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당뇨 환자의 항혈소판제 치료전략'을 주제로 개최된 심포지엄에서 연세의대 안철우 교수가 강연했다. 본지는 이날의 강연 내용을 요약 정리했다.

 

안철우 연세의대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당뇨 환자의 항혈소판제 치료전략 

당뇨병 환자에서 항혈소판제의 필요성

당뇨병이 국민 질환이라는 것은 대부분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국내 환자 현황을 보면 당뇨병 환자 수는 약 480만 명, 당뇨병 전단계 환자 수는 500-700만 명으로 모두 약 1,000-1,300만 명의 환자가 당뇨병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당뇨병 환자를 치료하는 목적은 단순히 혈당 감소만은 아니다. 수많은 당뇨병 환자가 혈당 증가 외에도 여러 증상을 호소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임상의들의 적극적인 해결책 모색을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10대 사망 원인 중 상위 3위를 차지하는 것이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이다. 이에 비해 당뇨병은 5-6위로 상대적으로 사소한 질환으로 간주될 수 있으나 실제로는 이러한 중증 질환의 또 다른 표현형으로 생사를 결정하는 질환이기도 하다. 당뇨병의 본질은 단순히 요에서 당이 검출되는 것이 아니다. 혈당이 약 180-200mg/dL로 나타나야 요에서 당이 검출된다. 실제 당뇨병의 진단 기준은 공복 혈당 126mg/dL 이상이지만 126-180mg/dL까지는 요에서 당이 검출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당뇨병으로 진단된다. 따라서 당뇨병은 근본적으로는 당혈병, 즉 혈액 속 당이 높은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당뇨병은 흔히 혈관질환으로 불린다. 혈관은 우리 몸에서 머리카락, 손발톱을 제외하고는 모든 곳에 존재한다. 혈관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 당뇨병이다. 당뇨병이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이유 또한 혈관에 있다. 당뇨병으로 인한 혈관 손상은 신장질환, 망막질환, 신경질환 등의 미세혈관합병증과 심장질환, 뇌졸중 등의 거대혈관합병증을 초래한다. 당뇨병으로 인한 혈관 손상은 염증 및 노폐물 축적에 따른 죽상경화반(plaque)의 발생을 동반하기 쉽다. 따라서 당뇨병에 의한 혈관질환의 발생을 막기 위해서는 죽상경화반의 관리가 필수적이다. 죽상경화반은 위험도에 따라 연성 죽상경화반(soft plaque)과 경성 죽상경화반(hard plaque)으로 분류한다.
 
아스피린의 한계 및 새로운 항혈소판제 Cilostazol

당뇨병으로 인해 혈관이 손상되는 기전의 출발점은 혈소판 이상이다. 제2형 당뇨병 환자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인인 고혈당과 인슐린 저항성은 혈액 내 혈소판을 변화시킨다. 이것으로부터 당뇨병 합병증의 기본 기전이 시작된다. 혈소판 이상은 혈관의 염증 및 경색을 일으킨다. 이러한 기전으로 당뇨병이 여러 혈관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이를 치료 또는 예방하는 약제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아스피린이 개발됐다. 당시 아스피린은 항혈소판제로서 모든 혈관질환 및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특히 아스피린은 심장질환 및 당뇨병 환자와 같이 혈관합병증이 발병되기 쉬운 고위험군 환자에서 매우 유익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당뇨병 환자에서 아스피린을 사용하는 연구가 다수 진행됐으나, 아스피린이 일차 예방 약제로서 효과를 나타낸다는 강력한 근거는 도출되지 않았다. 여러 위험인자를 동반하는 고위험군 환자에서의 아스피린의 위험 감소 효과도 규명되지 않았다. ARRIVE (Aspirin to Reduce Risk of Initial Vascular Events) 연구에서 아스피린을 중등도 위험 환자군에 투여했을 때 긍정적인 결과를 얻지 못했고, ASPREE (Aspirin Reducing Events in the Elderly) 연구에서도 고령 환자에게 아스피린 투여 시 기대 수준의 유익성을 확인하지 못했다. 이처럼 아스피린이 실제 임상연구에서 기대 이하의 효과를 보인 이유는 아스피린에서 항혈소판 효과 이외의 다른 효과는 두드러지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Cilostazol은 이러한 아스피린의 한계를 극복하고 치료 효과를 향상시킬 수 있는 차기 약제로 개발됐다. Cilostazol은 아스피린과 달리 혈관 이완 효과를 나타내고, 활성산소의 발생을 억제하며, 혈관내피세포를 개선할 뿐 아니라, 당뇨병 환자에서 흔히 동반되는 이상지질혈증에서도 개선 효과를 보였다. 이에 따라 아스피린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항혈소판제로서 cilostazol의 효과를 확인하고자 다수의 연구가 진행됐으며, cilostazol의 다면발현 효과(pleiotropic effect)를 확인했다. 당뇨병 환자에서 항혈소판제를 사용하는 목적은 죽상동맥혈전증(atherothrombosis)의 발생의 억제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에 형성돼 있는 죽상경화반을 관리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cilostazol은 아스피린 대비 기전상 기대 효과가 더 크며, 실제 임상연구 결과에서도 아스피린 대비 우월성을 보여주고 있다.
 
당뇨병 환자의 Unmet Needs

당뇨병 환자 진료 시 환자들은 혈당 증가 이외에도 이명, 건망증 등의 치매 초기 증상을 포함한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고, 단백뇨 및 사구체여과율 이상과 같은 신기능 저하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실질적인 치료 약제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당뇨병 환자가 혈당 증가 외에 임상의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화두에 있어 cilostazol은 많은 해답을 제시할 수 있다.

Cilostazol은 혈소판 자체에 효과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혈관 자체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혈관 이완 효과 및 혈관내피세포의 기능 개선 효과는 cilostazol의 중요한 장점이다. 또한 cilostazol은 혈중 지질 프로파일을 개선하며, 경동맥 내중막 두께(carotid intima-media thickness)를 감소시키는 등 실제적인 혈관의 개선을 유도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cilostazol은 혈소판의 자발적 미세응집(spontaneous microaggregation of platelets, SMAP)을 해결할 수 있다. 아스피린에서 cilostazol으로 약제 전환 시 SMAP이 더욱 효과적으로 억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뇨병 환자에 아스피린과 cilostazol을 무작위 투여한 DAPC (Diabetic Atherosclerosis Prevention by Cilostazol) 연구에서도 cilostazol은 치료 2년차까지 아스피린 대비 혈관 내 IMT를 월등히 감소시켰다<그림 1>.

CAPITA (Cilostazol Against the Progression of carotid Intima-media Thickness in symptomAtic ischemic stroke patients) 연구에서도 cilostazol에 의한 경동맥 내중막 두께의 감소 효과를 확인한 바 있다. 이러한 cilostazol의 강력한 IMT 감소 효과는 이상지질혈증 개선 효과 등 cilostazol의 다면발현 효과에 기인할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cilostazol의 투여는 항혈소판제의 투여만으로 당뇨병 환자에서 우려되는 이상지질혈증의 개선 등 총체적으로 당뇨병 환자의 혈관 관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Cilostazol의 투여는 죽상동맥경화증(atherosclerosis)이 있는 환자에서 죽상경화반의 크기를 줄이고 죽상경화반 자체의 안정성을 향상시킨다. 죽상경화반은 안정성에 따라 안정형 죽상경화반(stable plaque)과 취약 죽상경화반(vulnerable plaque)으로 분류할 수 있다. 죽상경화반은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최선이나, 사실상 혈관 내에 안정적으로 존재하면 대혈관 사건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이 때 cilostazol은 죽상경화반의 섬유막(fibrous cap) 부분을 단단하게 만들어 취약 죽상경화반을 안정하게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안정형 죽상경화반은 파열될 위험이 적어, 플라크 파열로 초래되는 혈전의 생성이 예방된다.

당뇨발(diabetic foot)은 최근 진료실에서 환자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합병증이며, 그 결과도 매우 치명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다리 절단의 원인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당뇨발이다. 당뇨발의 발생 빈도는 조기 대장암 발생률보다도 더 높다. 그러나 당뇨발이 발생하는 초기 단계에서 임상의로서 시도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 Cilostazol은 기전상 MMP-9 (matrix metallopeptidase 9)의 발현을 감소시켜 당뇨발 발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수 있다.

당뇨병성 망막병증(diabetic retinopathy)에서도 cilostazol은 개선 효과를 보인다. Cilostazol의 투여는 망막전위도(electroretinogram, ERG)상 전기적인 반응속도를 높이는 등 시신경 개선 효과를 나타냈다. 또한 당뇨병성 신경병증(diabetic neuropathy)에서도 cilostazol 투여 시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고 실질적인 개선 효과도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초동맥질환(peripheral arterial disease, PAD) 환자에서 cilostazol 투여 시 주관적 증상이 완화될 뿐 아니라 혈류 개선, 보행 거리 개선에도 효과가 있었다. 특히 레이노이드 증후군(Raynaud’s syndrome)에서도 cilostazol이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고됐다. 미국심장학회에서 발표한 말초동맥질환 치료 가이드라인에서 cilostazol은 class 1A 근거 수준으로 권고되고 있으며, 미국당뇨병학회의 가이드라인에서도 PAD의 치료에 있어 선택 약제로 명시돼 있다.

당뇨병 합병증 가운데 고령 환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이 치매이다. 치매로 진행된 이후에는 치료하기 어렵기 때문에 치매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 MCI)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약제가 필요하다. Cilostazol의 혈관 확장 효과로 인한 뇌혈류의 개선으로, cilostazol을 임상에서 사용한 결과 3개월 이후 환자 스스로 기억력 개선을 경험했다. 기전상의 근거도 존재하므로 신뢰할 수 있는 약제라 할 수 있다. Donepezil에 cilostazol 부가(add-on) 요법 시 인지장애 환자들에서 개선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환자들이 많이 호소하는 또 다른 합병증인 이명에도 사용 가능한 약제가 많지 않으나, cilostazol은 혈류 개선을 통해 이명에도 효과를 나타낸다.

Cilostazol은 출혈 위험이 높은 환자에서 선호될 수 있는 항혈소판제이다. Cilostazol은 아스피린, clopidogrel 등의 다른 약제에 비해 반감기가 짧고, 약물의 체내 배출 기간(wash-out period)이 짧다. 따라서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도 아스피린, clopidogrel 복용 환자는 최소 일주일 이상의 중단이 필요한 반면, cilostazol 복용 환자는 평균 3일만 중단한 후 수술이 가능하다. 
 
결론

Cilostazol은 이상의 우수한 효과들을 가진 약제지만, 실제 치료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복약순응도가 중요하다. 개량신약인 실로스탄CR®은 다회 투여할 필요 없이 1일 1회 복용으로도 24시간 내내 일정한 혈중 농도를 유지시키는 약제이다. 또한, 아침 또는 저녁 정해진 시간에 한번만 복용하면 되기 때문에 간편하다. 

실로스탄CR®의 효과 및 안전성은 4상 임상 CILOPA 연구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 특히 cilostazol 속방정에서 두통 발생률이 30-40%인데 반해, 실로스탄CR®은 4상 임상 결과 10%로 안전성 측면에서 속방정보다 더 우수하다.

당뇨병 환자에서 항혈소판요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당뇨병 자체가 혈관질환이기 때문에 혈관질환을 치료한다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더욱이 항혈소판제인 cilostazol은 기전적인 근거나 치료 유용성이 다수의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특히 복용이 편리해 환자 복약순응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되므로 실로스탄CR®은 당뇨병 환자에서 효과적인 항혈소판제로 추천된다.

정리·메디칼라이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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