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ACC 2019서 The Apple Heart Study 연구 발표
애플워치 알림 받은 환자 중 심방세동 진단율 34%
불규칙적 맥박 측정 양성 예측도 84%, 가능성 남겨

[메디칼업저버 최상관 기자] 애플워치의 심방세동 진단 능력을 평가한 'The Apple Heart Study' 연구가 베일을 벗었다. 심방세동 진단 정확도에서는 의구심을 남겼다. 연구 결과 애플워치 알림을 통해 불규칙적인 맥박이 감지된 환자 중 34%만이 심방세동으로 진단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불규칙적인 맥박 측정의 양성 예측도(positive predictive value, PPV)는 84%를 기록해 가능성을 남겼다.

이번 연구 결과는 16일(현지시각)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미국심장학회 제68차 연례학술대회(ACC 2019)'에서 발표됐고, 동시에 미국심장학회저널(JACC) 3월 16일 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애플워치는 심방세동을 비롯해 신체의 건강 상태를 체크할 수 있어 새로운 헬스케어 어플로 주목받았다. 이를 통해 실시간으로 환자 스스로의 상태를 파악해 건강과 관련한 의사 결정에 활용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모았다. 이번 연구는 심방세동 진단에 있어서 애플 워치의 신속성과 정확성을 평가했다.

연구를 수행한 미국 스탠포드의대 Mintu P. Turakhia 교수팀은 2017년 12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총 41만 9297명이 참여한 대규모 전향적 코호트 연구를 수행했다.

참여자는 미국에 거주하며 아이폰(5S 버전 이상) 및 워치(시리즈 1~3)를 사용하는 22세 이상 성인이었다. 이미 심방세동 및 심방조동을 진단받았거나 현재 항응고제 치료를 받는 사람은 제외됐다.

애플워치로는 사용자의 혈류, 불규칙적인 맥박 등을 측정했다. 불규칙적인 맥박이 나타나면, 알림이 뜨고 해당 사용자는 심전도(ECG) 패치를 발송 받은 후 ECG 패치와 애플워치를 동시에 착용해 맥박을 측정했다.

이후 ECG 패치와 애플워치로 불규칙적인 맥박을 측정한 결과를 비교 분석해 최종적으로 애플워치의 심방세동 진단 정확도를 평가했다.

참가자의 0.5%(2162명)가 애플워치로 맥박이 불규칙적이라는 알림을 받았고, 특히 이는 높은 연령층에 집중돼 있었다. 알림을 받은 40세 미만 참가자는 0.16%였지만, 65세 이상은 3.2%였다. 2162명 중 658명에게 ECG 패치가 발송됐고, 이 중 반환된 패치 450개가 분석에 포함됐다.

분석 결과 450명 중 34%(153명)가 심방세동으로 진단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66%(297명)에서는 심방세동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정확도에 의문이 제기됐다.

불규칙적인 맥박을 통해 평가한 PPV는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개인 사용자가 시각적으로 애플워치에 표시되는 불규칙적인 맥박을 평가했을 때와, 애플 워치 알림(어섯 번 중 불규칙적 맥박이 다섯 번 발생)을 통해 측정했을 때의 PPV는 각각 71%였고 84%였다(97.5% CI 0.69-0.74, 95% CI 0.76-0.92). 다만 65세 이상에서는 PPV가 각각 60%, 78%였다(97.5% CI 0.56-0.64, 95% CI 0.64-0.92).

총 41만 9297건 중 이상반응 사건은 1038건이었으며 이중 앱과 무관한 이상반응은 1022건, 앱과 관련한 이상반응은 16건이었다. 중증 이상반응은 없었다.

Turakhia 교수는 "이번 연구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기술과 앱이 실제 환경에서 어떻게 작동하며, 심방세동을 얼마나 잘 감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며 "아울러 임상 연구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연구 참자가를 클리닉으로 데려올 필요가 없음을 보여줌으로써, 임상 연구 수행 패러다임에도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연구의 한계로는 참가자에게서 자체 보고된 자료에 의존했다는 점과 불규칙적인 맥박으로 알람이 뜬 사람을 대상으로 하므로, 실제 심방세동 환자의 심방세동 식별에 실패했을 경우를 뜻하는 거짓 음성(false negative)을 알 수 없다는 점이 지적됐다.

또한 심방세동으로 잘못 진단됐을 경우를 의미하는 거짓 양성(false positive)으로 인해 환자에게 과도한 불안감을 초래하고, 불필요한 검사로 이끌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미국심장학회웹사이트(ACC.org)의 편집장인 미시간대 프랭켈심혈관센터 Kim A. Eagle 박사는 "애플워치와 연동 앱은 이번 연구를 통해 장래성은 입증했으나, 심방세동 진단 정확성 측면에서 기존의 모니터링 기술에 크게 뒤질뿐더러, 신뢰할 수 있는 의료기기의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단지 미래를 살짝 엿볼 뿐이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국내 전문가는 현재보다는 미래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반응이다.

세브란스병원 정보영 교수(심장내과)는 "애플워치 알람을 받은 환자의 심방세동 확진율이 34%로 낮게 나왔지만 이를 평가 절하하기에는 어렵다"며 "애플워치를 심방세동 식별을 위한 보조적인 도구로 이해해야 한다. 최근 새 애플워치에서 심전도 기능이 추가되면 정확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최근 유럽 심장학회 및 대한부정맥학회에서 권장하고 있는 '기회적 심방세동 스크리닝'(opportunistic AF screening)의 근거를 대규모 연구를 통해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며 "다만 국내에서는 여러 규제와 보험수가 문제로 관련 기술 발전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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