란스병원 정보영 교수는 “이전까지는 심장율동전환 시기에 따른 효과가 어느 쪽이 좋은 지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임상에서 심방세동 환자들은 되도록 빨리 심장율동전환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 늦게 받으면 심장이 망가진다는 두려움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해당 심방세동 환자의 심장율동전환 치료 선택 기회를 넓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우리나라 의료 현장의 응급실 현실에서는 인력도 부족하고 보험 수가도 낮아 심장율동전환을 즉시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증상이 심하지 않은 심방세동 환자에 대해 심장율동전환 시기에 따른 예후가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우리나라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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