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ACC 연례학술대회서 'ACC·AHA 심혈관질환 1차 예방 가이드라인' 발표
심혈관질환 없는 건강한 성인, 아스피린 복용 시 혜택보다 출혈 위험 커
당뇨병 환자, 생활습관·메트포르민 치료 후 SGLT-2 억제제·GLP-1 유사체 고려 가능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미국심장학회·심장협회(ACC·AHA) 심혈관질환 1차 예방 가이드라인'에서 아스피린과 항당뇨병제인 SGLT-2 억제제, GLP-1 유사체의 희비가 엇갈렸다.

ACC·AHA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심혈관질환 1차 예방 목적으로 아스피린을 정기적으로 복용하는 것을 권고하지 않았다. 반면 SGLT-2 억제제와 GLP-1 유사체는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을 하나 이상 가진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 투약할 수 있는 약물로 이름을 올렸다.

ACC·AHA는 17일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ACC 제68차 연례학술대회(ACC 2019)'에서 심혈관질환 1차 예방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가이드라인은 발표와 동시에 JACC 및 Circulation 3월 17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아스피린,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출혈 위험

ACC·AHA는 심혈관질환이 없는 건강한 성인이 심장마비, 뇌졸중 등을 예방하기 위해 아스피린을 정기적으로 복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학계 내부적으로 아스피린이 심혈관질환 1차 예방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었던 가운데, 미국 심장학계가 교통정리를 한 것이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중등도·고위험군에서 아스피린의 심혈관질환 1차 예방 혜택을 입증하기 위한 임상연구가 진행됐지만 출혈이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지난해 발표된 ASCEND, ARRIVE, ASPREE 연구는 심혈관질환 1차 예방에서 아스피린 '무용론'을 제기, 아스피린 출혈 위험이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를 상쇄한다고 결론 내렸다.

ACC·AHA는 이 같은 연구를 근거로 아스피린을 정기적으로 복용하면 심혈관질환 1차 예방 효과보다 출혈 위험이 더 크다는 점에 뜻을 모았다.

이에 심혈관질환 1차 예방 목적으로 아스피린 저용량(75~100mg)을 △70세 이상 고령(class III, B-R) △출혈 위험이 높은 모든 연령(class III, C-LD)에게 투약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다만 출혈 위험이 낮고 ASCVD 위험이 높은 40~70세 성인에게는 아스피린 저용량을 고려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IIb, A).

이와 함께 심장마비, 뇌졸중 등이 있었거나 심장수술을 받은 환자는 심혈관질환 2차 예방을 위해 아스피린을 복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뇨병 환자, 메트포르민 치료 후 SGLT-2 억제제·GLP-1 유사체 가능

ASCVD 위험요인을 하나 이상 가진 제2형 당뇨병 환자는 혈당을 낮추고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SGLT-2 억제제 또는 GLP-1 유사체를 고려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단 생활습관 교정과 메트포르민 치료를 가장 먼저 시작해야 하며, 추가적인 혈당 조절이 필요할 때 SGLT-2 억제제 또는 GLP-1 유사체 치료를 시작하도록 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지난해 11월 ACC가 '심장 전문가들은 ASCVD을 동반한 제2형 당뇨병 환자 치료 시 심혈관 혜택을 입증한 항당뇨병제 투약을 고려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담은 전문가 합의문(consensus)에서 한발 더 나아간 셈이다. 

당시 합의문에서는 SGLT-2 억제제, GLP-1 유사체 등 항당뇨병제가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으며, 심장 전문가들은 ASCVD를 동반한 당뇨병 환자에게 항당뇨병제를 처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가이드라인도 SGLT-2 억제제, GLP-1 유사체가 혈당을 낮추면서 심장마비, 뇌졸중,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을 낮춘다는 근거를 적극 반영했다. 

이에 ASCVD 위험요인을 가진 제2형 당뇨병 환자는 생활습관을 교정하고 메트포르민 치료를 받았음에도 추가적인 혈당 강하가 필요하면, SGLT-2 억제제 또는 GLP-1 유사체 치료를 시작해 혈당을 낮추면서 심혈관질환도 예방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IIb, B-R).

약물치료보다 중요한 것은 '생활습관 교정'

아울러 ACC·AHA는 약물치료에 앞서 식이요법, 체중 조절, 금연 등 생활습관 교정이 심혈관질환 예방에 가장 기본이 된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ACC·AHA는 건강한 식이요법으로 채소, 과일, 견과류, 곡물, 생선 등을 많이 섭취하고 소금, 포화지방, 튀김 음식 등 섭취는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지중해 식단과 DASH(Dietary Approaches to Stop Hypertension) 식단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정기적인 운동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빨리 걷기, 수영, 자전거 타기 등을 매주 중등도 이상 강도로 최소 150분 또는 고강도 운동을 최소 75분간 진행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과체중이거나 비만한 성인은 현재 체중에서 5~10%를 감량해야 심혈관질환을 포함한 건강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또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한 3명 중 1명은 흡연 또는 간접흡연에 기인한 것이므로, 흡연자는 금연을 위해 상담을 받거나 금연보조제를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의료진은 40~75세 성인의 ASCVD 10년 위험도를 평가하고 아스피린, 스타틴 등 약물치료를 시작하기에 앞서 치료에 따른 위험을 환자와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개별화된 심혈관질환 예방전략 결정에 관상동맥석회화(CAC) 검사 등이 도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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