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 2019] 운동·인지기능 혜택까지는 못가···심혈관사건은 ↓

대뇌미세혈관질환을 동반한 고령 고혈압 환자의 활동혈압을 집중적으로 조절한 결과, 표준조절군 대비 대뇌미세혈관의 백질허혈손상(white matter hypertensity)을 개선할 수 있었다는 임상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백질허혈병변의 개선이라는 마커(marker)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인 임상결과인 운동 또는 인지기능장애의 개선까지는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와 관련해 "혈압 집중치료군과 표준조절군 사이의 운동기능장애 개선의 차이를 관찰하기에는 3년이라는 치료·관찰 기간이 너무 짧았다"고 항변했다.

INFINITY

미국 코넥티컷보건대학의 William B White 교수는 미국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ACC 2019)에서 INFINITY 연구결과를 발표, "고령 고혈압 환자의 수축기혈압을 집중강압한 결과 피질하 백질병변의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었지만, 운동 또는 인지기능 개선과의 연관성은 관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집중치료군에서는 심혈관사건 위험감소도 확인됐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INFINITY 연구는 고령의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집중 혈압조절을 통해 혈관성 치매를 예방·치료할 수 있을지를 들여다 본 임상시험이다. 고혈압에 의한 혈관성 치매의 기전인 대뇌백질허혈손상과 이에 따른 운동·인지기능장애 위험을 줄이거나 막을 수 있느냐를 본 것이다.

피질하 백질허혈변성

서울의대 김상윤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의 설명에 따르면, 고혈압이 혈관성 치매의 위험인자라는 것은 명확히 확립돼 있는 사실이다. 고혈압에 오래 노출될 경우, 뇌혈관의 구조·기능적 손상에 따른 죽상동맥경화증에 의해 뇌혈관질환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뇌기능이 영향을 받으면 혈관성 치매로 이어진다.

고혈압 환자에서 치매가 발생하는 기전이 구체적으로 입증돼 있는 상태는 아니지만, 몇 가지 루트를 가정해 볼 수 있다. 먼저 혈관성 치매의 전형적인 타입으로, 고혈압에서 뇌졸중과 같은 뇌혈관질환을 거쳐 치매로 이어지는 경우다. 하지만 고혈압 이후 뇌졸중과 같은 병력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치매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는데, 외견상으로는 고혈압에서 뇌졸중 병력 없이 바로 치매가 발현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이러한 환자들의 MRI(자기공명영상)를 찍어보면 소동맥질환과 같이 작은 혈관 부위가 막혔다 뚫렸다를 반복하면서 무증상 뇌졸중 상태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뇌혈관 손상이 축적돼 왔고 이로 인해 치매가 발생한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이를 피질하 혈관성 치매(subcortical vascular dementia)라 부르기도 하는데, 고혈압이 작은 소동맥에 영향을 미쳐 뇌로 가는 영양이나 혈액공급을 일시적으로 차단하고 이로 인해 백질에 허혈손상 등 변성이 유발되면 궁극적으로 인지기능장애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활동혈압 ≤ 130mmHg vs = 145mmHg

INFINITY 연구는 백질허혈변성이 있는 고령의 고혈압 환자에서 활동혈압(ambulatory blood pressure)을 집중적으로 조절해 백질병변과 함께 최종적으로 운동 또는 인지기능장애를 개선할 수 있는지 검증했다. 연구팀은 MRI 소견 상 백질허혈손상이 관찰된 75세 이상 연령대의 고혈압 환자(199명)를 활동혈압 집중조절군(24시간 수축기혈압 ≤ 130mmHg) 또는 표준조절군(24시간 수축기혈압 = 145mmHg)으로 무작위 배정해 3년간의 치료·관찰을 진행했다.

집중치료의 혜택을 보기 위한 1차 종료점은 기저시점(baseline)으로부터 운동기능(예: 보행속도)과 MRI 상 백질허혈병변의 변화를 평가했다. 더불어 인지기능의 변화와 함께 중증 부작용(심혈관사건, 낙상골절, 기립성 저혈압에 의한 실신 등) 위험도 2차 종료점으로 관찰했다.

MRI로 백질병변 개선확인

치료·관찰결과, 3년 시점에서 집중조절군과 표준조절군의 수축기혈압은 130.9mmHg 대 146.0mmHg로 15mmHg 포인트의 차이를 보였다. 기저시점 대비 백질허혈병변의 변화는 0.29 대 0.48(P=0.03)로 집중치료군에서 유의한 감소혜택이 관찰됐다. 반면 기저시점으로부터 보행속도의 변화는 양 그룹이 모두 0.4(P=0.91)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2차 종료점으로 평가한 인지기능(symbol digit modalities test)의 변화 역시 -2 대 -1(P=0.29)로 집중조절과 표준조절군 간에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비치명적 심혈관사건(심근경색은 4% 대 17%(risk ratio 0.24, P<0.01)로 집중조절군의 상대위험도가 76% 유의하게 낮았다. 낙상골절과 실신 등의 부작용 위험은 양 그룹 간에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대뇌 미세혈관 병변의 변화와 달리 운동 또는 인지기능의 개선이 확인되지 않는 점에 대해 "집중치료군과 표준조절군을 대상으로 궁극적인 임상결과의 차이를 관찰하기에는 3년이라는 치료·관찰 기간이 너무 짧았을 수도 있었다"며 추가적인 장기간 관찰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SPRINT-MIND

한편 이에 앞서 발표된 SPRINT-MIND 연구에서는 고혈압 환자의 수축기혈압을 집중적으로 낮추면 인지기능의 저하(경도 인지기능장애)까지 막을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특히 이 같은 결과가 75세 이상 고령인구에서도 유효하다는 것을 입증했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보고된 관찰연구에서는 75세 이상 고령 고혈압 환자, 특히 복합적인 건강문제를 동반한 노인 환자의 경우 수축기혈압 130mmHg 미만조절 그룹에서 인지기능 감퇴(cognitive decline)가 관찰돼 주의가 요구된다.

이에 대해 김상윤 교수는 "알츠하이머병·퇴행성 뇌질환이나 당뇨병 등을 겪고 있는 고령 환자의 경우, 자율신경기능이 떨어져 일중 혈압의 변동폭이 매우 큰데, 이렇게 합병증 등으로 인해 쇠약한(frail) 노인 환자의 혈압을 급격히 공격적으로 낮추면 기립성 저혈압 등에 의한 사고의 위험이 돌발변수로 등장한다"며 "고혈압 환자의 집중치료가 남은 여명의 치매위험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은 명확하지만, 자율신경기능이 떨어지는 쇠약한 노인 환자들은 임상특성을 고려해 보다 신중하고 유동적인 혈압조절이 필요하다"고 견해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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