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호르몬제 '레보티록신' 무용론 제기
갑상선호르몬제 '레보티록신' 무용론 제기
  • 박선혜 기자
  • 승인 2019.03.25 14: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ENDO 2019] 갑상선 기능 정상·TPOAb 양성 여성, 생존 출생률 개선되지 않아
미국 내분비학계 "ATA 가이드라인 변화 불가피"
▲미국내분비학회 연례학술대회(ENDO 2019)가 23~26일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다. ENDO 2019 홈페이지 발췌.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갑상선호르몬제 레보티록신(levothyroxine, 제품명 씬지로이드)에 대한 무용론이 고개를 들었다.

TABLET 연구 결과, 갑상선 기능이 정상이고 항갑상선 과산화효소 항체(thyroid peroxidase anti-body, TPOAb) 양성인 여성은 임신 전 레보티록신을 복용하더라도 생존 출생률이 개선되지 않았다. 

TPOAb 양성인 여성은 갑상선 기능이 정상일지라도 임신 시 갑상선기능저하증이 될 가능성이 있고 유산과 조산 위험이 높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미국갑상선학회(ATA)는 갑상선 기능이 정상이고 TPOAb 양성이며 유산 경험이 있는 여성은 레보티록신을 복용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Thyroid 2017;27(3):315-389). 

하지만 이러한 권고안을 뒤집는 TABLET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향후 ATA 가이드라인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 결과는 23일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미국내분비학회 연례학술대회(ENDO 2019)에서 발표됐고 동시에 NEJM에 실렸다.

ATA "레보티록신, 잠재적 혜택이 위험보다 크다"

ATA가 갑상선 기능이 정상이고 TPOAb 양성이며 유산 경험이 있는 여성이 레보티록신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문한 이유는 레보티록신의 잠재적인 혜택이 위험보다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이들 여성은 레보티록신 25~50㎍으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권고안의 권고 등급과 근거 수준이 낮다고 명시하면서, 레보티록신이 임신 예후를 개선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던 상황. 

갑상선 기능이 정상인 TPOAb 양성 여성에서 레보티록신의 혜택이 확실하지 않았던 가운데, 학계에서는 이중맹검 위약 대조군 연구인 TABLET 연구가 이에 대한 답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34주 후 생존 출생률 차이는 '0.4%p'에 불과

TABLET 연구는 갑상선 기능이 정상, TPOAb 양성이며 유산 또는 불임 경험이 있는 여성을 대상으로 레보티록신이 생존 출생률을 높이는 효과가 있는지 평가했다.

2011~2017년 영국 내 49개 의료기관에서 갑상선 기능 검사와 TPOAb 검사를 받은 여성 1만 9585명 중 952명이 연구에 포함됐다. 

이들은 임신 전부터 임신 후기까지 레보티록신 1일 50㎍을 복용한 군(레보티록신군, 476명)과 위약군(476명)에 무작위 분류됐다. 1차 종료점은 임신 34주 후 생존 출생률로 정의했다. 1차 종료점 평가를 완료한 여성은 940명(98.7%)이었다.

그 결과 레보티록신군 56.6%(266명)와 위약군 37.9%(274명)가 임신에 성공했다. 

34주 후 생존 출생률은 레보티록신군 37.4%(176명), 위약군 37.9%(178명)로 두 군간 생존 출생률 차이는 0.4%p에 불과했고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RR 0.97; 95% CI 0.83~1.14; P=0.74).

유산율과 조산율도 앞선 결과와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유산율은 레보티록신군 28.2%, 위약군 29.6%로 비슷했고(P=0.95), 임신 34주 이전 조산율은 각각 3.8%와 3.6%로 차이가 없었다(P=1.02). 

신생아 건강상태를 평가하는 점수인 아프가 점수(Apgar scores)도 두 군이 비슷했다. 아프가 점수는 출산 1분 후와 5분 후에 이뤄지며 점수가 낮다면 의학적인 도움이 필요한 상태임을 의미한다.

다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지만 레보티록신군에서 일부 이상반응 발생률이 더 높게 보고됐다.

전자간증 발생률은 레보티록신군 5%,, 위약군 3%였고 임신성 당뇨병은 각각 11%와 9%로 확인됐다.

연구를 진행한 영국 버밍엄대학 Rima K. Dhillon-Smith 교수는 "갑상선 기능이 정상이고 TPOAb 양성이며 유산 또는 불임 경험이 있는 여성은 임신 전 레보티록신을 복용하더라도 생존 출산률 개선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번 연구에서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가이드라인에서 레보티록신 치료 권고안 삭제해야"

이번 연구에 대해 학계에서는 갑상선 기능이 정상인 TPOAb 양성 여성에게 레보티록신을 처방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므로 가이드라인을 변경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이들 여성은 레보티록신을 복용하더라도 출산 가능성이 높지 않아, 레보티록신 치료가 불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연구에 참여한 영국 버밍엄대학 Kristien Boelaert 교수는 "영국 설문조사에 의하면, 의료진 중 약 40%가 TPOAb 양성 여성의 유산 및 조산을 예방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레보티록신을 복용하도록 권고한다고 응답했다"며 "이번 결과에 따라 가이드라인에서 이들 여성이 레보티록신을 복용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삭제하는 등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미시시피주립대학병원 Licy L. Yanes Cardozo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 레보티록신군과 위약군의 생존 출생률은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고 레보티록신 복용 시 오히려 위험할 수 있었다"면서 "갑상선 기능이 정상인 TPOAb 양성 여성에게 레보티록신을 처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Dhillon-Smith 교수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 이어 무증상 갑상선기능저하증 여성을 대상으로 레보트록신이 임신 예후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